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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납득할 만한 해명을 다시 내 놓으라!"
민주당 김용민 "당장 수사와 감찰 필요"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한국은행 관봉권 출처를 추적할 단서를 전부 유실한 사실이 18일 밤 KBS 단독 보도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돈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범죄 은닉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작년 12월 서울남부지검은 건진법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현금다발 1억 6500만 원어치를 찾았는데 이 중 5000만 원은 개인에게 지급되지 않는 한국은행 '관봉권'이어서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검찰은 돈다발 출처 확인엔 실패했는데 그 이유가 황당하게도 검찰이 전 씨에게 압수한 돈다발의 출처를 추적할 단서를 전부 유실했다는 것이었다.
KBS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잃어버린 증거는 ▲관봉권 100장을 묶은 '띠지' ▲관봉권 10개 묶음을 비닐로 포장한 이후 붙이는 '스티커' ▲관봉권이 아닌 현금다발의 '띠지' 등 3가지이다. 관봉권 스티커와 띠지에는 △현금을 검수한 날짜·시간 △담당자 코드 △기계 식별 번호 △처리 부서가 적혀 있다. 시중은행 띠지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보통 검수관의 도장, 취급 지점 등이 포함돼 있다.
수사기관은 통상 띠지에 기록된 정보를 토대로 자금줄을 역추적한다. 그나마 검찰은 관봉권 '스티커'는 촬영해놨지만, 각 띠지는 흔적 없이 잃어버렸다고 한다. 한 수사 전문가는 "띠지에 지문이 남는 경우도 있다"며 "띠지에 담겨있는 정보는 물론 띠지 자체가 수사의 증거로 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티커의 경우 사진이 있어 다행히 추적된다고 해도, 실물이 없다면 법원에 가서 증명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피고인의 변호인이 해당 돈다발에 대해 압수한 현금이 맞냐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범죄 증거로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그런데 KBS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을 당시엔, 이 띠지와 스티커가 모두 있었다고 한다. KBS가 압수수색 영장과 수사보고서를 확인했더니, 건진법사 전 씨가 검찰청에서 "현금 압수를 확인한다"는 확인서를 쓸 당시, 전 씨 옆에는 띠지와 스티커가 붙은 현금다발이 함께 촬영됐다.
검찰은 KBS에 이후 압수물을 정식으로 접수하기 위해 현금을 다시 셌고, 이 과정에서 증거 일부가 유실됐다고 설명했다. 경력이 짧은 직원이 현금만 보관하면 되는 줄 알고, 실수로 스티커와 띠지를 버렸다는 것이다. KBS와 인터뷰를 한 수사 전문가들은 애초에 수사팀에서 압수물 접수를 정확하게 지휘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압수한 현금만 인계해선 안 되고, 현금은 물론 스티커와 띠지도 별도 증거로 분류하고 접수하도록 지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을 압수했을 때는 현금의 액수만 중요할 때도 있고, 압수했을 때 상태 자체가 중요한 경우가 있다"며 "특히 뇌물 사건의 경우 현금이 들어있던 종이가방 등도 수사의 주요 단서가 될 수 있어 원형 보존 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현금의 액수만 중요한 사건도 있기 때문에, 압수물 관리 직원에게 현금을 그대로 가져다주면 원형보존의 중요성을 잘 모를 수 있다"며 "압수물 관리 담당 직원의 책임으로만 몰고 갈 수는 없다"고 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검찰이 이 '띠지 분실'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압수수색을 하고 넉 달이나 지난 올해 4월 말이었다는 것이다. 건진법사의 현금은 띠지가 사라진 채로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 사건의 핵심 증거인 '돈다발'을 입수한 후에도 방치해놨다가 증거 훼손을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자금 추적의 단서는 사라진 후였다.
검찰은 그 직후 다급히 한국은행을 방문해 "관봉권 띠지에 대해서는 추적이 쉽지 않다"는 취지의 진술을 듣고 추적을 포기했다. 아울러 관봉권이 아닌, 시중은행에서 흘러나온 현금은 추적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범죄수사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에서 이런 초보적인 실수가 발생했기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범죄 은닉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애초에 건진법사의 자택에서 발견된 그 돈은 건진법사가 불법으로 조달한 대선자금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은행 돈으로 보전해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런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의 관봉권 띠지에는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3일 뒤인 2022년 5월 13일 한국은행에서 출고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관봉권 띠지 분실 사실은 지휘 계통을 거쳐 검찰 상부에 보고됐지만, 규정에 따른 감찰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당시 남부지검 수뇌부가 "일단 문제 삼지 말고 넘어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 압수물 사무 규칙에 따르면, 검찰은 압수물이 멸실·훼손·변질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건진법사의 현금 뭉치 같은 특수압수물은 월 1회 점검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검찰은 민중기 김건희 특검팀에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자금줄을 추적하지 못했으면서도, 해당 돈다발은 건진법사와 통일교 간 유착과는 관계없다고 결론짓고 특검에 이첩하지 않은 것이다.
KBS는 민중기 특검팀이 자신들의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띠지 분실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띠지 분실 사건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은 대표적인 친윤 검사로 꼽히는 신응석 전 검사장이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재직했고, 지난 정권에서 검사장까지 승진했다.
해당 사건은 대검찰청에도 보고됐지만 대검도 남부지검의 뜻대로 감찰 지시를 하지 않았다. 보고라인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이진동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인데, 이들과 신 전 검사장은 사건 인지 이후인 지난 7월 1일 나란히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신 전 검사장은 "수사가 진행 중에 감찰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한창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데 감찰하는 자체가 잘못하면 수사팀 사기가 떨어지고, 분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은 보류해 두고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감찰 여부를 판단해 보자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납득이 가진 않는다.
이어 KBS는 띠지 분실 발각 후 남부지검 내에서 수사팀과 사건과 내에 책임 소재를 두고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물론 니탓 내탓 하는 사이 검찰의 의무인 실체적 진실 규명의 가능성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사건에 가장 책임이 큰 남부지검은 그저 "이런 일이 발생해서 유감"이라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었다.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르면, 검찰이 자체 감찰을 수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법무부는 직접 감찰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금고에서 관봉권으로 추정되는 현금다발이 발견되면서 전 씨가 갖고 있던 '관봉권'의 출처로도 특검 수사는 확대될 수 있다.
이같은 소식이 들린 후 조국혁신당은 박병언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검찰의 건진법사 자택 관봉권 입수 사건에 대해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검찰이 이제서야 윤석열의 배후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는 것인가 주목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검찰은,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어 당시 대통령 윤석열의 직무집행이 정지되자, 황급히 윤석열 대선자금의 핵심 열쇠를 압수형식으로 취득한 후 증거를 인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공익의 대변자였는지, 범죄집단의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었는지 이 사건으로 판별될 것다. 납득할 만한 해명을 다시 내 놓으시라. 중립성 시비를 넘어, 대선자금 은폐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 것에 검찰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또한 "검찰의 증거인멸이자 범죄은닉"이라며 "당장 수사와 감찰이 필요하다. 증거물을 분실했다는 사람부터 감찰무마까지 모두 다 밝혀내고 처벌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