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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자괴감 들어"…배달원은 '화물 엘리베이터' 타라는 아파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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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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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67679?sid=001

 

배달원들 사이 퍼진 '천룡인 아파트' 논란
고급 아파트가 만든 '보이지 않는 벽'
"엘베 따로 타라고 할 때 정말 불쾌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남3구, 양천구, 용산구 일대 고급 아파트 단지들이 배달원과 택배기사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전용 동선을 지정하면서 '보이지 않는 계급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에어컨이 없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배달원 전용으로 지정하거나, 아예 엘리베이터 디자인을 입주민용과 다르게 만들었다. 심지어 오토바이의 단지 내 진입을 막아 정문에 세워두고 가장 안쪽 동까지 걸어가게 하는 단지도 있어, 배달원들이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배달원들은 "직업에 따라 차별받는 느낌"이라며 자괴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이런 아파트를 왕족이 산다는 데 빗댄 '천룡인 아파트'라 부르며 기피하고 있다.

◇"배달이 죄인가"…자괴감 빠진 배달원 120억 아파트의 민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우리나라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곳의 최근 호가는 120억 원에 달한다. 이곳에는 '출입 시 오토바이 키를 맡기라'는 지시까지 있으며, 입주민 전용 엘리베이터와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분리돼 있고 모양도 다르다.

이 아파트에서 4년째 본업과 배달을 병행하고 있는 40대 배달원 박모 씨는 "이 같은 구조가 정말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며 "배달앱에는 '수락률'이라는 게 있어서 거절도 못 한다. 정확한 주소가 아니라 근처만 보여 여기가 당첨되면 기분이 좋지 않다. 가기 싫어도 거절을 많이 하면 불이익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나도 서초구에 아파트 사는데 우리 아파트는 안 그런다. 우리가 더러운 사람도 아니고, 나쁜 직업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비 오는 날 물기가 떨어져서 엘리베이터가 미끄러워 화물용을 잠시 이용해 달라고 부탁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까지 구분하는 건 과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당 아파트의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사진=유지희 기자

해당 아파트의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사진=유지희 기자
3년 차 배달원 이모 씨(50)는 "여기 단지 내에서도 동마다 규칙이 다르다"며 "몇몇 동은 입주민 엘리베이터 타도 되는데, 다른 동은 무조건 화물용만 타야 한다. 같은 아파트인데 기준이 왜 이렇게 다른 건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경우는 아예 오토바이 키를 맡기라고 해서 맡긴 적도 있다. 더 황당한 건, 키 대신 에어팟 같은 고급 물건을 맡기면 분실 시 최대 보상금이 5만 원밖에 안 된다는 안내를 들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30대 배달원 최모 씨는 "가끔은 배달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빨리 다녀올 수 있어서 동선 분리 자체가 나쁘다고는 못 하겠다"면서도 "배달이 잘못된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경계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기분 나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배달이 무슨 나쁜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며 "돈 많다고 특별한 음식 시키는 것도 아니고, 다 똑같은 거 먹는 거 아니냐"며 고개를 저었다.

◇비 내리는데 왕복 10분 걸어…정문서 막힌 오토바이
비오는 날 정문 앞에 서 있는 오토바이/사진=유지희 기자

비오는 날 정문 앞에 서 있는 오토바이/사진=유지희 기자
호가 60억 원의 강남 다른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은 아파트 정문부터 오토바이 출입이 금지돼 배달원은 정문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무거운 음식을 들고 걸어야 한다. 반면 입주민들의 전동킥보드, 전동자전거, 자가용 차량 등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이날은 체감온도 30도의 고온에 습도 90%, 비까지 내리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배달원들은 무거운 배달 음식을 들고 왕복 10분 이상 걸어야 하는 길을 묵묵히 걸었다.

30대 배달원 이모 씨는 "정문 앞에 오토바이 대고 가야 하니까 너무 불편하다. 최소 10분은 더 걸린다. 배달 라이더들이 보통 15분에 한 건 하는데 여기서 10분 더 쓰면 그냥 한 건은 날리는 것"이라며 "아기들 있어서 위험하다면서 오토바이 못 들어오게 하는데, 입주민 차는 단지 안까지 쌩쌩 들어오는 건 아이러니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 씨는 "강남엔 이런 아파트가 많다. 근데 또 맞은편 브랜드 아파트는 오토바이 진입 허용한다. 그러니까 그쪽 배달은 반갑다"며 "그래서 이 아파트는 정문 앞에 있는 동만 가고, 안쪽은 아예 배달을 안 간다"고 했다.

비오는 날 걸어서 배달하는 배달원들/사진=유지희 기자

비오는 날 걸어서 배달하는 배달원들/사진=유지희 기자
20대 배달원 성모 씨는 이 단지에서 배달비를 500원 정도 더 받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콜 하나 못 받을 만큼 시간이 잡아먹히니, 그 정도 돈은 의미가 없다"며 "오토바이를 앞에 세워두고 안까지 걸어 들어가야 하니까 비 오거나 더운 날엔 진짜 힘들다"고 설명했다.

근처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70대 배달원 박모 씨는 "여기 아파트는 배달하는 사람들한테 진짜 너무 귀찮은 곳"이라며 "강남에 가끔 오토바이로 들어가게 해주는 아파트가 있는데, 그런 데가 정상인데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진짜 갑질이다. 몇 년 동안 배달 왔는데 바뀌질 않는다"고 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민들끼리 상의해 안전 문제로 배달 오토바이의 출입을 막은 것"이라며 "여기는 다른 아파트보다 아이들이 많고, 오토바이가 위험할 수 있어서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이 화물 엘리베이터 강제 이용, 오토바이 키 보관 요구, 분실 보상 한도 제한 등의 불편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 배달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폭염에 화물용 엘리베이터 에어컨도 안 나와"

 

사진=유지희 기자

사진=유지희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한 고급 아파트. 이곳 역시 입주민과 배달원의 동선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 배달원과 택배기사는 입주민과 다른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하며, 엘리베이터의 디자인마저 다르다.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현재 기준 60억 원을 호가한다.

해당 아파트의 경비 책임자 A씨는 "입주민 중 노인분들은 헬멧 쓴 배달원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분도 있고, 화물에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음식 냄새를 싫어하는 입주민도 있어서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일부 배달원들이 왜 우리만 차별하느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배달이나 택배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권고하는 거지 강제하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곳 배달원들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배달 2년 차인 김모 씨(45)는 "최근 화제가 된 한남동 고급 빌라 갑질과 여기도 다를 바 없다"며 "이 더운 날, 화물 엘리베이터엔 에어컨도 안 나온다. 입주민 엘리베이터 앞에 아무도 없길래 '입주민 엘리베이터 타도 되냐'고 물었더니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김 씨는 "에어컨 안 나오는 그 엘리베이터, 우리가 타야만 한다는 게 너무 급 나누기 같다"며 "그런데 그마저도 입주민 중 몇몇은 빨리 가려고 화물용에 몸을 밀어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달 경력 4년 차 김모 씨(59)도 "이 아파트는 무조건 화물 엘리베이터만 타야 한다"며 "그냥 입주민들 불편하니까 마주치지 말라는 거 같은데 에어컨 안 나오고, 덥고 불쾌하다. 청소 중이라 입주민 엘리베이터 탔다가 내려왔는데, 거긴 에어컨이 빵빵하더라"고 했다.

10년째 이곳에서 택배 업무를 맡고 있다는 박모 씨(50대)는 "처음엔 이런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무뎌졌다"며 "화물용 엘리베이터에는 에어컨이 거의 안 나온다. 주변 다른 고급 아파트들도 다 비슷하다. 강제로 시키는 건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경비원들도 입주민 눈치 보느라 어쩔 수 없이 계속 화물용으로 안내하는데 그분들도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부 작성까지?" 신분 노출 강요에 '불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배달원 커뮤니티에선 목동, 용산,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기피 대상 아파트' 이름을 공유한다. 공통점은 △입주민과 분리된 화물용 엘리베이터 △입장 시 신분증 확인 △정문 앞 오토바이 주차 등이다.

이곳에 배달을 다녀온 한 배달원은 "배달하면서 직업 차별을 확실히 느낀다. 중소기업 다녀도 밖에서는 다들 친절한데, 배달원이라고 하면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엘리베이터도 따로 타라고 하고. 같은 공간인데, 사람을 나누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달원은 "30층 넘는 고층 아파트는 추가 할증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입주민들이 같은 엘리베이터 타기 싫다고 해서 우리가 화물용 타야 한다. 그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사들 줄 서 있는 거 보면 진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그냥 권위 의식으로 차 있는 동네 같다. 정말 불합리하다", "택배도 못 들어가게 해서, 옆에서 구루마 끌고 같이 걸어가는데 현타(현실 자각 시간) 오더라". "어떤 아파트는 헬멧 벗고, 신분증 보여주고, 명부까지 작성하라고 한다"는 공감의 댓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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