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혀둔 적금을 해지한 느낌이에요."
영화의 시작은 3년 전. 1년을 꼬박 준비하고, 만들고, 엎어지고, 수정하며 때를 기다렸다. 극장 개봉을 계획했지만, 무기한 밀리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낯선 시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K팝 아이돌 세계관과 전통 퇴마·액션 판타지를 결합 사례는 없었다. 팬층이 명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마디로, 선뜻 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글로벌 반응은 뜨거웠다. 넷플릭스 사상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을 기록했다. OST는 빌보드 메인 차트를 휩쓸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숨은 주역을 만났다. K타이거즈 안창범 대표, 'K타이거즈' 태미, 안무가 하성진. 각각 영화의 제작, 액션, 안무를 담당했다.

◆ 태미 | 재미보다, 진짜
안창범 대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 초창기 때 투입됐다. 처음 방향은 춤추며 싸우는 액션 위주의 이야기였다. 한국적인 안무 가이드를 잡는 데 일조했다.
안 대표는 "원래 헌트릭스의 무기는 검, 부채, 표창 등이었다. 자칫하면 다른 나라 풍 느낌이 날 것 같더라. 아예 고증해서 옛것 그대로를 가져왔다. 재미있게 보이는 거 말고,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액션 시퀀스에는 타임 테이블이 있었다. 액션을 짜야 하는 구간이 초 단위로 나뉘어 있었다. 안 대표는 "몇 분 몇 초까지 이런 동작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걸 세밀하게 쪼갰다"고 밝혔다.
한국적인 액션을 위해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걸그룹 태미가 나섰다. 태미는 모션 캡쳐 도구를 몸에 착용하고 동작을 완성했다. 실제 화면에는 감지한 움직임이 애니메이션 형태로 드러난다.
태미는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실전보다 화려한 액션을 요청했다. 3~4바퀴를 돌아서 발차기하는 등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액션 시퀀스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루미의 경우 뛰어옆차기, 돌려차기, 옆차기를 기본으로 한 액션을 완성했습니다. 1~2초 지나가는 움직임까지도 디테일하게 짜달라는 주문을 받았어요. 디테일하게 구간을 나눴습니다."
액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목욕탕 신이었다. 헌트릭스가 각자 무기를 들고 모이는 것부터 물에서 악귀의 움직임까지 태미의 모션을 땄다. 원래는 훨씬 긴 분량이었다.
안 대표는 "사자보이즈가 주먹을 날리면, 헌트릭스가 웨이브를 하면서 피한다든지, 굉장히 세세한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노래에 더 집중하면서 분량을 많이 쳐냈다"고 귀띔했다.

◆ 하성진 | 사자보이즈의 주인공
안무가 하성진이 사자보이즈의 안무를 담당했다. 그 역시 K타이거즈 멤버다. 레인즈, 원어스 등 보이그룹 안무가로도 활동 중이다. 음악과 모션 스케치 이미지를 보고 춤을 구상했다.
하성진은 "한 곡당 버전을 3개씩 준비했다. '유어 아이돌'의 경우 잼리퍼블릭, 리정의 안무와 함께 섞여서 완성했고, '소다팝'은 90% 이상 채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다팝' 노래를 들어보면 인트로에 캔 따는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가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캔을 따고 그 캔을 이용해서 무빙하는 안무로 완성했습니다."
'소다팝'의 경우 청량하고 따라 할 수 있는 안무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다. 이 역시 모션 캡쳐 도구를 착용하고 몸의 움직임을 따갔다. ('플레이브' 하민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어 아이돌'은, 스케치도 없었습니다. 저승사자 버전이라는 정보만 들었죠. 포인트는 영혼을 뽑아 가는 듯한 동작이에요. '이 노래로 인해 팬들의 영혼을 가져가겠다는 메시지를 손가락으로 표현했습니다."
후략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33/0000119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