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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1년에 181명, 여성의 죽음은 왜 국무회의에서 다뤄지지 않는가
11,102 20
2025.08.1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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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84633?sid=001

 

[주장] 정부 공식통계조차 없는 '여성살해'의 현실... 현행법 개정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대응해야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맞은 2023년 9월 14일 저녁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 연합뉴스


드디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가정폭력 전문 변호사 원민경 후보자의 이력을 보며 숨통이 트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에서 피해자 상담과 법률 지원 활동을 해온 변호사로, 2020년에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 동안 공석이었던 여가부 장관에 이제야 납득이 가능한 인사가 내정됐다.

그동안 여성 정책에는 한 마디로 구멍이 나 있었다. 광복절 특별 사면을 단일 안건으로 하는 국무회의는 특별하게 열렸지만 지난 보름 동안 뉴스 헤드라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스토킹 살인 범죄는 국무회의(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등이 모여 정부의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대통령실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죽음이 너무 많다"며 "올해가 산재 사망사고 근절 원년이 되게 하겠다"고 산재사망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회적 죽음에 움직이는 정치에 안도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입에서 또 다른 중대한 사회적 죽음이 언급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여성살해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언론에 보도된 스토킹 살인 범죄만 4건(미수 1건 포함)이었다. 이 중 전 연인이 저지른 범죄는 3건이다. 구조적 사망에 공감대와 감수성이 있는 대통령이 스토킹 살해에 관한 대책에는 구체적인 지시나 후속 일정이 없다. 지난 7월 31일 수석보좌관회의(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하는 참모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스토킹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관계 부처를 강하게 질타했다지만 "향후에 유사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대응해 주시기" 바란다는 당부가 전부였다.

의아했다. 왜 여성의 죽음은 '국무'로 다뤄지지 않을까.

2024년 한 해 동안 18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됐다. 최소 이틀에 한 명이 남성 파트너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사건을 분석해 집계한 최소한의 수치이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사건과 살인미수 사건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더욱 많을 것이다.

여성살해에 관한 정부차원의 공식 통계는 아직 없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실시되는 여성가족부의 여성폭력실태조사가 있을 뿐이다. '2024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상당수의 여성폭력 1순위 가해자는 (당시)배우자 또는 헤어진 연인이다.

전 연인에게 살해 당하는 여성에 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이는 지난 7월 발표한 '제2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의 2025년도 시행계획에 명시돼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교제폭력 공식통계뿐만 아니라 교제살인 등 선행 범죄 분석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뒤늦게 움직이는 경찰, 그러나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스토킹 범죄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8.5
ⓒ 연합뉴스


최근 경찰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늦었지만, 스토킹 관련 법률 개정에 시동을 건 것이다.

스토킹 살인 사건의 공통점은 그 배경에 경찰의 소극적 대응과 피해자 보호조치 현행 절차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스토킹 신고를 여러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거나, 경찰의 잠정조치(접근금지, 연락금지, 전자발찌 부착, 유치장 유치까지 단계별 조치 가능) 신청을 검찰이 기각하는 것이 되풀이됐다.

이에 경찰청은 스토킹 범죄 발생 초반에 보다 빠르게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기 위해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를 법원에 청구시 검찰을 거치지 않고 경찰이 직접 청구 하는 수사권 확대를 검토중이며, 스토킹 신고 후에도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보복범죄로 간주해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또한,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제작해 관련 입법 전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문제는 이와 같은 조치가 피해자 여성이 당장 겪고 있는 불안을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경찰 직권으로 이루어지는 긴급응급조치는 고작 '가해자의 100m 이내 접근 금지 및 전화·메시지 발송 금지'. 조처 위반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있지만, 살인을 불사하는 가해자들을 떠올려보자면 있으나 마나 한 처분이다. 피해자의 불안과 공포는 매시각 매초 진행중일 수밖에 없다. 가해자 전자발찌 부착, 유치장 구금 잠정조치가 적용되는 비율은 전체 스토킹 사건의 4.3%에 불과하다.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스토킹 범죄에는 강력한 잠정조치를 집행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가해자의 접근을 전면 차단할 수 있도록 체포 우선주의를 도입"하고 "임시조치(잠정조치)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조항을 강력히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가정폭력처벌법을 해체하라

여성가족부는 올해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의 범위를 규정하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전·현 배우자, 사실혼 관계는 가정폭력처벌법 적용을 받지만 연인 사이의 교제폭력을 규제하는 법은 따로 없었다는 점과, 교제폭력이 스토킹 처벌법의 조건에 맞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었다는 법적 사각지대에 관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개념은 한국 사회 내 이성애 중심 혼인 관계를 넘어서, 동성커플을 포함해 다양한 동반자 관계를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이러한 용어의 도입은 여성폭력방지법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처벌법에도 적용해 교제폭력 가해자 처벌에도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기 위한 법이라는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을 적극 해체하는 것이 우선이다. 친밀한 관계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폭력 양상을 다룰 수 있도록 '친밀한 관계에 의한 여성폭력'에 관한 법으로 전면 개정하는 것이 교제폭력을 명료하게 다루는 지름길이라는 이야기다.

대통령 말이 맞다. 이 나라에는 죽음이 너무 많다. 산업재해로 죽고, 대형 참사로 죽고, 자살로 죽는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죽는다. 공통점이라면, 막을 수 있는 죽음들이었다.

오랫동안 방기해온 사회적 죽음의 고리들을 끊어낼 시간이다. 대통령이 산재 감축을 국정과제로 발표했다. 지겹게 보고만 있어야 했던 여성살해에 관한 대책도 조금씩이지만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 지명된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이름을 바라보며 조금 희망을 가져본다. 부디 나의 여성 동료들이 쪼글쪼글 늙어 자연사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파트너로부터 죽임당하지 않고, 성범죄 피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그저 자연사 하는 것이 아직은 당연하지 않아서 말이다.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혼자 먼저 가지마,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우리 자연사하자

미미시스터즈의 노래 '우리, 자연사하자' 가사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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