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8718?cds=news_media_pc&type=editn
과거 외국인의 '기생관광' 성매매의 목적지였던 한국은 이제 주요 성구매자 송출국이 됐다. 2010년대 이후 한국은 미국무부·엑팟(ECPAT) 등 국제사회로부터 여러 차례 동남아시아에서 성매매·아동성착취의 주요 수요국으로 지목돼 왔다. 여성신문과 탁틴내일은 최근 10년 새 원정 성매매 관광지로 부상한 라오스에서 한국 남성의 성매매 실태를 추적했다. 성매매 후기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텔레그램을 모니터링하고, 현지에서 라오스 거주 교민·업계 종사자·전문가를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사장님, 아가씨 고르고 올라가세요."
한국에서 약 3000km 떨어진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한 한식당. 익숙한 한국어가 들렸다. 이곳은 겉에서 보기엔 평범한 한식당이지만, 실상은 성매매 알선이 일어나는 곳이다.
8월 초의 이른 저녁, 라오스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교민 최상목(가명)씨와 함께 성매매 후기 커뮤니티 등에서 유명한 한식당을 찾았다. 해당 업소는 비엔티안의 한인거리에서도 약 3km 정도 떨어진 후미진 곳에 위치했다. 교통편도 좋지 않아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안에 들어가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PR걸(성구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테이블에 동석해 술을 따르거나 분위기를 맞추는 여성 직원을 가리키는 속어)' 8~9명이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40대로 추정되는 한국 남성이 4명 들어오자, 점원은 그들을 위층으로 안내했다. 이들이 그냥 올라가려고 하자 주인은 "사장님, 아래에서 아가씨 고르고 올라가세요"라고 말했다. 남성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들을 훑어보더니 손가락으로 여성들을 지명했고, 지명된 여성들은 "사바이디(안녕하세요) 오빠"하고 인사를 건네고는 남성들과 팔짱을 끼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일명 '총라오'다. 총라오는 한국 교민 사회나 성매매 후기 커뮤니티 등에서 통용되는 속어로, 겉으로는 일반 식당처럼 위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성매매를 알선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총라오에서 식사를 마치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현지 가라오케를 방문했다. 가라오케는 거의 만석이었다. 안내해 준 테이블에 앉자 곧 앳된 얼굴의 성매매 여성이 옆에 앉았다. 나이는 22세. "원래 주방에서 일했지만, 손님이 많아져서 매니저의 권유로 지난해부터 홀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손님 중 열에 여덟은 한국 남성"이기에 한국어를 할 줄 안다며 "건배" "오빠" 등의 단어를 말했다. 또 이곳에서 성매매여성으로 일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16~30대까지 다양하다"고 답했다.
비엔티안 곳곳에는 총라오, KTV(한국식 노래방), 마사지숍 등 다양한 성매매 업소가 존재했다. 여성신문과 탁틴내일은 온라인 모니터링·현장 조사·교민 증언을 종합해, 비엔티안에서 한국인이 직접 투자했거나 현지인과 동업해 운영하는 '한국계' 성매매 업소 최소 14곳을 확인했다. 이 업소들에서는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한인 관광객 또는 교민에게 성매매 여성을 알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성매매 업소뿐 아니라 여행사, 가이드도 직간접적으로 성매매 알선에 개입하고 있으며, 가라오케를 통한 '출장 성매매'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한국인 대상 가이드로 일한 라오스인 사랏(가명)씨는 "한국 손님들은 이미 올 때부터 성매매를 계획하고 온다. 골프 투어를 하면 당연히 2차를 간다"며 "보통 16~23살 정도를 많이 찾는다. 마마(포주)에게 연락해서 소개시켜주는 경우도 있고, 아예 현지에서 연락하는 아가씨가 있는 분들은 알아서 한다"고 설명했다. '소개는 어떤 식이냐'고 묻자 "업소에서 아가씨들을 봉고차 같은데 픽업해서 호텔에 데려다준다"고 했다.
라오스와 한국 모두 성매매는 불법이다. 라오스 형법 제254조, 제260조는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성구매자는 3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 및 50만낍(한화 약 3만 원) 이상 300만낍(약 19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국 형법은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외국에서 성매매가 합법이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음식점·노래방·마사지숍으로 위장한 업소들이 단속망을 피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은 "최근 수년간 성매매로 단속된 우리 국민에 대한 라오스 공안당국의 통지는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현장의 이야기는 다르다. 최 씨는 "경찰에 돈을 주면 다 풀려난다. 단속이 돌면 교민들 사이에서 소식이 다 돈다. 그렇게 몇 주 조심하고 만다"고 했다. 20년 넘게 아동 인신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온 라오스 현지 NGO의 통(익명) 활동가는 "성매매 산업은 국가에 돈이 되기 때문에, 당국이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한다"고 했다.

성구매자 송출국이 된 한국
한국은 2010년대부터 국제사회로부터 여러 차례 동남아시아에서 성매매·아동성착취의 주요 수요국으로 지목돼 왔다. 미국무부가 매년 발행하는 '인신매매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는 2010~2012년 한국을 동남아시아 지역의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 고객으로 규정했다.
라오스가 성매매 관광지로 부상한 것은 2014년 이후다. 같은 해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을 계기로 라오스는 새로운 동남아 여행지로 주목받았고, 관광객 증가와 함께 한국계 성매매 업소도 빠르게 늘었다. 성매매 후기 사이트 등에서는 '어리고 때 묻지 않은 풋풋한 라오스 여성을 만날 수 있다'며 성매매 수요를 부추겼다. 2019년 아동 성착취 근절 국제 네트워크 엑팟(ECPAT)은 유엔 인권이사회 UPR 시민사회 의견서에서 "한국 남성이 라오스 내 아동성착취의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주라오스 한국대사관도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여행객들이 해외 성매매에 연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며 '해외 성매매 금지' 공지를 게재했다.

'한국형 성매매'를 라오스에 이식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남성이 라오스에서 단순히 성매매를 한 것을 넘어 '한국형 성매매' 구조를 수출하고 사업화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부터 라오스에서 KOICA 라오스 여성폭력 예방 사업을 수행한 신그리나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 연구원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한국인들은 한국 성매매 업소의 구조와 특성을 그대로 라오스에 옮겨와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우미 항시 대기'와 같은 한국어가 붙은 간판, 1차(술, 노래)와 2차(성매매)가 결합된 운영 형태, '초이스' 문화 등 한국 성매매 업소의 특징이 라오스에 그대로 이식됐다"는 것이다.
'초이스' 문화는 한국 성매매 업소의 핵심 특징으로 꼽힌다. 신지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활동가는 "여성 선택지가 많을수록 가게의 급이 올라간다. 그런 문화가 동남아시아 성매매 업소에 적용되고, 업소들이 더 많은 성매매 여성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중략)
한국인들이 카르텔을 통해 K-성매매 산업을 키워갈수록 라오스 내 성착취 구조는 공고해진다. 문제는 성구매자들이 미성년자를 찾고,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미성년자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인신매매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가난한 지역의 여아들은 착취의 대상이 된다. 통 활동가는 "성매매 산업이 라오스 내 인신매매를 키웠다"며 "한국인도 그 공범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2024년 미국무부가 발간한 '인신매매 보고서'에 따르면, 라오스 정부는 2023년 인신매매 피해자 168명을 파악했다. 이중 성착취 피해자는 149명(88.7%)이었는데, 145명이 여아였다. (2편에서 계속)
* 라오스는 라오인민혁명당이 통치하는 일당제 사회주의 국가로 정보가 제한된다. 현지에서 만난 취재원들의 요청으로 기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