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1163?sid=102
“재단 처지를 대변하는 기관지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무력감”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 기수별 릴레이 성명 계획

세계일보 지면에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 관련 통일교 측을 대변하는 듯한 기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기자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는 기수별 연명 성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입사한 세계일보 28기 기자들은 3일 가장 먼저 성명을 내고, 최대주주인 통일교 재단법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을 향해 "세계일보의 편집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장단, 부장단에도 "부당한 요구에 맞서 평기자의 취재원을 지켜달라"고 밝혔다. 해당 성명은 세계일보 사옥 내부에 대자보 형식으로 부착됐다.
기자들은 최근 주요 지면에 올랐던 기사들을 두고 "직접인용으로 처리된 제목은 마치 특검에 대항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 차원의 문제 제기 이후에야 제목과 지면 배치가 바뀌었지만 이미 인쇄된 신문이 전국에 배포된 이후였다. 기자들이 우려해 온 재단의 편집권 침해가 현실이 된 순간"이라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세계일보 초판 1면엔 <특검의 과잉수사, 마녀 사냥은 안 된다> 제목의 김민지 한국평화종교학회장 특별 기고가 실렸고, 이는 세계일보지회 항의로 외부 기고 등을 싣는 26면으로 옮겨졌다. 세계일보지회는 앞서 해당 기고를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일보의 얼굴이 훼손당한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24일에도 1면 <특검의 종교 자유 침해 유감>, 7면 <과도하고 무리한 압수수색…형언할 수 없는 상처 입어> 등의 기사가 실렸다.
[관련기사: 통일교 입장 이틀째 1면…세계일보 기자들 "편집권 침해 반대"]

28기 기자들은 "신문사의 대문이요, 얼굴인 1면에 피의자 측의 일방적인 의견이 게재된 것은 언론이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선 것"이라며 "해당 입장문이 어떤 기사 가치가 있는지, 그것이 정당한 편집회의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을 가진 채 신문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통일교가 언론사 사주의 지위를 남용해 편집권을 침해한 사례로 보는 이유"라고 이번 문제를 규정했다.
나아가 기자들은 "3개월이 넘는 수습 기간,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서며 '좋은 기사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치열하게 취재하며 매일 발행되는 '지면의 무거움'을 체감했다"라며 "무기력하게 일방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저희가 배운 기자다움이 아니다. 그러한 보도는 36년간 쌓아온 세계일보의 무게에 어울리는 기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면을 보고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싶다. 사주와 상관없이 공정한 보도를 하는 곳임을 다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7년 여간 자리를 지켜온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지난달 31일 사임했다. 정희택 전 사장은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천무원의 정원주 부원장 친동생이다. 김건희 특검은 통일교 측이 소위 건진법사로 불린 전성배씨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고가 가방과 목걸이 등을 건넨 혐의를 수사 중이며, 한 총재와 천무원 정 부원장 및 이아무개 중앙행정실장 부원장 등을 공모관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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