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속한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박찬욱 감독이 작가 역할만 한 게 아니라 총괄 프로듀서, 연출도 맡았기에 역할의 모호함이 있다. 문제가 된 기간에는 아이디어 회의 차원이었지 대사를 단 한 줄도 쓴 적 없었다"며 "동료 작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선 이를 받아들여 비공개 경고를 권고했는데 이사회 차원에서 돌연 제명으로 통보했다. 이미 지난 4월에 끝난 사안"이라고 과정을 전했다.
통상 WGA 징계는 징계위원회(Trial Committee) 심사와 논의를 거쳐 그 수위를 이사회(Board)에 권고하고 이사회 차원에서 이를 결정한 뒤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이의가 있다면 30일 내에 항소가 가능하고 총회 투표를 거쳐 최종 징계를 확정하는 식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은 항소를 고민했지만 청문회 과정 자체가 매우 길고 한국에서 이미 <어쩔수가없다> 작업을 진행 중이었기에 항소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WGA에서 제명됐다고는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미국에서 활동을 못 하는 건 아니다. 이미 할리우드 프로덕션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해왔기에 특정 역할에 국한하거나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박찬욱 감독과 비슷한 시기에 집필 활동을 해 WGA 제명이 확정된 로마 로스(Roma Roth), 에드워드 드레이크(Edward Drake)는 적극적으로 항소했다. 로스는 파업이 시작된 이후엔 집필을 중단했다고 주장했고, 드레이크는 감독으로서 사소한 조정만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항소 과정을 거친 후 총회 투표에선 참가자의 54%가 제명 유지에 찬성했다. 로마 로스는 이런 결정 직후 "찬반 결정이 박빙이었던 그만큼 이사회가 투표에 부당 개입한 결과"라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줄리 부시(Julie Bush) 또한 일론 머스크를 소재로 한 작품을 파업 기간 집필한 건으로 자격 정지를 통보받았다. 그녀도 항소했으나 총회 투표에서 59표 차이로 패해 징계가 유지됐다. <버라이어티>를 통해 줄리 부시는 "찬성률이 90% 아래로 나온 걸 본 적 없다. 단 59표 차로 졌다는 건 그만큼 의미가 있다"며 해당 사건을 미국 노동부와 노동관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 의지를 밝혔다.
한편 박찬욱 감독과 돈 맥겔러는 오는 9월 말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어쩔수가없다> 각본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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