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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페미니즘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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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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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84553?sid=001

 

[아이들은 나의 스승] 교실 극우화로 훼손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의 취지
▲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공원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 서부원

광복절 하루 전인 오늘(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기림의 날)'이다.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자신이 일본 군인들의 종군 위안부였음을 밝히며 당시의 참상을 폭로했다. 이날을 기리기 위해 2013년부터 시민단체에 의해 처음 제정되었고, 2018년부터 정부 지정 국가 기념일로 공식화되었다.

고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 직후인 1992년 1월부터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염원하는 집회가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이른바 '수요 집회'로 불리며, 단일 주제로 진행되는 집회 중 세계 최장기간 기록을 매주 경신하는 중이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요 집회' 1,000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게 '평화의 소녀상'이다. 처음엔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평화비를 세울 계획이었으나, 종군 위안부로 끌려갈 당시를 형상화한 소녀상으로 디자인이 수정되며 '평화의 소녀상'으로 불리게 되었다. 정의기억연대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현재 국내에 144개, 해외에는 32개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기림의 날'은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되도록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고, 아예 일제강점기 말 강제 징용과 징병 내용과 한데 묶어 별도의 단원처럼 편집된 교과서도 있다. 일제의 만행을 인권 침해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아이들의 관심도 뜨겁다.

역사를 암기 과목이라며 시큰둥해하는 아이들도 '기림의 날'의 의미는 잘 알고 있다. 모르긴 해도, 3.1 운동과 6.10 만세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등 날짜가 명시된 사건들을 제외하면, 일제의 침략과 관련된 기념일 중 아는 거라곤 10월 25일 '독도의 날'과 바로 오늘 '기림의 날'뿐일 테다. 학교마다 나름의 기념행사나 계기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극우 세력 준동과 맞물려 '기림의 날'에 무관심한 학교

 
▲  대구 희움 위안부 역사관 내부 벽면에 빼곡하게 걸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전 모습
ⓒ 서부원

그런데, 근래 들어 '기림의 날'을 맞는 학교 안팎의 분위기가 무관심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뜨뜻미지근해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동아리 활동으로 부러 시간을 내어 인근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헌화하기도 하고, 교내에서 팔찌 등의 기념품을 나누는 모습도 드물지 않았다. 조회 때 담임교사의 '기림의 날' 관련 훈화는 없다면 외려 어색할 정도였다.

언제부터인지 명확하게 선을 긋긴 어려워도, 대체로 우리 사회 곳곳에 극우 세력이 준동하던 시기와 겹친다. 극우 유튜버가 버젓이 정부의 고위공직자로 발탁이 되고, 극우적 주장이 거리낌 없이 공중파 방송을 타면서, 학교에서조차 '기림의 날'이 반일 분위기를 조장하는 주범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들불처럼 번진 맹목적인 혐중 정서도 이를 더욱 부추겼다.

지난 2023년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요구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안'이 발표되며 '기림의 날'이 새삼 주목받긴 했지만, 예년의 열기만큼은 아니었다. 국가보훈부의 느닷없는 '이승만 재평가' 붐을 타고 영화 <건국 전쟁>까지 개봉되면서 '기림의 날'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바야흐로 극우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제3자 변제안'은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일본의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조치였다. 되레 그는 "2018년에 그동안 정부 입장, 정부의 1965년 한일 협정의 해석과 다른 판결이 선고됐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당시 아이들의 입에서조차 '일본 총리 윤석열'이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제3자 변제안'을 두고 "대통령의 결단은 미래로 가자는 대승적 판단"이라며 두둔했다. 개신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보수 언론까지 합세하여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와중에 '기림의 날'은 한일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을 방해하려는 종북좌파 세력의 몸부림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급기야 '수요 집회'가 극우 세력에 의한 맞불 집회로 자리를 빼앗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립'을 표방한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 옳고 그름의 기초적인 판단조차 배제한 채 극우 세력의 손에 꽃놀이패를 쥐여준 꼴이 됐다. 언론에 비친 양비론과 양시론 속에 '수요 집회'가 지닌 역사적 의미는 시나브로 퇴색되어 갔다.

'기림의 날'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반드시 강조되어야 할 역사적 책무였지만, 윤 전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였던지 취임 이후 일절 언급이 없었다.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의 과거사 문제를 그저 '부끄러운 역사'로 치부하는 듯했다. 그는 입만 열면 '과거는 잊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부르댔다. 광복절 경축사에 뜬금없이 '종북 반국가 세력'이 등장한 배경이다.

 
▲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노란 리본 팔찌와 대구 희움 위안부 역사관에서 만든 파란 팔찌를 늘 보란 듯이 차고 다니지만, 요즘엔 이것의 의미를 묻는 아이들이 드물다. 팔찌 속 영문은 '그들의 소망을 당신과 함께 꽃피운다'는 의미다.
ⓒ 서부원

그즈음 극우 세력의 영향력은 학교에서도 독버섯처럼 퍼져 나갔다. 아이들의 손에 쥔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는 일베나 팸코와 같은 극우 사이트와 유튜브에 의해 점령당했고,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뉴스와 오락은 물론, 역사도 유튜브를 통해 공부하는 시대가 되었고, 더는 교과서가 쓸모없어졌다.

교과목 중에 극우 세력의 주요 공격 대상은 역사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관점과 해석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교과서에 수록된 정설을 대놓고 비튼다. 이승만이 공산화를 막아낸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이고, 박정희가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든 위대한 지도자라는 주장을 펼친다. 나아가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변명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역사 해석의 자유'를 강조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역사는 늘 정치권력의 입맛에 봉사해 왔다면서 역사에는 정설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스스로 '상대주의적 역사관'으로 명명하면서, 교과서의 내용을 부정한다. 그들은 교과서에서 이승만과 박정희의 과오가 부풀려졌고, 친일파의 공적에 대해서도 서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실의 극우화는 '기림의 날'을 '페미니즘 기념일'로 여기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역사적 소재를 활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의심한다. 지난 2018년 '기림의 날'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하다. '기림의 날' 기념식 참가자 중엔 페미니스트들이 태반이라는 황당한 소문마저 횡행한다.

 
▲  모든 역사 교과서마다 수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내용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하도록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다.
ⓒ 서부원

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기림의 날' 되살려야

이른바 '응원봉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기림의 날'이다. 비록 내란 세력 척결과 민생 경제 회복, 검찰 개혁, 사법 개혁 등 시급한 현안 국정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찬밥 신세였던 '기림의 날'이 다시금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당장 윤 전 대통령이 없앤 광복절 경축사에서 '기림의 날'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 시내 곳곳엔 각 정당과 시민단체의 이름을 내건 광복 80주년 경축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작년 79주년 땐 볼 수 없었고, 내년 81주년 때도 볼 수 없을 풍경이다. 이맘때쯤 더 기억되어야 할 '기림의 날'이 광복 80주년으로 인해 가려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되레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으로 잊혔던 '기림의 날'이 떠올랐다는 지인의 말이 아이러니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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