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서울 한복판에 미스터리한 건물 '딜쿠샤'
7,962 51
2025.08.15 01:26
7,962 51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나는 1923년에 태어났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90년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나는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사람들은 내 이름이

'딜쿠샤'라는 걸 잘 모른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동네사람들은 나를

'귀신이 나오는 집'이라고 한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내가 있는 곳은 서울 한복판.

종로구 행촌동 1번지.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내가 이 언덕 위에 맨 처음 지어진 집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내가 지내온 90년동안의 세월과

오래 전 나를 기억하는 그리운 사람들의 이야기.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바다 건너 미국땅에

나의 오랜 친구 브루스가 살고 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브루스의 어머니 메리와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아버지 앨버트가 나의 첫 주인이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무엇이 신기한지 내가 나이가 들수록

나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내가 빈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내 품 안에는 여러 사람이 산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가수 억순이 말고도

창문마다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모두 열 다섯 가족이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90년전 나의 첫 주인 앨버트가 서재로 쓰던 방에

한 가족이 들어오고.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거실을 쪼개어 세가족.

침실과 부엌을 쪼개어 다섯 가족.

그렇게 식구들이 점점 늘어났다.

 

주민들은 가스도, 전기도, 화장실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이 언덕 위에 살았던 은행나무는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90년 전 인왕산을 산책하던

메리와 앨버트는 이 은행나무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그래서 그 옆에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었다.

 

 

 

그들은 내게

'딜쿠샤'라는 이름을 주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그렇게 일본이 지배하던 한국 땅에

서양인 부부가 짓고, 인도이름이 붙은

기이한 운명으로 태어났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나의 첫 안주인이었던 메리는

영국의 배우이자 화가였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미국인이었던 앨버트와 결혼하면서

한국 땅에 정착하였다.

 

 

그의 하나뿐인 아들 브루스는

3.1운동 바로 전 날

한국의 독립선언서 위에서 첫 생을 맞았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기자였던 앨버트는,

아들의 요람 밑에서 발견한 독립선언서를

일본 경찰 몰래 빼냈고

세상에 알렸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한국과 독특한 인연을 맺으며

인생을 시작한 브루스는,

내 품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언덕 아래 풍경은 평화로웠지만

사람들 삶은 그렇지 않았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경복궁은 주인을 잃어버렸고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대신 이 거리를 지배하던 것은

거대한 조선총독부였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마주보이는 남산 한가운데에는

일본 신사가 있었다.

 

 

나는 언덕 위에서

이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한국인들을 지켜보았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흰옷을 입은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지배당하고 있었고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나라를 되찾으려는 젊은이들이

총독부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내가 태어나던 그 해에도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젊은이가

일본군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김주사(김상언)는 나를 돌보던 한국인 집사였다.

 

고종의 통역관으로 일했던 그는

나라를 빼앗긴 후 몰래 독립운동을 도왔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앨버트는 그런 김주사를 지지했고, 존경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앨버트가 한국땅을 돌아다니며

독립운동에 관한 기사를 쓰는 동안

메리는 그녀가 지켜본 한국인들의 표정을

그림으로 그렸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브루스가 나와 살지 못하게 된 것은

전쟁 때문이었다.

 

그는 태평양 전쟁에 의해

그 이후 나에게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전쟁으로 나의 운명도.

메리와 앨버트의 운명도 바뀌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전쟁이 일어나자

일본정부는 미국인 요주의 인물이었던

앨버트를 감옥에 가두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메리는 6개월동안

가택연금된 채 일본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이 땅에서 추방당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1945년 8월 15일

전쟁은 일본의 패전으로 끝났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태극기가

자유롭게 거리에 휘날렸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이 땅이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가자

나도 나의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앨버트는 그의 소원대로

서울 양화진 묘지에 묻혔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그리고 지난 90년 시간동안

가장 아팠던 죽음의 나날들을 나는 기억한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나라를 되찾은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비극이 거리를 찾아왔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한국 전쟁이 일어났고,

군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거리는 잿더미로 변해갔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서울의 주인이 여러번 바뀌는 동안

보금자리와 가족을 잃은 사람이 늘어갔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나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언덕 위에 살아남았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누군가에겐 희망의 궁전이었고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누군가에겐 고향이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그리운 메리는,

내가 가난한 한국인들의

희망의 궁전이 되어주길 바랐다.

 

 

나는 그녀의 소망을 언제나 지키고 싶었다.

 

 

 

 

%25EC%2584%259C%25EC%259A%25B8%2B%25ED%2

 

 

 

그리고,

 

복원 되어 역사 전시관이 된

딜쿠샤 기쁜 마음의 궁전

 

 

14.png

SE-48e36da2-29dd-44d1-8663-df4271842d57.

SE-61b357ee-6c96-4611-bd2b-d3b3eaf9738d.

5.png

4.png

3.png

(전시관 사진 출처 국가보훈처 블로그)

 

 

다큐 공감

(2013년 8월 13일 방송)

목록 스크랩 (6)
댓글 5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선정 시 최대 100만원] 커뮤니티 하는 누구나, 네이버 라운지의 메이트가 되어보세요! 194 12.26 10,63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8,76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84,48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8,70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02,302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4,25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5,09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3,73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1 20.05.17 8,580,5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70,07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95,39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4883 이슈 올해 특히 업계에서 연기평 되게 좋았던거같은 여배우 2 01:41 406
2944882 이슈 오늘 응팔 예능에서 박보검 나이 듣고 놀라는 김선영 1 01:35 1,099
2944881 이슈 아기 해달 새로운 이빨 날때 모습 8 01:34 599
2944880 유머 고양이가 싫어하는걸까? 4 01:34 417
2944879 이슈 백금발 파랑렌즈 조합으로 겨울나라 공주 같았던 엔믹스 해원 가요대전 비주얼.jpg 2 01:30 465
2944878 이슈 썸네일이 충격적이라는 여아이돌 데뷔 무대 4 01:29 1,054
2944877 이슈 8년전 오늘 개봉한, 영화 “1987” 3 01:21 348
2944876 이슈 블라인드 뒤집어졌었던 프로포즈 후기 25 01:19 3,985
2944875 유머 고민상담의 가장 좋은 친구 2 01:15 881
2944874 이슈 의외의 피쳐링 라인업이 나와서 해외 팬들 놀란 몬스타엑스 주헌 솔로 앨범 7 01:13 891
2944873 유머 장기용 육아에 지친 애아빠미 ㄹㅈㄷ 4 01:12 1,696
2944872 유머 손종원 요리는 보면 바로 안다는 최현석 22 01:09 3,887
2944871 유머 ㄹㅈㄷ 트민남이라는 아이돌 6 01:08 1,665
2944870 이슈 올데프 애니가 올해 추천한 아이돌 노래들 6 01:08 1,134
2944869 이슈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단 한점의 국보를 위해 마련된 공간, 백제대향로관 30 01:02 2,263
2944868 유머 조현아에게 키링을 받은 원희의 반응 12 00:59 1,737
2944867 팁/유용/추천 여자들아 세상에 나만 혼자인거같고 다 끝난거같고 남들은 잘되는데 나만 안되는거같고 12 00:58 2,755
2944866 이슈 그나마 직장다녀서 사람꼴 하고 사는구나 싶은 사람들 44 00:58 4,733
2944865 기사/뉴스 택시 문 닫아주고 3만원…자율주행차가 만든 신종 ‘꿀알바’ 6 00:57 1,722
2944864 이슈 7년전 오늘 발매된, NCT DREAM “사랑한단 뜻이야” 4 00:54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