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친구.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최선을 다해 공부하면서 "대학에 가면 다 좋아"질 거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1등 아랑. 2등이지만 모범생처럼 보이기 싫어서 늘 노는 척하고, 단짝 아랑을 점점 질투하는 연두. 밝고 다정하지만 친구들 기분부터 배려하고 양보하느라 자주 속을 태우는 은이. 두 명도 네 명도 아닌 '셋'이라는 설정부터 '드라마'를 예고한다. 즐겁게 어울리다가도 한 명이 문득 겪는 묘한 소외감,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차곡차곡 쌓인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의 뉘앙스를 포착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어른들의 '평범한 폭력'도 조명한다. 자기 신세 한탄에 바빠 딸에게 관심 없는 아랑이 엄마, 단짝을 시기하는 딸에게 "친구랑 잘 지내려면 친구보다 잘돼야 한다"고 조언하는 연두 아빠, 학생들을 대놓고 성적순으로 차별대우하는 선생님들. 희대의 '빌런'이 아닌 우리 곁의 평범한 어른들이다. "독자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어요. 그래도 나쁘게만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귀엽게 그리려고 했죠."
2011년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대상을 받은 단편만화가 출발점이다. 수신지 작가는 그 작은 씨앗을 소중히 품고 있다가 10여 년 후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시리즈라는 실한 열매로 키워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83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