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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안) 조감도. 잠실야구장이 돔구장으로 설계돼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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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만들어낸 극단의 날씨는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 6일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는 더욱 취약하다. 폭우가 쏟아지면 경기는 취소되고, 찜통더위가 계속되면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외 다수 연구는 ‘기온 30도 이상에서 선수의 집중력, 반응속도, 타격 정확도 등 경기력이 유의하게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무더위 속에서 뛰는 선수들은 탈수에 따른 집중력 저하와 근육 피로도 빨랐다. 평소보다 실책 확률도 17~25%p 증가한다고 실증했다.
팬들 역시 무더위를 피해 갈 수 없다. 불볕더위 속 응원은 낭만이 아니라 고역이 되기도 한다. 2024년 9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11세 어린이 팬을 포함해 다수가 온열 질환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도 있다.
폭우와 폭염 같은 기후 위험 속에서 안정적 경기 운영의 유일한 대안은 ‘돔구장’이다. 돔구장은 폭염과 폭우는 물론이고 모든 기상 악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선수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최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고 팬들은 안락하게 관람할 수 있다. 문제는 건립 비용이다. 일반 야구장의 건립 비용은 약 2,000억 원인데, 돔구장은 5,000억 원 이상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돔구장 건설은 지출이 아니라 투자이다. 돔구장은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비시즌에는 K팝 스타들의 공연을 개최하는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선수든 팬이든 야구장의 여름은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어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만든 폭우와 폭염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선수와 팬 모두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KBO리그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돔구장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폭염이 폭력으로 바뀌고 있는 2025년 여름, 한국 프로야구는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돔구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