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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독립 만세' 함께 외친 두 소녀, 항일과 친일로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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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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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소재 기전여학교 학생 김인애·임영신·오순애·송귀내 등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우리 역사를 공부하자며 비밀결사 '공주회'를 결성한 때는 1915년 4월.


학교 당국에 조선의 역사를 가르쳐달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공주회는 김인애의 오빠 김인전 목사로부터 <동국역사>를 몰래 들여온 뒤 비밀리에 책을 베끼고 이를 돌려 읽으며 역사 의식을 높여갔다.

이러한 행위가 적발돼 '동국역사 필사' 작업이 중단되자 공주회 일원 오자현은 "자그만 힘이라도 모아 왜놈들을 골탕 먹이고 괴롭히자, 조금도 겁내지 말고 조국을 위해 무슨 일이건 하자"고 제안했고, 공주회는 또 다른 행동에 나선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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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맞섰던 어린 기전여학교 학생들의 만세 운동에 대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서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일본인 검사가 엄하게 심문을 했는데 학생들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하게 대답을 했는데 "우리들이 어찌 너희의 판결에 복종할 수 있겠느냐 너희는 우리 강토를 빼앗고 우리 부모를 학살한 강도들인데 반대로 삼천리의 주인인 우리에게 불법이라고 하니 옳지 못한 판결이다"' - 박은식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중>

한 목소리로 '독립 만세' 외쳤지만…항일과 친일로 엇갈린 운명

이렇듯 일제에 맞서 똘똘 뭉친 공주회였지만, 일부는 서서히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일본은 우리를 재판할 권리가 없다"고 외친 임영신은 일본과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난 후엔 조선임전보국단 부인대 지도위원으로 활동해 일제의 태평양전쟁을 적극 옹호하고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 행위에 나선 것이다.
 

1941년 10월 22일 경성 부민관에서 친일단체 조선임전보국단 결성대회가 열렸다. 1941년 10월 23일자 <매일신보>이미지 크게 보기

1941년 10월 22일 경성 부민관에서 친일단체 조선임전보국단 결성대회가 열렸다. 1941년 10월 23일자 <매일신보>

조선임전보국단은 이름 그대로 전쟁에 임하기 위한 단체로, 그 강령은 물질 근무 공출의 철저화, 국민 생활의 최저 생활화, 전시 봉공의 의용화였다. 국민은 최저 수준의 생계유지만 하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전쟁 물자로 공출하자는 취지다. 단체의 활동에 따라 교회당의 쇠 종, 집의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전쟁 물자가 됐다.

임영신은 1942년 2월 1일, 경성중앙방송국을 통해 <가정생활에도 결전 체제를 바란다>는 강연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일제의 전쟁을 옹호하고, 조선인의 참여를 독려했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민족 대표 중에서도 친일파가 생길 정도로 1938년 이후엔 지식인 상당수가 친일로 돌아섰다"며, 친일로 변모한 임영신의 행동을 "일본에 의한 세계 지배를 내면적 신념으로 받아들인 자의 전형적 태도"라고 평가했다.

임영신은 광복 후에도 이승만 정권의 2인자로 승승장구한다. 상공부장관으로 발탁되고 첫 여성 국회의원이 되는 등 윤택한 삶을 이어갔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이 물러난 후엔 <나는 왜 군사정권을 지지하는가>란 성명을 내며 5·16쿠데타를 옹호하기도 했다.

1948년 8월 5일  첫 국무회의를 마친 대한민국 초대 내각 아랫줄 왼쪽 두번째가 임영신, 여섯번째가 이승만.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제공이미지 크게 보기

1948년 8월 5일 첫 국무회의를 마친 대한민국 초대 내각 아랫줄 왼쪽 두번째가 임영신, 여섯번째가 이승만.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제공

'항일 소신' 굽히지 않은 대가…"어찌 살았는지 모를 어려운 삶"

반면 김인애는 학생 때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3.1만세운동 이후 일본의 요시찰 대상이 된 김인애 그리고 그 오빠 김인전 목사 가족의 삶은, 무릎꿇지 않는 신념으로 인해 피폐함을 벗지 못했다.

결국 김인전 목사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상해로 망명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으로 활동하다 1920년대에 객사한다. 김인애 지사의 가족은 김 목사의 동생 김가전 목사가 이끌었는데,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어려운 삶이었다"는 게 김인애 지사의 손자 김상수(78)씨의 회고다.

입에 풀칠만 가능할 정도의 처지였음에도 김인애는 소신을 지켰으며, 진학과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했다.

김인애는 학교에서 배운 일본어도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어를 모르는 줄 알았다'는 김씨의 아들 김진화씨는 생전 아래와 같이 회고했다.

"일본어를 못하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일제가 여성들을 정신대로 끌고 갈 때, 첫째 딸 김옥정도 정신대에 보내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유창한 일본어로 호통치는 모습을 보며 일부러 안 하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김인애는 가난한 이들을 돕고, 고아들을 모아 기르는 등 평생 이웃을 위해 살다 생을 마감한다. 김상수 씨는 "명절 때마다 우리 집 앞에 바가지를 들고 선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김치며 반찬, 곡물 등을 다 나눠주시고는 '올해는 다 끝났다'라고 하시던 할머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독립운동 안 한 조선인이 어디 있느냐"며 독립운동 사실을 밝히길 거부하고, 후손들에게도 굳이 말하지 말라 당부했던 김인애는 2009년이 되어서야 독립 유공자로 인정을 받고, 대통령 훈장도 받는다.

2009년 3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김인애 지사의 손자 김상수(78)씨에게 대통령 훈장을 전달하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이미지 크게 보기

2009년 3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김인애 지사의 손자 김상수(78)씨에게 대통령 훈장을 전달하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독립 영웅들 흘린 피와 눈물에 비례해 역사를 기억하고 담아내야

함께 독립을 외쳤지만 결국 일제의 손을 잡고 만 임영신과 평생 소신을 지킨 김인애의 엇갈린 삶은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친일 역사 청산의 문제를 가리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친일 문제에 대한 미완의 평가도 온전하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임영신의 친일 행위는 명백하지만, 친일인명사전엔 등재되지 않았다"며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여러 타협을 거쳐 친일파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재호 지부장은 이어 "국민의 역사 인식이 성장해 더 나은 사회적 합의를 마련한다면 임영신과 김인애 같은 인물이 재평가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친일파의 후손들이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려운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100년 전 어린 영웅들이 흘린 피와 눈물에 비례해 역사를 기억하고 담아내는 일은, 광복 8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여전한 숙제로 남겨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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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신(任永信, 1899년 11월 20일 ~ 1977년 2월 17일)은 한국의 교육자 및 정치인이다. 호는 승당(承堂). 충청남도 금산 출신이다. 영어 이름은 루이즈 임(Luise Yim)이다. 그녀는 친일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종사하였으며 이승만의 측근으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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