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브랜드 구찌 등을 소유한 프랑스 럭셔리 그룹 케링(Kering)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명품 산업 전반의 성장 정체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간판 브랜드 구찌의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 구찌는 상반기 30억 유로(약 4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무려 26%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케링의 부채 규모는 100억 유로(한화 약 16조원)를 넘겼고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3년간 케링의 주가는 약 70%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210억 유로(약 33조7000억원)로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브랜드 체질 개선을 위해 구찌 디자인 총괄을 교체하고 프랑스 르노 출신 루카 데 메오를 신임 CEO로 영입하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품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핵심 배경에는 소비 세대의 변화가 있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한 MZ세대가 명품에 대해 과거와 같은 무조건적 선호를 보이지 않으면서 주요 고객층이 이탈하고 있다.
브랜드의 과도한 가격 인상, 과잉 마케팅, SNS 기반의 '과시형 소비' 유도 전략은 오히려 소비자 피로감을 불러왔다. 브랜드의 희소성은 떨어졌고, 품질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대체재를 찾는 이른바 '듀프(Dupe, 고가 브랜드 제품을 흉내 낸 저가 대체품)'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