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성공회덬이야 ㅎㅎ 슼에 성공회 관련 글이 몇개 올라오는 걸 보고 문득 한번 성공회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 겸 소개를 해볼까 해서 글 써봄.
시작에 앞서, 혹시 오류를 찾으면 양해.. 가 아니고 알려줘. 내가 잘 모르는 것도 많고 중립적으로 쓴다 했지만 완벽할 순 없으니 적용하고 싶어!
그래서 성공회가 뭐냐고?
~시작~
기독교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내용안에 종파와 교단이 워낙 다양하기로 유명한데, 그 안에서 성공회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중도".
라고 할 수 있어.
이것은 심지어 용어로도 정립이 되어있어서 그것이 바로 "via media" = 중도의 길.
근데 헨리8세가 뛰쳐나가 만들어버린 게 왜 그렇게 이어지죠...? 라고 묻는다면,
첫째는 성공회의 뿌리인 영국인의 문화적 특성을 들 수 있겠고,
둘째는 역사적인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
사실 현대로 올 수록 영국색채를 지우고 글로벌한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해. 다만 결코 지워지지 않는 영국적 정체성이 있지 - 일단 이름부터, 미국에서는 Episcopal Church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해도, 여전히 성공회의 영어 명칭은 "Anglican", 즉 "영국교회" 이고, 이는 다른 여러 언어들 사정도 비슷함.
내 생각에는 이 조차도 영국인의 중립 선호 특성이 이어져서 자꾸 발란스 맞추려 영국꺼 아닌척 하는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음ㅋㅋ
그러면 역사적인 요인은 뭔데용?
~그래서 짧게 준비해옴~
단순하게 말해, 영국 지역은 로마의 영향이 닿았기 때문에 원래 기독교 지역이었음. 하지만 유럽본토와 떨어져 있던 탓에 약간 자체적인 움직임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14세기 정도에 영어로 성경을 번역하기도 하고, 수도원 전통이 발달하는 등 여하간 살짝 따로 놀지만 교황청 산하의 기독교로, 정교회와 가톨릭이 분리된 동서분열 이후의 로마교회 (=가톨릭) 산하로 계속 굴러가고 있었음.
이 분이 등장하기 전까진...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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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8세: 교황님 저 이혼하고 싶은데 허가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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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스 7세 (당시 교황): 응 안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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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8세: 에이ㅆ... 당신이 뭔데!!
성직자들 모여봐봐!! 교황이 왕 위에 있는게 이게 맞음??? 어떻게 좀 해봐
결국 영국교회는 교황청과의 연결을 끊고 자체적인 교회를 꾸려나가기로 함.
그런데 이때가 바로 대륙에서 마르틴 루터발 종교개혁 열풍이 몰아치고 있던 시기였고, 국가적으로는 성상 파괴하고 서로 죽고 죽이고, 다시 가톨릭으로 되돌아갔다가... 하는 일이 백여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영국교회는 이에 맞추어 시스템을 정돈해 나가기 시작해.
이렇게 해서 나온 물건들이 성공회 신조 (42조, 39조 등) 등 교리적인 부분이 있고, 또 그 유명한 킹 제임스 성경 등이 있어.
이때 나온 성공회 교리서인 39조 등을 보면 가톨릭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 종교개혁의 영향을 받아 완성되었기 때문에 개신교처럼 보이기도 함. 예를 들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말로 교회 안에서 공적인 기도를 드리거나 성사를 집전하는 것은 분명히 하느님의 말씀과 초대 교회의 관습에 어긋나는 것이다."
라거나
"복음서에서 우리 주님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사는 2가지인데, 세례와 주님의 만찬이 그것이다. 소위 5가지 성사라고 말하는 견진, 고해, 신품, 혼배, 조병성사는 복음서에서 말하는 성사에 포함되지 않으며, 부분적으로 사도들을 잘못 모방한데서 나타났으며, 부분적으로 성서에서 허용하고 있는 관습에 대한 언급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같은 부분,
또는
"단 한 번 이루어진 그리스도 자신의 봉헌은 원죄와 실범죄를 포함하여 세계의 모든 죄를 위하여 행하신 완전한 속죄이며, 화해이고 변상이다. 그리고 이 밖에는 죄를 보상할 어떤 것도 없다. 그러므로 이른바 미사를 희생제의로 보고 사제가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고통과 죄를 덜기 위해 그리스도를 봉헌했던 것은 불경하게 지어낸 이야기이며 위험한 기만이었다."
같은 게 있어.
또 사제의 독신제를 부정하면서 정교회나 개신교처럼 사제가 결혼해도 상관 없어짐 (가톨릭도 이건 여러 과정을 통해 11-12세기쯤인가 생겨난 전통)
이 문서는 향후에 다른 다양한 개신교파들, 예를 들어 장로회 (예장 어쩌고 하는게 장로회임) 나 감리교 등에 크게 영향을 끼쳐.
다만 !!!주의할 점!!!
현재 성공회는 이 교리서를 꼬박꼬박 따르진 않아. 그렇다고 안 따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보지 않는달까?
그러면 성공회 교리는 뭔데요?
는.......
좋은 질문이야.
성공회의 특징이 바로 여기에서 나와.
분리 당시 가톨릭 전통을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아했던 보수파 (=고교회파) 와 종교개혁의 영향을 크게 받아 개신교에 가까운 상태였던 진보파 (=저교회파) 사이의 "중도" 를 지키기 위해 성공회는 "중도의 길"을 걷게 돼. 왜냐, 안그러면 다 찢고 싸우게 생겼는데, 영국 교회로 나온 이상 또 그럴 순 없으니까. (라고 하지만 결국 이 "국교" 개념을 못 견디고 갈라져 나와서 여러 개신교 종파들이 생겨남. 감리교라던가 침례교라던가... 역사배울때 많이 나오는 청교도들이 이들과 많은 교집합을 이룸)
여하튼 그러한 배경 안에서 위의 39개 신조 등이 나오게 되기도 하는거지. 우리는 가톨릭도 개신교도 아닌 그 무언가다! 그 중간이다! 를 주장하기 위해서.
그런데 이러한 전통이 온갖 곳에 스며들어, 결국 교리를 이야기 할 때도 "이것이다, 저것이다,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가 기본 스탠스가 되어버려서 사실 성공회 신학자들에게 성공회 교리가 무엇이냐? 라고 물으면 하나같이 어딘가 철학적이랄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그런 말들을 하곤 해.
예를 들어 성경의 권위에 관해서도,
"성경은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라는 식인데,
이걸 타 종파나 교단이랑 비교해 보자면,
먼저 가톨릭이나 정교회 같은 경우 성경의 중요성이 다른 부분들 (교회와 전통의 권위) 와 함께 제시되는 편이고,
개신교같은 경우는 Sola Scriptura, "오직 성경" 이라고 해서 거의 성경 말고는 다 필요없다 라는 식이기도 한데,
그에 반해 성공회의 교리는 참으로... 오묘하지 않니? 성경이 아닌것이 중요하지 않음을 말하지도 않고, 성경이 다른것보다 중요함을 말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성경은 중요함 ㅇㅇ
이런 식임.
걍 각자 머리를 가졌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하셈 이런식이야 ㅋㅋ (더 알아보고 싶으면 성공회의 three-legged stool 개념을 찾아보면 될거야!)
여하튼 그래서 성공회 내에서도 성경무오설 (=성경은 토씨 하나 안틀리고 다 맞음) 을 믿는 사람부터 "어쨌든.. 어, 그러니까, 성경이 하여튼 중요하지 뭐" 정도의 믿음까지 엄청나게 넓은 스펙트럼이 나와.
그리고 모든 성공회 신학이 이런 식임 ㅋㅋ
결국 성공회는 실용주의적으로 살기로 했습니당ㅇㅇ
인데,
즉 이 조직을 어떻게 하면 안 무너지고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갈기갈기 안찢어지고) 유지하고 굴러가게 만들까.. 하는거지.
다만, 개신교와의 차이점을 보자면 가톨릭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예배 형식이나 주교제 등 겉만 보면 매우 비슷하달까? 겉은 그대로 두고 그래서 그 안에 뭔 의미가 담겨 있는건데? 라고 하면 "음..... 그건 각자 알아서 생각합시다..." 라는 식인거야.
그리고,
???: 성공회는 영국 왕이 수장이던데, 그럼 영국 왕이 전세계 성공회 대빵인가요??
-> 아님.
교황이 싫어 뛰쳐나온 만큼, 누구 한명이 전체의 대표가 된다는것은 매우 경계함. 사담이지만 한번 어느 남아프리카쪽 가톨릭신자를 만나서 내가 성공회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날더러 "아 너네? 너넨 단체로 파더컴플렉스라 누구 말을 안듣잖아 ㅋㅋ" 이러더라고 ㅋㅋㅋ 근데 틀린말은 아닌게 함정...
이것도 복잡하지만 아주 단순히 설명하자면, 영국성공회만 영국교회라는 정체성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때그때 왕이 명예직처럼 수장을 맡는것이고, 영국성공회 산하가 아닌 타 지역 성공회는 영국의 국왕과 아무 상관이 없음.
여기서 알 수 있겠지만 성공회는 정교회마냥 (혹은 가톨릭마냥) 지역/국가별로 단위가 나누어지는 조직구도임.
가톨릭과 비슷하지만 대주교 위의 교황이 없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주로 국가로 나뉘는 "교회" 별로 (영국성공회, 한국성공회 등등) 굴러가고, 크게 터치하지 않으려 주의하는 분위기야.
다만 여기에 스펙트럼이 거의 과도하게? 넓은 교리문화까지 더해지다 보니, 이러면 성공회끼리 도대체 무슨 연결고리가 있느냐 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공회 공동체" 라는 집단으로 모여있는데, 대충 말해 람베스 회의라는 행사를 열어 거기 참여하는게 대략 성공회끼리의 연속성... 인데 여기에 참여를 하는게 또 의무는 아님.
성공회는 뭐다??
강요하지 않아요...
사실 이게 성공회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해. 이러한 분위기가 끌린다!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교회가 명확히 제시하는 방향이 없는게 아니나며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어.
마지막으로 성공회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 중 하나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에큐메니즘" 인데,
간단히 말해 "교회일치운동" 이라고 해서 기독교 종파/교단들끼리 다같이 좀 친하게 지내자 좀 ㅇㅇ 이런 운동이야.
앞서 성공회가 보수파 (고교회파) 와 진보파 (저교회파)가 함께 한다고 했지? 이게 어느쪽이 더 유행이냐 하는게 시대별로 좀 다른데, 19세기에 보수파들이 영향력이 커져서 그전에 가톨릭이랑 찢고 싸운건 이제 그만 잊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안될까요?? 하는 목소리가 커짐. 이 비슷한 흐름들이 성공회를 비롯한 기독교 내부적으로 생기면서, 결국 영국 런던에서 성공회를 비롯한 여러 개신교 교단들이 연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일으킨 결과 우리가 잘 아는 YMCA, YWCA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게 됨.
또 "세계교회협의체" (WCC)라는 기관도 만들게 되는데 이건 대충 말하면 기독교계의 UN같은 거임 (근데 여기에 한국 개신교의 여러 교단들이 매우 반대하는 입장이지... 아는 영국분이 성공회 신학자이고 WCC에서 일했는데, 한번은 한국 부산에서 회의가 열려서 참석했더니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와서 플래카드 들고 이러고 있어서 환영인판가보다, 했는데 전부 반대파여서 난리였던 게 엄청 감명깊었다고 몇번이나 말하더라고 ㅋㅋ)
이러한 운동에 성공회가 나름 앞장서는 한 교단/종파로써 중립 및 중재적인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지 않나 싶어 ㅎㅎ
그럼 이쯤에서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재밌게 읽은 덬이 있기를 바라며...!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