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90320?sid=001

고령화·건보 진료비 증가
공단 “2030년 준비금 바닥”
비급여·실손보험 체계 등
개편하며 국고 지원 늘릴 듯
고령화가 가팔라지고, 비급여·실손보험 등으로 인한 과잉 의료 행위도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내년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30년에는 누적 준비금도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고 지원을 늘리고, 비급여·실손보험 체계 및 수가 제도 개편 등으로 건보 재정 안정성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8일 진행한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등의 2024년도 결산 심사 및 2025년도 업무보고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건보공단이 최근 제출한 ‘건강보험 진료비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86조9544억원이던 건보 전체 진료비는 지난해 116조2509억원으로 늘었다. 4년 만에 약 29조2964억원(33.7%)이 증가한 것이다. 입원·외래·약국 진료비 중 외래 진료비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2020년 36조2148억원이었던 외래진료비는 2024년 51조5044억원으로 42.2%(15조2896억원)나 늘었다.
고령화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제도 전반에 재정 압박을 하고 있다. 보험료를 내는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데, 혜택을 받는 인구는 늘고 있어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건보 재정은 2026년 적자로 돌아서고, 보험료 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남은 돈을 적립해둔 누적 준비금도 2030년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보 지출이 늘어날 정책적 요인도 대기 중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고난도 수술·처치 등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간병비 급여화도 건보 재정이 필요한 정책이다.
정부는 빨간불이 켜진 건보 재정 안정성을 위해 국고 지원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건강보험 국고 지원 법정 비율 준수’를 주요과제로 제시했다.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까지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으나, 실제 지원은 매년 13~14% 수준이다. 건강보험료율은 최근 2년 연속으로 동결됐으나, 장기적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
근본적으로는 과잉 의료를 유발하는 의료 공급 체계 보완이 시급하다. 건강보험공단연구원이 2010~2022년 진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 진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가입자 수, 고령화율과 더불어 ‘요양기관 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고령화처럼 통제가 어려운 요인 외에 정책적 관리가 가능한 공급요인이 진료비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이 확인됐다”며 “이를 관리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급여·실손보험은 과잉 수요와 과잉 공급을 모두 유발하는 원인이다. 과잉 의료 행위를 유발하는 일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하는 등 지난 정부가 추진해온 비급여·실손보험 관리 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행위별 수가제’를 손보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개별 질환이나 환자가 아닌 진료·검사 건수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의료비 지불 체계로,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늘리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복지부는 국정기획위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환자의 건강성과 및 진료 효과에 따라 보상하는 ‘가치 기반 지불제’ 등 대안적 지불 제도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