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취지 무색 후속책 전무 전국 40곳 중 24곳 인구 감소
강릉·삼척 통합 전보다 줄어
'인구 빨대효과' 심각 소멸위기

시군통합이 단행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되는 가운데 강원도를 포함해 1995년 통합했던 40곳 절반 이상이 통합 당시 대비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5년 정부는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시군통합을 단행했지만 30년 간 수도권 일극체제가 심화되면서 시군통합지역 대부분이 인구 소멸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근본적으로 재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올해로 창간 33주년을 맞이하는 강원도민일보는 시군통합 30년을 맞아 통합 이후 30년 미래 비전을 모색하고 지역의 균형발전 전략을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1. 더 벌어진 인구 격차
1995년 시군통합된 40곳 중 올해 6월 기준 통합 당시 보다 인구가 감소한 지역은 모두 24곳(행정안전부 인구통계시스템 기준)이다.
1995년 정부는 41개 시(市)와 39개 군(郡)을 생활권별로 통합, 모두 40곳의 도농통합형태의 시(市)를 만들었다. 강원도의 경우 춘천시와 춘천군, 원주시와 원주군, 강릉시와 명주군, 삼척시와 삼척군이 통합해 지금의 춘천시, 원주시, 강릉시, 삼척시가 됐다.
당시 정부는 시군통합의 논리로 지자체와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들었다. 내무부가 펴낸 '행정구역개편백서(1994~1995)'를 보면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라는 새로운 무역질서가 재편되면서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국가경쟁력 강화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로 부각됐다"며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면서 행정구역의 합리적 개편문제가 중요한 개혁과제로 등장했다"고 했다.
30년 후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시군통합 이후 각 지역은 교통망 확충, 산업단지 유치 등에서 희비가 엇갈리면서 통합지역 간 인구 격차가 더 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춘천과 경기도 남양주(미금시·남양주군 통합)다. 인접 지역인 이들은 1995년 통합 당시만 하더라도 춘천은 23만2682명, 남양주시는 23만7398명으로 인구 격차는 471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30년 후인 올해 6월 기준 춘천 인구는 28만5375명, 남양주 인구는 73만245명으로 44만4870명 차이가 난다. 30년 간 춘천 인구가 5만2693명 늘 때 남양주는 49만2847명 증가했다. 9배 차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는 시군통합 효과 대신 지역 소멸을 부추기고 있다. 강릉과 삼척은 현재 인구가 통합 당시보다 더 적다. 1995년 22만3539명이던 통합 강릉시의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20만6904명으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삼척시 인구는 9만5명에서 6만1311명으로 줄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군통합을 성공이나 실패로 결론짓기는 어렵지만 통합 이후 균형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통합만 하고 끝내버리니 인구 빨대효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오세현·김정호·정민엽 기자
▶관련기사 2면
#남양주 #수도권 #시군통합 #40곳 #강릉시
오세현 기자 tpgus@kado.net
원덬) 여기서부터는 2면의 관련기사임.
인구소멸 위기 통합된 '군(郡)' 지역
상수도관 미설치 등 불균형 심각
삼척 군지역 전체 인구 절반 감소
"'균형' 놓친 도농통합 효과 미미"
통합의 여파는 군(郡) 단위 지역에 집중됐다. 통합 지역 안에서도 각종 교통, 의료, 문화 인프라가 시(市) 지역에 집중되면서 기존 군 단위 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차라리 통합 전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생활인프라 태부족
지난달 방문한 춘천 사북면 신포리. 도심지역에서 30분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1994년까지 춘천군이었다가 1995년 시군통합 과정에서 춘천시로 편입됐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의 삶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상수도 관로 공사가 시작됐을 정도로 발전이 더디다. 그나마 신포리는 면사무소 소재지라 공사라도 들어갔지만 더 외곽지역은 언제 상수도관이 이어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김석포 사북면이장협의회장은 "시장님들 뵐 때 마다 '우리도 수돗물 먹게 해달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열악한 도로, 교통, 교육 인프라 탓에 마을은 침체 상태로 접어든 지 오래다. 시군통합은 지역 회생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사북면 인구는 1994년 3229명에서 1995년 3190명, 올해 5월 기준 2284명으로 감소세다. 학교도, 우편업무도 언제까지 계속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
김석포 회장은 "통합을 했으면 삶의 질이 좀 나아져야 하는데 기초적인 시설이 없으니 귀농인구도, 젊은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인구가 감소세니까 사북면은 뭘 해도 가장 나중이고 꼴찌다. 인근에 화천군이나 홍천군을 보면서 면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춘천군으로 계속 남아있는게 나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군(郡) 단위 인구 급감
통합 시 지역 안에서도 인구 감소는 기존 '군(郡)'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
춘천의 경우 아파트단지가 잇따라 들어선 동면과 동내면을 제외한 동산면, 신동면, 남면, 남산면, 서면, 사북면, 신북면, 북산면의 인구는 감소세다. 1994년 9405명이던 신북읍 인구는 1995년 9108명이었으나 30년 후인 올해 6월 기준 6942명이다. 3분의 2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원주도 마찬가지다. 원주시 자체는 혁신도시, 기업도시의 영향으로 1995년 통합 당시 23만7537명에서 올해 6월 기준 36만2405명으로 급증했지만 호저면, 부론면, 귀래면, 신림면의 인구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합 당시 보다 인구가 줄은 강릉, 삼척 역시 인구 감소는 명주군, 삼척군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명주군에 포함돼 있던 주문진읍, 성산면, 왕산면, 구정면, 강동면, 옥계면, 사천면, 연곡면은 1995년 인구 6만6817명에서 2025년 현재 4만3063명까지 줄었다. 특히 인구 2만8491명으로 당시 강릉시의 웬만한 동 지역보다 인구가 많았던 주문진읍의 인구는 현재 1만5516명으로 1만2975명이 감소했다.
삼척 역시 군 지역이었던 곳은 모두 인구가 1995년 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당시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많은 사람이 몰리며 1995년 2만1328명을 기록했던 도계읍은 현재 8840명까지 인구가 급감했다.
또 노곡면과 가곡면, 신기면은 1995년 당시 모두 인구가 1000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인구 1000명선이 무너지며 600명대까지 떨어졌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농통합으로 농촌 지역에 의도했던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며 "도농통합을 진행할 때 도시보다 농촌 지역에 대한 수요, 균형을 생각했어야 하는데 먼저 규모부터 키우고 이후에 농촌을 생각하다보니 인구 감소나 인프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현·김정호·정민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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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현 기자 tpgus@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