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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미 아름다운데, 왜 1969억 들여 '정원'을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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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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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83111?sid=102

 

72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 대전 서구 '노루벌'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대전 서구 도심 상류에 자리한 '노루벌'은 지난 수십 년간 갑천의 흐름과 함께 생명을 품어온 천혜의 생태 공간이다. 도시의 팽창 속에서도 개발제한구역(GB)으로 묶여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한 이곳은, 식물 262종, 곤충 342종, 조류 56종 등 총 72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자리매김해 왔다. 더불어 도시민들에게는 위안과 휴식을 제공하는 '자연 그대로의 휴식처'였다.

그러나 대전시가 이곳에 1969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노루벌 지방정원'을 조성하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계획을 발표했다. '정원도시 대전'을 표방한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그 실체를 들여다볼수록 경제적·환경적·제도적으로 문제가 많다.
 

  구봉산에서 바라본 노루벌
ⓒ 이경호


대전시는 당초 국비와 녹지기금을 활용한 총 1780억 원 규모의 사업을 구상했으나, 국비 확보에 실패하면서 지방채 971억 원과 시비 998억 원 등을 모두 시 재정으로 충당하겠다는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 이미 약 2조 원에 육박하는 지방채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대전시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미래 세대에 빚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노루벌 사업은 최근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에서 비용편익비(B/C) 0.09라는 충격적인 평가를 받았다.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는 투자금의 91%를 손실로 간주한 것으로, 공공사업에서 찾아보기 드문 최악의 수치다. 노루벌 사업을 비판하는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31일 "조직적 판단 미달로 인한 명백한 혈세 낭비"라고 규탄했다.

그럼에도 대전시는 이런 결과를 직시하지 못 한 채 사업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대전시는 유사시설의 방문객 데이터를 적용하기 어렵고, 프로그램 등에 따라 수요 증가 여지가 있다면서 B/C 비율을 재검토한 후 재심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근본적 수요 예측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이제라도 대전시는 경제성 확보 불가능을 인정하고 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노루벌의 아름다운 봄의 모습
ⓒ 이경호


현재 노루벌 지방정원 사업을 둘러싼 재정적 논란은 이장우 시장이 과거 대전 동구청장 재임 시절 불거진 일과 유사하다. 당시 이 시장은 구 재정 규모에 비해 무리한 신청사 건립을 강행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초래했다. 그 결과 공사비 부족으로 공사가 수차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대규모 빚을 내서야 겨우 완공할 수 있었다. 이로인해 동구는 공무원 수당 지급도 어려워지고, 최소한의 복지 비용 지출마저 힘들어지는 등 극심한 재정난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과거 사례는 현재 대전시가 수천억 원 규모의 대형 개발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며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과 겹쳐 보인다.

노루벌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경제성 문제를 넘어, '정원'이라는 개념의 제도적 모호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015년 '수목원·정원법' 개정 이후 '정원'이라는 용어는 조경, 도시공원, 자연공원 등과 혼용되며 그 정의가 불분명해졌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이미 2020년 보고서에서 "정원 정의가 모호하고, 조경·공원 정책과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제도적 허점이 노루벌과 같이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공간을 개발하려는 행정 주체의 '편의'를 제공한 꼴이다. 노루벌은 개발제한구역, 하천법 등 다양한 법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방정원'이라는 명분 하나가 이 모든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듯하다.
 

  23년 7월 노루벌 비로 인해 장박중이던 텐트가 쓰러진 모습
ⓒ 이경호


노루벌은 단순한 공터가 아니다. 갑천 도심구간 상류에 위치한 이곳은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하며 72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대전시는 이곳에 각종 인공 구조물, 체험 공간, 산책로, 조경시설, 그리고 심지어 고급 도시형 휴양 시설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자연을 보존하고 가꾸는 '정원'의 본래 취지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미 온전한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공간에 인공 시설을 짓는 행위는 '정원 조성'이 아니라 '생태 파괴'에 가깝다.

(중략)

순천만 국가정원은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조성된 인공 정원이다. 이곳은 이미 훼손된 폐농경지와 쓰레기 매립지를 복원하고, 철저한 수요 예측과 이벤트 프로그래밍을 통해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다. 태화강 국가정원 역시 도시하천이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에서 시작하여, 시민들의 주도적인 참여로 생태하천을 복원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운영 실적 3년 이상, 정원 품질 평가 점수 70점 이상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며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것은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순천만은 연간 4116억 원, 태화강은 1600억 원 이상의 경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노루벌은 아직 정원 등록 단계조차 밟지 못했고, 장기적인 운영 관리 계획이나 주민 참여 거버넌스 구축 등 성공적인 정원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건들이 전무한 상태다. 가장 기초적인 요건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실패를 향해 달려가는 것과 다름없다.

노루벌 프로젝트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원도시'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현재 전국적으로 40여 곳의 지자체가 지방정원 조성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제주 올레의 성공으로 전국에 '걷는 길' 열풍이 불었었고, 출렁다리 건설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과열경쟁은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내실 없이 조성된 정원들은 머지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같은 권역에 있는 대전시와 세종시가 국가정원 지정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는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국가정원의 희소성을 고려해 같은 권역에 2개 이상을 지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겨루기'는 정원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고, 지역 주민들의 갈등만 심화시킬 것이다.

노루벌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결여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시민 단체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대전시는 제대로 된 공청회나 의견 수렴 절차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루벌 사업은 이장우 시장의 '개발 일변도' 시정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7000억 원 규모의 보문산 개발, 3300억 원 규모의 중촌근린공원 클래식 공연장 건설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난개발은 도시의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고, 이 모든 부담이 후임 시장과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노루벌은 단순히 예산 낭비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마지막 남은 생태 자산을 지키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노루벌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이 아닌, 삶의 터전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이다.

현재 노루벌은 쓰레기 투기, 불법 캠핑 등 무질서한 이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해법은 훼손과 개발이 아니다. 오히려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고, 반딧불이 서식지 복원과 같은 생태 보전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노루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진정한 해법이다.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무리한 개발 욕심을 버리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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