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씨네 리뷰] 자극 없어도, '여름 영화'로 충분하잖아…'악마가 이사왔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이상근 감독의 독특한 문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익숙한 장르 문법에 자신의 결을 덧입히며 다시 한 번 '비틀기'의 미학을 보여준다. '엑시트'가 '평범한 청년의 탈출'을 경쾌하게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외면받던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감독은 여전히 특별하지 않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변화에 따뜻한 조명을 비춘다.
배우들의 활약도 인상 깊다. 임윤아는 '낮의 선지'와 '밤의 선지'라는 이중적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자칫 과장될 수 있는 설정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무해한 백수 길구를 연기한 안보현은 특유의 능청과 안정감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과하지 않아서 더 따뜻하고 귀엽다. 거칠게 밀어붙이지 않아도 어느새 그들의 변화를 따라가게 된다.
악인도, 비극도, 불쾌함도 없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이번에도 '여름 영화'가 꼭 거칠고 자극적일 필요는 없다는 걸 증명해낸다. 무해한 이야기로도 충분히 재밌고, 감동적이며, 스펙터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13일 극장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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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씨네리뷰] '악마가 이사왔다', '엑시트'와는 또 다른 맛
밤이 되면 악마로 깨어난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가져온 이 감독은 이번에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 흔치 않은 상황에 처하고 이를 헤쳐나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위에 더 짙어진 감성을 쌓아 올렸다. 또한 남녀주인공의 설레는 케미와 가족애는 놓치지 않고 눈살 찌푸리는 캐릭터는 등장시키지 않으며 무해하고 선한 영화를 완성시켰다.
작품을 이끄는 임윤아와 안보현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도 확실하다. 임윤아는 낮에는 평범하게 정셋빵집을 운영하다가 새벽에는 자신도 모르게 상급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는데 모든 걸 내던진 채 자칫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오글거리고 과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설정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극의 중심축으로서 제대로 활약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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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리뷰] 선의로 완성된 구원의 서사, <악마가 이사왔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코미디, 로맨스, 오컬트물의 특색을 아우른다는 것이 특징이다. 위기의 순간은 도래하지만 단순한 선악 구도 안에서 인물들의 관계를 풀어내지도 않는다. 악의를 가진 인물이 없고, 과도한 희생을 강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물들에게서 성장과 구원의 서사를 이끌어낸다. 자신의 이익과 연계되지 않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타인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인물들의 선함은 <악마가 이사왔다>를 추동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엑시트> 이전에 <악마가 이사왔다>의 각본을 먼저 집필한 것을 고려할 때, 이상근 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인물과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잠시간 단조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하나 선지, 길구의 독특한 새벽의 데이트가 담긴 <악마가 이사왔다>는 편안한 재미를 선사한다.
장르적 특성과 목적 전부 다르지만, <악마가 이사왔다>는 <엑시트>의 용남(조정석)과 의주(임윤아)가 재난 상황에서 취한 태도를 떠오르게 한다. 약자를 지나치지 않고 돕던 두 사람은 선지의 비밀에 귀를 기울이던 길구의 모습과 맞물린다. 이상근 감독의 두 장편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가 창작자로서 신뢰하는 인간의 선의에 관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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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이사왔다' 코믹 퀸 등극 임윤아 원맨쇼에 안보현의 선한 기운 한스푼[리뷰] 스포츠한국
이상근 감독은 이번에도 장르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일상 코미디의 가벼운 웃음 속에 인물들의 서사를 촘촘히 심어두고, 곳곳에 숨겨둔 복선이 풀리며 뭉클함도 덧입혔다. 후반 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가족애와 로맨스가 극의 깊이를 더한다. 덕분에 '악마가 이사왔다'는 단순한 웃음 폭탄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쾌한 힐링물'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