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 원천점 가보니
연휴에도 조용한 점포 분위기
상인들 “매장 정리… 날벼락”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께 찾은 수원시 영통구 홈플러스 원천점. 광복절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었지만 점포 분위기는 삭막했다. 한때 약국 등 입점 매장으로 북적였던 1층은 곳곳에 공실이 눈에 띄었다. 지하 2층 식품관으로 내려가자 점포가 문을 연 시간에 맞춰 직원들이 피켓과 제품을 분주히 점검하고 있었지만,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점포 소식을 묻는 질문에 “폐점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언급하지 말라는 본사 지침이 내려왔다”면서 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본사의 폐점 통보(8월 14일자 12면 보도)에 난처한 것은 입점 점주들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15년째 이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65)씨는 전날 들려온 폐점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당장 세달 뒤인 오는 11월16일 점포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3개월 안에 매장을 다 정리하고 옮길 곳까지 찾아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며 “대형마트라 믿고 입점했는데 날벼락”이라고 토로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전날 임대료 협상에 실패한 15개 점포를 폐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중 3분의 1에 달하는 5곳(시흥·일산·안산고잔·수원원천·화성동탄)이 경기도내 점포다.
홈플러스는 폐점 대상 점포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불안을 표했다.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등 전례 없이 높은 강도로 자구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도내 폐점 대상 점포들은 직고용 직원 수만 500여명(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자료)에 달한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경비나 인건비 감축을 명목으로 점포 노동자들에게 희망 퇴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폐점 점포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일하더라도 20~30%가 결국 일을 그만둔다. 대부분 기피 업무에 배정돼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점은 사실상 직원 구조조정”이라고 꼬집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 결정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은 입점 점주들과 소통하고 있는 단계”라며 “직원들은 개별 면담을 거쳐 희망하는 점포로 발령, 고용안전 격려금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기사 ☞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9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