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두 달 만에 1400원 ‘재돌파’
관세율 낮췄지만, 3500억달러 대미투자 약속
美경기 호조에 9월 금리인하 기대 꺾여
하반기 ‘강달러’ 무게…1400원대 지속 가능성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던 한미 관세협상이 양호한 수준에서 타결됐단 평가에도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다시 1400원을 돌파했다. 과거보다 높아진 미국 관세율과 주요국들의 대규모 대미투자 약속에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미국 경기도 견조한 상황이라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고 있어, 당분간 환율은 1400원대에서 쉽사리 내려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관세 협상 승기 잡은 美
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2시 9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87.05원)보다 14.1원 오른 1401.1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후 한때는 1401.7원을 터치해,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5월 15일(1412.1원) 이후 약 두 달 보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일본, 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자동차 관세도 25%에서 15%로 낮췄으며, 추후 부과될 반도체·의약품 관세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시장에서는 관세협상 타결 자체는 불확실성 제거로 환율 하락 재료지만, 합의 내용을 뜯어보면 미국에 유리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관세율을 낮췄다고 하더라도 실효관세율이 과거보다 높아졌고, 3500억달러(약 486조원)의 대규모 대미투자까지 약속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으로부터 3년 반 동안 액화천연가스(LNG) 및 기타 에너지 제품도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1년간 미국에 순유입된 직접투자(FDI) 규모가 3221억달러였음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투자 규모인 셈이다. 미국에 대한 투자는 결국 달러로 자금이 몰린다는 것으로, 달러 강세와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달러 2개월 만에 ‘최고’…실질가치 고평가 분석도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고율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미국은 물가, 고용, 성장률 등 경기가 여전히 탄탄한 모습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지난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동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5차례 연속 동결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관세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지금 물가는 목표치보다 높다”며 “금리인하를 너무 빠르게 하면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매파적인(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시장에선 9월 금리 인하도 쉽지 않다는 시각으로 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9월에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38.2%로 반영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인하 가능성은 90%를 웃돌았지만, 이제는 동결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는 흐름이다.
당분간 미국이 현재의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에 달러화는 급격히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두 달여 만에 100선을 넘어섰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해 내년 말에는 135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의 실질 가치가 장기 추세대비 고평가되면서 실질 및 명목 실효환율 기준으로 봤을 때 원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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