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네 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가 최고경영책임자(CEO)에 대한 ‘법률상 면책’ 자문을 주요 대형로펌에 의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CSO(최고안전책임자)에게 안전보건경영을 위임해 CEO는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추진됐다면 구조적인 원인이 중대재해 다발에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에 경영책임자를 CSO로 축소하는 내용이 있어 우려가 나온다.
2023년 사고 1건 내사종결, 대표이사는 불입건
5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포스코이앤씨 중대재해 수사 진행사항’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2022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 8건 중 1건에 대해 내사종결 했다. ‘내사종결’은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혐의가 없을 때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나머지 7건은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상태다.
내사종결한 사건은 2023년 8월 인천 연수구의 한 주상복합 신축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사한 사고다. 사고 당시 포스코이앤씨 소속 노동자는 갱폼(건축 공사에서 사용하는 대형 거푸집) 인양 작업 중 약 40미터 높이의 기울어진 갱폼에서 떨어져 숨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사종결 사유에 관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이 아니었거나 사업주의 고의·예견가능성이 없어 종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사고에서 당시 CEO인 한성희 전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로펌의 한 중대재해 전문가는“일부 대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주요 로펌에 CEO 면책을 위한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대표이사가 CSO에게 안전경영 전권을 주고 실질적 경영책임자가 뒤로 빠지는 구조에서는 안전관리체계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어 중대재해가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본지에 “컨설팅과 관련한 내부 논의 사항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현재 포스코이앤씨 CSO는 김현출 안전보건센터장이 맡고 있다.

‘CEO 불특정 우려’ 국민의힘 법개정안 발의
실제 CEO가 면책된 사례는 존재한다. 2022년 5월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 폭발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화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해 울산지검은 2023년 8월 후세인 에이 알 카타니 당시 대표이사와 이민호 당시 CSO에게 모두 불기소(무혐의) 처분했다. 외국계 CEO으로서는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조사받았지만, 검찰은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에 관한 전권을 CSO에게 위임해 대표이사에게 실질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방향도 ‘CEO 면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자근 의원 등 12명이 올해 3월 발의한 개정안은 경영책임자를 정의한 법 2조9호를 현행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서 ‘해당 사업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을 총괄해 관리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변경했다. 안전경영 전권이 있는 지위를 경영책임자로 특정하겠다는 의도다. 구 의원 등은 경영책임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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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포스코그룹이 제시한 안전관리 혁신 계획이 중대재해 재발 방지를 위한 내실 있는 계획인지 재검토하고 근본 대책을 주문할 계획이다. 박해철 의원은 “CEO가 처벌받지 않도록 CSO에 안전경영 전권을 위임했다면 구조적인 문제로 중대재해가 반복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총괄하고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안전관리 혁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고는 반복될 것으로 보여 경영책임자 특정을 포함해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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