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헤드라이너 대비 운영 미숙... 입장 줄 길어져 지하철 역까지
20주년을 맞은 펜타포트가 1~3일 엄청난 관객을 모집하며 성대하게 열렸다.
1일 헤드라이너 아시안 쿵푸 제너이레이션, 2일 헤드라이너 펄프, 3일 헤드라이너 벡까지 어느 뮤지션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의 경우에는 첫 번째 해외 공연을 펜타포트 페스티벌 출연으로 장식했던 일본 밴드로 12년만에 헤드라이너로 돌아왔다.
펄프의 경우에는 결성된지 40년이 넘은 노장 밴드로 90년대 영국 음악계를 뒤흔들어놓았던 사건인 브릿팝 대전의 주요 4밴드 중 하나다. 한국에는 처음 오는 밴드로 프론트맨 자비스 코커의 나이를 생각하면 향후 다시 올지 가능성을 알 수 없는 밴드이기도 하다. 펄프가 내한한 관계로 블러, 오아시스, 스웨이드, 펄프와 같은 브릿팝 4대 밴드가 모두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벡이 3일차 헤드라이너로 확정되면서 9년만의 내한 공연이 이뤄졌다. 벡은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할 만큼 인정받는 음악성으로 펜타포트의 격을 한층 더 높여줬다.
하지만 비바두비와 데프헤븐이 갑작스럽게 공연 불가 통보를 해오는 바람에 이승윤과 글렌체크가 갑작스럽게 무대에 서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펜타포트 같은 대형 페스티벌에 섭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일이 촉박한 상황에서 공연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다. 정확한 사유가 알려지지 않았고 해당 뮤지션들의 다른 아시아 스케쥴은 문제 없이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구심을 더했다.
펜타포트는 본래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을 전신으로 해서 페스티벌 불모지였던 한국에 페스티벌 문화를 심기 위해 노력해왔던 공연 브랜드다. 1999년에 열렸던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의 경우에는 세계 정상급의 락 밴드를 다수 섭외하는 데 성공했으나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며 공연이 대부분 취소되는 악몽을 겪었다.
때문에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의 정신을 이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락 매니아 만이 아니라 한국의 많은 리스너들에게 불굴의 정신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음악 문화를 한 단계 올려주는 첨병으로 간주돼왔다.
펜타포트는 과거 CJ가 주최했던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 때문에 관객 이탈이 생겨 한산한 페스티벌로 생각되기도 했다. 실제 인터넷에 올라온 관련 사진들을 보면 최근 2~3년간 관객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관객 수가 늘어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코로나 격리 이후 젠지 관객들의 페스티벌 붐, 밴드 음악의 인기,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 소멸로 인한 풍선효과를 들 수 있다.
관객 수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협소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펜타포트의 특성상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올해 페스티벌에서 일어난 가장 큰 문제는 입장 줄 서기, 메인과 서브 무대 간 음향 간섭을 들 수 있다.
첫째날부터 심각해진 입장 줄은 송도달빛축제공원역을 지나 국제업무지구역 가까이까지 길어지는 등 사실상 공연 운영 상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안이다. 해외의 거대 락페인 섬머소닉 페스티벌이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후지락페스티벌의 경우를 보면 펜타포트의 2배에서 10배가 넘는 인원이 축제를 방문하지만 입장 줄이 너무 길어져 입장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해당 페스티벌에서도 펜타포트처럼 짐 검사를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릴 때는 짐검사를 간소화한다. 그리고 줄이 너무 길어지면 운영 요원들이 나서서 일사분란하게 줄 관리를 한다. 줄관리를 하지 않게 되면 줄이 여러개 생긴다든가 줄이 엉키는 일이 발생해서 도로 근처에서 줄을 서야 하는 관객들의 안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번 여름은 특히 더웠던 관계로 줄을 서다 이상증세가 발생해 쓰러질 가능성도 있었다.
입장 줄 서기 문제는 탄생한지 20년이 넘은 페스티벌이 노출할 문제라기에는 너무 심각할 정도로 기초적인 문제다. 페스티벌이 신경 써야 할 운영상의 문제들 중에서 입장 지연이 일어날 정도로 줄이 길어지는 사태는 가장 낮은 수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보다 상위 수준에 있는 운영 문제는 거론하기조차 민망해지는 상황이 온다.
공연이 끝나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인스타그램 댓글란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댓글들은 입장이 지연됨에 따라 보고 싶었던 뮤지션을 보지 못한 관객들의 불만으로 가득하다.
힘들게 공연장에 입성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펜타포트의 무대는 메인 무대와 서브 무대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가깝다. 때문에 서브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 메인 무대에서 준비하는 밴드의 리허설 음향이 간섭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 역시 페스티벌 운영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 중 하나다.
홍콩의 클락켄플랍 페스티벌의 경우 센트럴이라는 도심에서 열리고 하버프론트 이벤트 스페이스라는 작은 공간에서 개최되는 관계로 메인 무대와 서브 무대가 붙어 있는 상황이다. 똑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클락켄플랍은 서브 무대의 방향을 메인 무대의 방향과 직교하게 꺾음으로써 음향 간섭 문제를 해결했다. 부지가 좁아서 다른 무대의 소리가 들린다는 변명은 너무나 안이하다. 음향학적인 고려까지도 필요하지 않다. 단지 무대 방향을 살짝 돌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이러한 문제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어이가 없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본래 예스컴이라는 국내 라인업 전문 기획사와 옐로우나인이라는 해외 라인업 전문 기획사가 합작으로 운영해왔던 공연 브랜드다. 이후 펜타포트에 들어가는 예산 규모가 커지면서 수의계약 문제가 불거졌고 언론사-기획사로 이어지는 현재의 운영 구조가 자리잡게 됐다.
문제는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주최측은 페스티벌이나 음악과 관련된 전문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매년 발생하고 있는 유사한 사태에 대한 대처도 전혀 누적되고 있지 못하다. 작년에 발생했던 문제가 올해도 발생하고 올해 발생한 문제가 내년에도 발생할 예정이다.
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라인업 관리, 운영에서 기초적인 입장 줄 관리, 공연에서 기본이 되어야 할 음향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주최측은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소문에는 내년에는 주최사가 바뀌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현재의 주최사가 유지되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요원한데 주최사가 바뀌면 그나마 올해 쌓였던 경험치가 초기화되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펜타포트 20년은 한국의 대중 문화 역사에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이다. 그만큼 수많은 유명 해외 라인업들이 펜타포트를 거쳐갔고 한국의 많은 뮤지션들이 펜타포트를 거치며 성장해왔다. 이런 역사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펜타포트가 과거 코로나 이전의 사람은 없고 예산은 항상 지원되던 상황의 마음가짐과 운영 방식으로 일관한다면 향후 30주년, 40주년은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도 나이가 20이 되면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펜타포트가 어린아이처럼 기초적인 질서관리조차 못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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