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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윤나애의 녹색 미술관] 예술로 말하는 환경이야기: 대신 짊어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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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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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윤나애 작가]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지.”

주부들 사이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말이 있다. 집안일을 분명히 했는데 치워도 치워도 지저분해지는 집안을 바라보며 절로 튀어나오는 그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줄기차게 들었던 문장이며 결혼 후에는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물론 치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내가 쓰긴 했지만 그렇게 더럽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아직 치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혹은 귀찮아서, 내가 만든 쓰레기지만 그걸 내 손으로 치우긴 싫어서… 그래서 직접 치우기보다는 가족 구성원에게 미루거나 돈을 내고 다른 사람이 대신 치우게 하기도 한다. 친구들끼리 모여 이 자조적인 이야기로만 나누었던 일상은 사실 오늘날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를 설명하는 축소판처럼도 보인다. 

유럽과 북미 등 일명 선진국에서 분리수거 된 플라스틱은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수출된다. 그러나 그중 많은 양은 실제 재활용이 불가능한 혼합 쓰레기거나 이미 오염된 플라스틱이다. 현지에서는 그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어서 마을 근처에 묻거나 불법 소각한다. 그 잿더미는 다시 땅을 오염시키고 강을 막아서 사람을 병들게 한다. 선진국에서는 물건을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쉽게 쓰레기를 만든다. 직접 분리하고 태우고 묻는 일은 그 쓰레기를 만든 적조차 없는 사람들의 몫이다. 쓰레기를 만든 나라는 깨끗해진다. 돈이 없어서 쓰레기를 수입한 나라는 더러워진다. 이런 불합리함은 쓰레기처리 문제뿐만이 아니라 기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다. 그들은 산업화와 대량소비를 통해 부를 축적했고 그 과정에서 수백 년 동안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인한 기후 위기의 직격탄은 개발도상국, 저지대 섬나라, 기후 난민, 빈곤층에게 먼저 닿는다. 폭염, 가뭄, 홍수, 식량위기, 질병 등등. 당사자들은 가장 적게 만든 재앙이지만 가장 취약한 이들이 먼저 겪고 있는 것이다. 

이 현실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의 ‘꽃을 나르는 사람(The Flower Carrier, 1935)’을 떠오르게 한다. 멕시코 혁명 이후 민중의 삶과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대담하게 그려낸 거장, 디에고 리베라는 예술이 일부 계층의 소유물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공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화려한 색채와 단순한 구성 안에 깊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림 속 남자는 커다란 꽃바구니를 등에 지고 그 무게 때문에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땅을 딛고 있다. 그의 곁에는 한 여인이 꽃바구니를 고정하기 위해 밧줄을 묶어주고 있다. 이처럼 디에고 리베라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누군가의 소비를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고도 강하게 말한다. 

꽃은 자연 속에 있을 땐 가볍고 자유로운 이미지이지만 누군가의 노동과 희생을 통해 운반되는 상품이 되는 순간 무거워진다. 우리가 누리는 아름다움은 종종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고된 노동 위해 세워져 있다. 꽃의 무게는 물리적 무게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불평등이 만든 무게이다. 아름다움을 누리는 자와 그것을 지탱하는 자는 다르다. 

“누가 더럽혔고 누가 치우고 있는가.”

환경은 더 이상 개인의 도덕 실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소비한 이들이 가장 많이 책임져야 한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국가들이 더 많은 기후 위기 대응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든 기업들이 그 폐기물의 처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일 때 더 빠른 회복의 속도를 가질 수 있다. 백날 분리배출하고 에너지를 아껴도 선진국에서 날리는 전용기 한 번이면 허무하게도 의미 없어진다. 

https://www.munwh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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