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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의 믿음
엄상백은 한화에서 전반기에 15경기에 등판하여 고작 64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승 6패 평균자책점 6.33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한화 마운드의 최대 약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한 후반기만 놓고 보면 자책점은 무려 18.47에 이른다.
이날 LG전까지 16번의 선발등판중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건 절반도 안 되는 7번이고 QS(퀄리티스타트)는 불과 2번이었다. 피안타율이 무려 .333에 WHIP(이닝당 출루허용율)은 1.78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전 구단 국내-외국인 주전급 선발 투수를 통틀어도 가장 최하위권의 성적이다. 가뜩이나 안치홍-심우준 등 한화의 FA 이적생들이 연이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엄상백은 그야말로 '올해 최악의 FA 먹튀'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엄상백이 등판하는 경기마다 조기 강판이 거듭되면서 한화의 불펜 운용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화는 고육지책으로 엄상백을 잠시 2군에 보내거나 7월부터는 불펜으로 돌리며 어떻게든 활용해보기 위하여 애를 썼지만, 구원투수로도 3경기 연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엄상배이 올시즌 등판한 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7월 26일 구원등판하여 2이닝을 소화했던 SSG전이 유일하다.
김경문 감독의 지나친 '믿음의 야구'도 독이 됐다. 한화는 이날 중요한 LG전을 앞두고 선발진에 고심이 많았다. 외국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로테이션상 LG전에 등판할 수 없었기에 류현진(8일)과 문동주(10일 예정) 등 국내 선발투수만으로 맞서야했다. 후반기 5선발을 맡았던 황준서가 최근 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되면서, 대체 선발이 필요했다.
하지만 조동욱, 정우주, 김범수, 이태양 등 여러 자원들이 있었지만 부진하던 엄상백을 고집한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엄상백이 예상보다 너무 일찍 무너지면서 한화는 또다시 불필요한 투수력 소모까지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추격조인 김종수가 4이닝 1실점으로 깜짝 롱릴리프 역할을 잘 해준 게 위안이었지만, 조동욱은 이번 주만 무려 4번째 등판이었고, 정우주는 7일 KT전과 8일 LG전에 이어 이날까지 3연투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등판한 4명의 한화 투수(조동욱, 김종수, 정우주) 중에서 선발인 엄상백이 소화한 이닝이 가장 짧았다는 건 투구내용의 아쉬움을 보여준다. 이미 전반기 막판부터 투수진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2군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음에도, 지치거나 부진한 주전들만 자꾸 고집하는 김경문 감독의 경기운영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