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윤나애의 녹색 미술관] 예술로 말하는 환경이야기: 대신 짊어진 꽃
5,182 0
2025.08.16 11:25
5,182 0

LuXMDg

 

[문화매거진=윤나애 작가]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지.”

주부들 사이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말이 있다. 집안일을 분명히 했는데 치워도 치워도 지저분해지는 집안을 바라보며 절로 튀어나오는 그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줄기차게 들었던 문장이며 결혼 후에는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물론 치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내가 쓰긴 했지만 그렇게 더럽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아직 치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혹은 귀찮아서, 내가 만든 쓰레기지만 그걸 내 손으로 치우긴 싫어서… 그래서 직접 치우기보다는 가족 구성원에게 미루거나 돈을 내고 다른 사람이 대신 치우게 하기도 한다. 친구들끼리 모여 이 자조적인 이야기로만 나누었던 일상은 사실 오늘날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를 설명하는 축소판처럼도 보인다. 

유럽과 북미 등 일명 선진국에서 분리수거 된 플라스틱은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수출된다. 그러나 그중 많은 양은 실제 재활용이 불가능한 혼합 쓰레기거나 이미 오염된 플라스틱이다. 현지에서는 그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어서 마을 근처에 묻거나 불법 소각한다. 그 잿더미는 다시 땅을 오염시키고 강을 막아서 사람을 병들게 한다. 선진국에서는 물건을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쉽게 쓰레기를 만든다. 직접 분리하고 태우고 묻는 일은 그 쓰레기를 만든 적조차 없는 사람들의 몫이다. 쓰레기를 만든 나라는 깨끗해진다. 돈이 없어서 쓰레기를 수입한 나라는 더러워진다. 이런 불합리함은 쓰레기처리 문제뿐만이 아니라 기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다. 그들은 산업화와 대량소비를 통해 부를 축적했고 그 과정에서 수백 년 동안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인한 기후 위기의 직격탄은 개발도상국, 저지대 섬나라, 기후 난민, 빈곤층에게 먼저 닿는다. 폭염, 가뭄, 홍수, 식량위기, 질병 등등. 당사자들은 가장 적게 만든 재앙이지만 가장 취약한 이들이 먼저 겪고 있는 것이다. 

이 현실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의 ‘꽃을 나르는 사람(The Flower Carrier, 1935)’을 떠오르게 한다. 멕시코 혁명 이후 민중의 삶과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대담하게 그려낸 거장, 디에고 리베라는 예술이 일부 계층의 소유물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공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화려한 색채와 단순한 구성 안에 깊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림 속 남자는 커다란 꽃바구니를 등에 지고 그 무게 때문에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땅을 딛고 있다. 그의 곁에는 한 여인이 꽃바구니를 고정하기 위해 밧줄을 묶어주고 있다. 이처럼 디에고 리베라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누군가의 소비를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고도 강하게 말한다. 

꽃은 자연 속에 있을 땐 가볍고 자유로운 이미지이지만 누군가의 노동과 희생을 통해 운반되는 상품이 되는 순간 무거워진다. 우리가 누리는 아름다움은 종종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고된 노동 위해 세워져 있다. 꽃의 무게는 물리적 무게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불평등이 만든 무게이다. 아름다움을 누리는 자와 그것을 지탱하는 자는 다르다. 

“누가 더럽혔고 누가 치우고 있는가.”

환경은 더 이상 개인의 도덕 실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소비한 이들이 가장 많이 책임져야 한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국가들이 더 많은 기후 위기 대응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든 기업들이 그 폐기물의 처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일 때 더 빠른 회복의 속도를 가질 수 있다. 백날 분리배출하고 에너지를 아껴도 선진국에서 날리는 전용기 한 번이면 허무하게도 의미 없어진다. 

https://www.munwh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06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칸 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이후 국내 단 한번의 시사! <군체> IMAX 시사회 초대 이벤트 494 05.04 42,48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38,69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355,35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13,82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646,55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09,73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64,58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67,00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9 20.05.17 8,680,60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0 20.04.30 8,570,94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20,123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60577 이슈 파워FM 30주년 특집 패밀리위크 16:52 0
3060576 기사/뉴스 [속보] 주미한국대사관, '쿠팡 서한'에 답신‥"쿠팡 조사는 공정" 16:51 120
3060575 이슈 루이바오 후이바오 카메라 삼각대도 설치.jpg 5 16:50 347
3060574 이슈 드디어 하트시그널 감성 난다는 이번 시즌 커플 4 16:49 516
3060573 이슈 진드기 방지 옷 후기 귀엽다 엄청 귀엽다 4 16:49 587
3060572 유머 타 아이돌 보다가 팬매와 아이돌에게 잡도리 당하는 팬들 16:49 273
3060571 이슈 난 삼전 다팔았다 아무리 봐도 내가 맞다 21 16:46 2,626
3060570 유머 세상에서 코르티스 레드레드 젤 잘즐기는 것 같은 사람들 4 16:46 377
3060569 이슈 이효리 요가복 브랜드 '부디무드라' 새로운 캠페인 화보 14 16:45 980
3060568 이슈 윤아 닮아서 화제인 외국인 4 16:45 705
3060567 이슈 베를린 강가에서 부르는 0+0 | 존트럴파크 (원곡: 한로로) 3 16:44 74
3060566 정치 부산 북갑…하정우 38% 박민식 26% 한동훈 21% [여론조사] 16:44 199
3060565 이슈 덬들이 생각하는 백상예술대상 방송부문 최우수 연기상 수상자는? 22 16:43 394
3060564 기사/뉴스 [속보] 이란 외무 "호르무즈 개방 조속 해결 가능‥中 역할 기대" 〈中외교부〉 4 16:41 315
3060563 기사/뉴스 [단독] 노홍철X최강록, MBC 새 예능서 뭉친다…"극E와 극I의 만남" 18 16:41 719
3060562 기사/뉴스 [속보] 中왕이 "이란 핵무기 개발 않겠다는 약속 높이 평가" 16:40 171
3060561 기사/뉴스 [단독]'당사자 알권리'..남경주 성폭력 피해 제자, 재판기록 열람 신청 3 16:40 488
3060560 기사/뉴스 [단독] “누구 탓인데”…티몬, 회생 지연 원인 ‘피해자 민원’ 지목 논란 2 16:37 573
3060559 정치 김어준이 과외해주는 그대로 하는 것 같은 조국 59 16:36 1,420
3060558 이슈 있지(ITZY) 류진 X WAVES 6 16:35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