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82376
한수원-웨스팅하우스 1월 '글로벌 합의' 이면
'SMR 검증 뒤 수출·50년 로열티' 약속
한수원,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만 진출 가능
체코 원전 수주 위해 독소조항 용인

체코 신규 원전 예정 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합의로 북미, 유럽, 일본, 영국, 우크라이나 시장에 진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국가에는 웨스팅하우스만 수주에 나설 수 있고 한수원은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다.
체코 뺀 유럽서 원전 수주 활동 못하는 한수원

한수원-웨스팅하우스 합의 내용. 그래픽=박종범 기자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1월 맺은 '글로벌 합의문'에는 한수원이 새 원전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는 국가 이름이 나와 있다. 구체적으로는 합의문 내 '부록 A'에 명시된 국가만 한수원이 진출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필리핀, 베트남)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모로코, 이집트) △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 △요르단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에 해당된다.
합의문에서는 부록A에 언급된 국가를 뺀 나라들이 부록B에 적혀 있는데 이 국가들은 웨스팅하우스만 진출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북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 가입국(체코 제외)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가 적혔다. 즉 해당 국가에서는 한수원이 새로운 원전 수주를 위한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 체코가 제외된 것은 한수원이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기로 한 것을 고려한 조치다.
한수원은 이 합의를 통해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도 지급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앞으로 50년 동안 원전을 수출할 때 원전 1기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하고 1기당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수출하는 경우에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고 한다.
"전략적 선택"이라더니... 핑계 된 한수원의 전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번에 확인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시장 분할은 간 원자력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의혹이다. 해당 합의 전후로 한수원이 스웨덴·슬로베니아·네덜란드·폴란드 등 유럽시장 진출을 줄줄이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마다 한수원은 해당 의혹을 부정하면서 "체코 수출과 SMR 수출에 집중하기 위함이다"라는 설명을 반복할 뿐이었다.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한수원은 협약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와의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즉답을 회피하면서 같은 논리를 펼쳤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럽 시장 진출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럽시장에서 힘을 쓸거냐, 미국 시장을 겨냥할거냐는 전략적 판단에서 미국 시장을 택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만 답했다.
한수원 측은 웨스팅하우스가 설계만 할 뿐 공급망 등이 없어 한국과의 동반 진출이 필수적이라고도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바람일 뿐, 협약서에 명문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는 "웨스팅하우스의 파트너가 꼭 한국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 명문화 없이는 의미가 없다"며 "또 다시 미국에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