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하면서 내가 좀 오만한 부분도 있어서 대본이 배우에게 빚졌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한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대본에 있던 필요이상의 무거움을 한예리가 덜었다. 일상적인 부분과 비밀이 있는 무거운 부분을 오가기가 어려웠을텐데 내가 이미지화하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보여줘서 놀랐다.
나는 그렇게 손을 자연스럽게 쓰는 배우를 처음 봤다. 예를 들어 엄마 요양원에 갔을 때 이어폰을 끼고 있다가 이어폰을 빼서 돌돌 말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신이 있었다. 대본에 지시된 건 아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이더라.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헬멧을 벗어서 돌려주는 신 역시도 그랬다. 아주 작은 디테일을 굉장히 잘 하더라.목소리와 표정 연기는 이미 많이 얘기됐지만 그 인물에게 빙의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은 동작들을 하는걸 보고 진짜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윤진명이 로비를 둘러본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잠깐 생각하다가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윤진명이 침대에 앉아 있다.
표정만으로는 감정을 알 수 없다.
다만 허벅지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무표정하던 윤진명이 혼자가 되고서야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드러낸다.
거울 속에 비친 윤진명은 힘들고 지쳤다.
한순간 울 것 같은 표정이 된다.
오토바이가 도착한다. 윤진명이 헬멧을 벗어 돌려준다.
https://img.theqoo.net/WbJgWm
https://img.theqoo.net/hDTNRV
윤진명이 울부짖는다.
그동안의 모든 울분과 분노가 쏟아진다.
결국 기진해서 바닥에 주저앉는다.
윤진명은 방전된 것처럼 벽에 기대 앉았다.
윤진명과 박재완만이 남았다.
윤진명 : (관절 인형 같다. 의지 없이 박재완에게 안긴다.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윤진명이 박재완을 향해 마지막으로 환하게 웃는다.
울 것 같은 순간 버스가 출발한다.
윤진명이 병실 앞에 선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문손잡이를 잡는다.
윤진명이 창밖을 본다. 어둠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