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 기획 의도와 어긋난 방향으로 방송을 이어가며 정체성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각각 '싱글'과 '돌싱' 남성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임에도, 기혼 출연자의 잔류가 이어지며 시청자 비판이 거세다.
이상민과 김준호는 각각 '미우새'와 '돌싱포맨'을 초창기부터 이끈 핵심 출연진이다. 두 사람은 최근 결혼 소식을 알리며 싱글 혹은 돌싱 타이틀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방송에 출연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신혼집, 신혼여행, 시험관 시술 등 기혼자가 된 두 사람의 일상이 전파를 타고 있다.
'미우새'는 결혼하지 않은 중년 남성과 그의 어머니를 통해 가족 간 정서를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돌싱포맨'은 이혼 남성들의 현실적 고민과 감정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두 출연자의 변화한 상황은 이러한 프로그램의 기획 방향과 더는 부합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이 프로그램의 핵심 축인 만큼 잔류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방송은 특정 인물이 아닌 기획과 콘셉트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가 결혼할 경우 자연스럽게 하차하는 방식을 통해 프로그램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반면 SBS는 기혼자의 이야기를 기존 포맷에 억지로 맞추면서 기획 의도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 설문에서는 기혼 출연자들에 대한 부정 의견이 89%로 주를 이뤘다.
이러한 흐름은 방송이 인물 중심으로 운영될 때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프로그램은 기존 출연자의 안정성에 기대기보다, 기획 방향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돼야 한다. 콘셉트가 흔들릴 경우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SBS 예능에 필요한 것은 친숙한 얼굴이 아닌, 설득력 있는 서사다. 기획 의도라는 원칙이 다시 중심이 되어야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