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96/0000092056?sid=001
스토킹·접근금지 명령 획득 경험, 여성의 장기적 심장 건강과 연관
스토킹을 당했거나 접근금지 명령을 획득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이후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를 이끈 미국 하버드 T.H. 찬 공공보건대학의 역학 연구원 레베카 B. 론 박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흔하지만, 폭력이 여성의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널리 인식되고 있지 않으며 의료 전문가 또한 심혈관 위험 요인으로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전통적인 심혈관 위험 요소를 넘어, 잘 알려지지 않은 폭력 유형과 심장 건강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간호사 건강 연구 II(Nurses' Health Study II) 참가자 6만 60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모두 2001년 당시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으며,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나 접근금지 명령을 획득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자가 보고 형식으로 제공했다.
조사 결과, 연구에 참여한 여성 중 약 12%가 스토킹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약 6%가 접근금지 명령을 획득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들 중 약 3%가 연구 기간인 20년 동안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새로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해 보니, 스토킹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41%, 접근금지 명령을 획득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7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심장마비나 뇌졸중 진단을 받은 여성은 스토킹을 당했거나 접근금지 명령을 획득한 경험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스토킹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초래하며, 이로 인해 신경계와 혈관 기능, 기타 생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잠재적 메커니즘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밝히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론 박사는 "스토킹은 신체적 접촉이 없어 덜 심각하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스토킹 경험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킹과 접근금지 명령이 여성의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와 의료 전문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폭력 경험이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인 해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여성에게 필요한 지원과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대 그로스먼의대 사라 로스 소터 여성 심혈관질환 연구소의 하모니 R. 레이놀즈 소장은 이번 연구에 대해 "다양한 경험이 주는 스트레스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 연구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험이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참가자 대부분이 비히스패닉계 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해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스토킹 경험에 대해 자가 보고 형식을 취한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 학술지 《순환기(Circulation)》에 'Experiences of Stalking and Obtaining a Restraining Order Are Associated With Onset of Cardiovascular Events in Women: A Prospective Analysis in the Nurses' Health Study II(DOI: 10.1161/CIRCULATIONAHA.124.073592)'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