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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점포수 2705곳…5년 새 600곳 줄어
“공공성 지닌 은행, 취약계층 금융 접근권 고려해야”시중은행의 점포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90곳 넘는 지점과 출장소를 줄였다.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창구를 찾는 고객이 줄자 은행들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점포 간 거리가 멀어지고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도 떨어지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2705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말(3303곳)보다 598곳 줄어든 수치로, 5년 새 18%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은행 점포는 올해 1분기에만 91곳이 줄어들며 폐쇄 속도가 예년보다 더 빨라졌다. 2분기에도 15개 점포가 추가로 폐쇄됐으며, 지난달에는 우리은행이 6곳,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 1곳씩 지점이나 출장소를 닫았다.
폐쇄 대상은 수도권 내 중복 출점 지역이 대부분으로, 은행들은 창구 방문 수요가 급감한 점포를 중심으로 통합과 폐쇄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 수가 줄어든 점도 점포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바일 뱅킹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대면 금융이 일상화됐고, 통장 개설부터 예·적금, 대출, 펀드 가입까지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앱을 통해 이뤄지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절대적인 점포 수는 줄고 있지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점포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며 "중복 출점 지역이나 이용률이 낮은 점포를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수를 줄이는 대신, 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오프라인 접근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고액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WM) 특화 점포나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거점 점포 외에도, 시니어·외국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전용 창구 운영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노인 고객 비중이 높은 지역에 리테일 상담 중심 점포를 유지하거나, 창구 기능을 단순화해 이용 편의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과 함께 '공동 디지털 점포' 설치를 협의 중이다. 이는 한 점포 안에 여러 은행이 입점해 각자의 스마트텔러머신(STM), 화상 디지털데스크(ITM) 등을 통해 비대면 업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적금, 대출, 펀드 등 주요 금융서비스를 터치스크린과 화상상담으로 처리할 수 있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퇴직 은행원을 배치해 도우미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점포를 줄이더라도 물리적 접근성이 필요한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채널은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며 "공동 점포나 특화 채널 운영을 통해 소외계층의 불편을 줄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같은 대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점포가 폐쇄되며 가까운 지점이 사라지자 고령자들은 더 먼 곳으로 이동해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인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의 경우 대면 창구 접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은 민간 기업이지만 동시에 공공성을 지닌 기관"이라며 "지점 축소는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금융당국은 단순한 권고에 그치지 말고, 점포 감축에 대한 실질적 제도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