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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고가 투찰로 사업권 획득…경영책임 전가”
신라·신세계면세점 “결렬 시 철수하겠다”
신라·신세계, 중도 철수 시 각각 패널티 1900억 내야
1년 내 재입찰하면 사업수행 신뢰도 평가서 불이익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 ‘퍼퓸 아틀리에’ 전경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놓고 국내 면세점 사업자들과 갈등을 빚어온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업자들의 임대료 조정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2차 임대료 인하 조정에도 불참한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조정 결렬시 인천공항 철수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대로면 전례 없는 ‘인천공항 면세점 셧다운’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신라·신세계가 적자의 주된 이유로 조정을 요청한 현 임대료는 공개 경쟁입찰에서 사업자가 직접 제시한 금액이고, 계약서상 임대료 조정은 공항 운영 환경 변화로 매장 이전·축소·확장·신설·폐지 등의 경우에만 가능하다면서 임대료 인하 요구를 일축했다.
공사는 “신라·신세계는 각 사의 경영적 판단에 따라 최소수용금액 대비 투찰률 160%가 넘는 임대료를 제시해 10년간 운영권을 낙찰받았다”면서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받은 뒤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 취지와 공정성, 기업의 경영책임을 회피하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공사는 또 신라·신세계의 임대료 인하 요구가 현 계약서상 조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사는 “면세 사업자들은 중국 관광객 감소,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 등 시장환경 변화를 조정 요청 사유로 들고 있는데, 계약서 상 임대료 조정은 매장 이전·축소·확장·신설·폐지 등의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공사는 2개 로펌에 법률 자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8일 인천지법에서 열리는 제2차 조정회의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공사는 “신라·신세계가 조정 신청 근거로 제시한 민법 628조의 차임 감액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에 응하면 배임·특경경제범죄법 위반 소지가 있고, 수익을 내는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지난 입찰의 공정성 훼손, 향후 입찰에서의 부정적 영향 등이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면서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대료 조정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번 사안은 10년의 계약 기간(2023년 7월~2033년 6월) 중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과다 투찰에 대한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공항공사에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본질”이라면서 “사업자 요구대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임대료를 감액해준다면 향후 경쟁입찰에서 의도적으로 높은 투찰가로 사업권을 낙찰 받은 후 사후에 조정하고자 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계약법에 의해 엄중히 준수되어야 할 계약 절차의 공정성이 심각히 훼손되고, 사회적 약속인 공개 경쟁입찰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7월, 신라는 인천공항 1·2여객터미널의 DF1(향수·화장품), DF3(패션·부티크) 사업권을, 신세계는 DF2(주류·담배), DF4(패션·부티크) 사업권을 낙찰받았다.
당시 공개경쟁 입찰 과정에서 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금액은 사업권 당 DF1 5346원, DF2 5616원으로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8천987원(168%), 9천20원(161%) 등 비교적 높은 가격을 제시해 낙찰받았다.
이후 DF1과 DF2 사업권에 대한 누적 적자가 늘자 지난 4월 29일(신세계)와 5월 8일(신라)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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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앞서 삼일회계법인에 면세점 사업자 재입찰 시 형성될 임대료 수준을 측정해달라고 감정촉탁을 했으며 삼일회계법인은 현시점에서 재입찰이 진행되면 입찰가는 현재 수준 대비 약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최근 제출했다.
면세점 측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강경하게 나오고 있지만 “조정 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라·신세계면세점 법률 대리인은 “면세점 측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최대한 공사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사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신라·신세계면세점도 전면 철수에 무게를 두고 검토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덧붙였다.
만약 임대료 인하가 안돼 신라·신세계가 DF1·2 사업권을 중도 반납한다면 양사는 각각 1900억원의 패널티를 공항공사에 물어야 한다. 사업 기간 내 철수한 뒤 1년 내 공항공사의 재입찰 공고에 응찰한다면 정성 평가로 진행되는 5점 만점의 사업수행 신뢰도 평가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실제로 철수를 결정한다면 위약금을 감액해달라는 소송까지 제기하는 수순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측에서는 임대료 조정 불수용 사유로 배임 가능성을 들었지만, 법조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영자가 회사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해 경영상 판단을 내렸다면 단기적으로 조금 손실을 본 것이라고 해도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경영상 판단을 충분히 해보지 않고 법률 자문만 신청해 회신받은 결과로 배임 소지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날 공사 측의 기자회견 내용은 지난 6월부터 주장하던 내용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삼일회계법인의 감정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도 같은 주장을 지속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