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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원작 팬' 김병우 감독, '전독시' 우려와 궁금증에 답하다[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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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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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4052497?sid=103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김병우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김병우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생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설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 원작 팬덤이 엄청난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면서 부담감이나 두려움을 느끼진 않았나?
 
김병우 감독(이하 김병우)>
 원작을 읽을 때 너무 재밌게 봤다. 읽을 땐 재밌었는데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해야 수많은 시어머니 눈치를 안 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사실 안 받을 수는 없다. 어마어마한 메가 IP(지식재산권)을 갖고 뭔가 만든다고 했을 때 당연히 짊어져야 할 숙제다. 그게 두렵다기보다는 원작 팬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 원작의 제목인 '전지적 독자 시점'과 주인공의 이름 '김독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제목과 주인공 이름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바라봤고, 이를 어떻게 영화에 녹여내고 싶었나?
 
김병우>
 소설을 읽으면서도 빠져들었던 게, 내가 전에 만들었던 영화 안에서 관객들을 놓는 위치와 비슷한 지점이 있었다는 거다. 원작은 제목부터 관객 혹은 독자를 완전히 이야기 안으로 집어넣어서 독자 옆에 붙여서 따라가게 만든다. 그 지점이 재밌었다.
 
독자는 어찌 보면 다수고,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권한을 가진 단 한 명이다. 다수 중 누구 하나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되는 것이다. 계급적으로 보면 체제전복이다. 굉장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또 '전독시'는 '나만 알던 소설이 현실이 됐다'는 로그 라인이 혁신적으로 다가왔다. 그거 하나만으로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를 굉장히 많이 해결할 수 있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구체적으로 숙제를 해결하는데 원작의 로그 라인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된 건가?
 
김병우> 
판타지라는 장르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으레 판타지 영화라고 하면 중세와 유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걸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독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 판타지가 있다. 갑자기 동호대교를 부수는 어룡이 나타난 것이다. 두 개가 상충하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납득시키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나만 알던 소설이 현실이 됐다'는 로그라인 하나만으로 뚫고 갈 수 있는 게 많았다. 이전에 나도 장르 영화를 하다 보니, 결국 영화도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관객들이 이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납득해야 몰입할 수 있다. 거기에 이 문장 하나가 보석 같은 로그 라인이었다.
 
▷ 원작에서 인기 요소 중 하나였던 게 국내외 다양한 신화 등을 녹여낸 성좌와 후원, 즉 배후성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점이 영화에서는 압축 및 생략을 거쳐 매우 간결하게 나타난다. 원작 팬들은 좀 아쉬워할 것 같다.

김병우>
 생략이라기보다도, 원작 기준으로도 배후성은 나중에 나온다. 지금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데 굳이 이번에 끌어오는 게 어색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액션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액션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설'인 원작을 '영상'인 영화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 고민이 됐던 지점은 무엇인가?
 
김병우>
 감독의 입장에서 글을 갖고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엄두가 안 났다. 시각화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또 한 가지 문제는 이야기를 구축하는 형태 자체가 연재물과 영화는 다르다. 연재물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가며 읽는 맛이 있다. 그러나 영화는 2시간 안에서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하고, 끝난 후 관객들이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매체다.
 
그러다 보니 웹소설 속 사건들을 어떻게 한 손에 쥐어지게끔 한 덩어리로 만들지가 고민이었다. 뭔가 하나의 구심점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앞으로도 함께하기로 했다'로 정리하기로 했다. 원작의 여러 재밌는 에피소드와 사건도 거기에 맞게 조금씩 디자인했다.
 
두 번째로, 영화라는 매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텍스트가 갖고 있지 않은 힘을 영화는 갖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더 활용해 볼 수 있는지 고민했다. 결국 영화는 실제 인물이 실제 공간에서 실제 자기 목소리로 대사를 하니까, 인물에 좀 더 집중하고 특징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든다면 원작을 읽은 독자분들도 바뀐 게 더 좋다고 느껴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원작 속 사건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좋았기에 이를 영화 안에 녹이기 위해 조금씩 수정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각 인물이 부딪히는 지점의 양상은 원작과 동일하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액션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액션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CG, 판타지를 스크린으로

 
▷ 영화 '전독시'를 보고 난 후 든 느낌은 '게임 한 판 했다'는 거였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설정이 있고, 크리처라는 판타지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현실감 넘치는 실사처럼 할 수 없다면, 아예 '게임'에 초점을 맞춰 게임 콘셉트의 CG로 간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해봤다.
 
김병우>
 판타지 요소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게임처럼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판타지 요소를 이미지화한 건데, 현재 게임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게임 같다는 건, 일인칭화 된 시점들이 많다는 건데, 어찌 보면 이 영화를 만드는데 이게 맞았다.
 
제목에 답이 나와 있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인데 카메라를 저 뒤로 빼서 촬영할 수 없다. 카메라가 독자 옆에 붙어 있는 게 응당 맞고, 그래야 관객분들이 재밌게 함께 참여하면서 각각의 시퀀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따지고 보면, 원작 소설도 문장을 구술하는 시점 자체가 완전히 독자의 내면에 들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표현이다. 예전에는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사용하는 게 구태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오히려 독자와 밀착시키는 데 좋다고 생각했다. 제목에서 이미 이야기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첫 대사부터 내레이션으로 갔고, 마지막 대사도 내레이션이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에서 일종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처인 화룡의 디자인은 아쉬움이 남는다. 화룡을 디자인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병우>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로, 거대 괴수와의 싸움 양상이라는 게 단순하다. 약점을 찌르거나 하면 끝난다. 그러나 화룡도 어느 정도 지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스킬을 구사하려면 사람의 형태와 비슷한 게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팔다리가 있고 발을 쓸 줄 알고 점프하고 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전투 양상을 길게 끌고 갈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럼에도 화룡이 그렇게까지 주목받길 원하지 않았다. 화룡이 내 친구를 죽인 원수도 아니고, 시나리오 통과를 위해 존재하는 끝판왕 같은 것이다. 깨기 위한 존재다. 그래서 화룡을 캐릭터화한다고 했을 때 의도하지 않은 감정 등을 가지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 신에서 빛나야 하는 건 그 존재와 싸우는 등장인물이지 화룡이 아니다.
 
▷ CG만큼 중요했던 게 촬영 아니었을까 싶다. 전혜진 촬영 감독과 촬영 콘셉트 등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주로 나눴나?
 
김병우>
 '전독시'는 독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하기에 카메라 시점도 일부는 제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여러 다양한 각도로 찍어서 가는 것보다 제한된 시점, 인물에 가까운 시점으로 표출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렌즈 사용 개수를 제한했다. 극단적으로는 렌즈 하나만 갖고 찍을까도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대부분 장면을 약속한 렌즈로만 찍는 게 이 영화는 옳다고 봤다.
 
또 뭐가 되게 많고 장르도 굉장히 뻗쳐 있다. 결국 다 풀어헤쳐서 관객들에게 보여드리면 난잡해 보일 수 있다. 아주 중요한 중심축이 되는 시점을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물과 최대한 가까이, 고정된 하나의 렌즈를 사용하는 게 시각적으로 훨씬 유리하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려 반, 기대 반…예비 관객 향한 감독의 제언

 
▷ 아직 영화 '전독시'를 우려하는 원작 팬들도 있다.
 
김병우>
 원작 팬들께서 영화에 대해 갖는 불편함을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만큼 원작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방증이라 생각한다. 원작을 읽은 분들께서 영화 '전독시'가 또 하나의 부록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싶다. 영화가 나왔다고 이것이 원작을 대체한다고 하는 건 전혀 아니다.
 
▷ 원작 팬들과 예비 관객들에게 영화 '전독시'만의 자랑거리를 이야기한다면?
 
김병우>
 여름에 날도 덥고, 볼 것도 없고,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것도 없을 때, '전독시'를 보면 충분히 보상해 드릴 수 있다. 그건 확신한다. '전독시'는 참여형, 몰입형 IP다. 영화도 그런 방식으로 만들었고, 관객들께서 이입해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거기에 대한 최적의 장소는 극장이라 생각한다. 압도적인 몰입감을 전달할 수 있는 극장에서 꼭 봐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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