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기사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박규진(박윤호 분)과 서영동(손보승 분)은 극단적인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폭행과 폭언은 기본, '나쁜 짓'을 하도록 강요당한다. 몰카 찍기, 교사에게 폭언하기, 어머니 신분증 훔쳐오기….
두 학폭 피해자가 동시에 출처불명 불법총기를 배달받았다. 한 소년(영동)은, 총기를 사용해 사적 복수를 벌인다. 학교 문을 모두 잠그고 무차별 난사를 해 복수를 한다.
반면 한 소년(규진)은 끝내 트리거를 당기지 못한다. 가해자에게 총을 겨눴지만, 이도 순경(김남길 분)의 설득에 마음을 돌린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총을 내려놓는다.
"여기, 똑같은 좌절과 고통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겨내고 극복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끝내 (범행을) 저지르죠.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권일용 교수)

'디스패치'가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한국 과학수사기법의 기틀을 마련한 전문가다.
논픽션 에세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집필했다. '악마음'은 지난 2018년 드라마로 제작돼 시청자를 만났다. 김남길이 연기한 '송하영'이 권 교수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다음은 권일용 교수가 보는, '트리거'에 담긴 의미다.

◆ 트리거를 당길 때까지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공격'은, 남을 해치려는 의도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위험성을 가진 공격성은, 수많은 좌절이 연속됐을 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위험성을 가지고, 감정을 폭발시켜 공격하는 사람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에서 문백(김영광 분)이 발송한 총을 받은 불특정 다수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누가 트리거를 당길까?
권 교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고, 요청했을 때도 도움받지 못하고, 주변에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들. 즉 고립된 사람들이 반복적인 좌절을 겪을 때 공격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목표의 유무 역시 트리거의 요인이다. "만일, '극복하고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강한 의지와 목표가 있다면 이겨낼 에너지가 된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 목표와 사회적 유대는 보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누군 당기고, 누군 멈췄다
물론 좌절과 피해를 겪었다고, 반드시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영동은 방아쇠를 당겼고, 규진은 분노를 참아냈다. 고립은 그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소다.
"좌절과 분노를 겪었을 때 (공격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유사한 범죄에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죠. 결국 중요한 포인트는 고립이 됐느냐 아니냐예요."
권 교수는 "규진은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 즉 사랑하는 가족이 주변에 있다. 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 학폭 피해자로서 도움을 받지 못해도 고립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극중 영동에겐 친구 혹은 가족 등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이 묘사되지 않아요. 고립을 막을 만한 관계성이 없었다는 거죠. 결국 학교 안의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하게 됩니다."
(후략)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33/0000119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