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658/0000115332?date=20250731
- “미군 윤락시설 잔재 양지화
- 부산 관문에 부적절” 비판
- “이름 바꿔 새 관광자원화를”
2017년 설치 이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국제신문 2017년 10월 3일자 7면 보도)을 받아온 ‘텍사스 거리’ 조형물이 8년 만에 철거된다. 부산시와 동구가 사업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주민 설명회에서는 전면 철거 이후 새로운 거리 이름을 공모해 지역축제와 연계한 관광 먹거리를 모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30일 부산 동구 ‘텍사스 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아치형 조형물 아래를 지나고 있다. 부산시와 동구는 ‘부산역 도시비우기 시범사업’을 통해 이 조형물을 철거하고, 거리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부산시는 다음 달 부산역 일대 ‘도시 비우기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부산역 맞은편 텍사스 거리 조형물 2개소를 철거한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시범사업은 지난해 9월부터 오는 9월까지 예산 15억 원을 투입, 부산역 앞 보행로 700m 구간에 도시미관을 저해하며 보행권을 제약하는 공공시설물을 철거·정비하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간판 정비, 안전펜스 규격 통일 등 작업을 진행한다.
텍사스 거리 시설물은 2017년 동구가 13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 ‘상업지구 문화관광 기반구축 사업’의 하나로 탄생했다. 구는 지역 상권 활성화 취지에서 아치형 시설물과 외국인 상점 간판 교체, 가로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텍사스촌은 미군을 상대로 한 윤락업소 밀집지역을 통칭하는 말로, 설치 당시 지역에서 암암리에 부르던 이름을 양지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SNS 상에서도 ‘부산 윤락 거리 홍보에 수억 원 세금을 낭비한다’ ‘부산역에서 내려 도시철도까지 가는데 너무 놀라 딸의 눈을 가리고 걸었다’ 등 부정적인 여론이 거셌다.
텍사스 거리는 6·25 전쟁 이후 주한미군을 상대로 한 중구 중앙동의 텍사스촌이 1953년 부산역 대화재로 불타 옮겨 오면서 시작됐다. 원래 이곳은 1880년대 청나라 영사관이 개관한 뒤 중국인 주거지와 점포가 모인 청관거리였다. 청관거리 일부를 차지한 텍사스촌은 주한미군이 줄어든 뒤에는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러시아 선원 등이 주로 찾는 곳이 됐다. 한때 성매매도 암암리에 자행돼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으로도 지정된 바 있고 현재는 외국인 대상 클럽과 숙박업소 등이 일부 영업 중이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식당 등이 있어 해외 음식을 찾는 부산시민과 관광객도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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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는 철거 작업을 끝낸 뒤 명칭 공모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김진홍 동구청장은 “일부 철거를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시대상과 맞지 않다는 여론이 많아 철거를 결정했다”며 “별도의 명칭 공모 계획을 정하진 않았지만, 시설물을 안전하게 철거한 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