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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음도 예외 없었다
딸의 학교폭력 문제에 격분해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 무단으로 들어간 아버지가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자녀의 고통에 이성을 잃은 아버지의 행동은 안타까움을 샀지만, 법원은 어떠한 이유로도 학교의 평온과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건은 2023년 7월 7일 오전 9시,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졌다. 1교시 수업이 진행 중이던 2학년 2반 교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들어선 사람은 학생이 아닌, 이 학교 2학년 B양의 아버지 A씨였다. 담임교사와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A씨에게 쏠렸다.
A씨의 딸 B양은 최근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된 상태였다. 딸의 일로 밤잠을 설치던 A씨는 결국 직접 가해자와 피해 학생들의 얼굴을 확인하겠다며 학교를 찾은 것이었다. A씨는 교실 안을 둘러보더니 한 학생을 손으로 지목하며 말했다. "너가 걔구나."
A씨의 돌발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곧장 5층 미술실로 향했다. 2분 뒤인 9시 2분, 딸의 반 학생들이 미술 수업을 받고 있던 교실에 또다시 허락 없이 들어갔다. A씨는 놀란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학생들 얼굴 보러 왔습니다"라고 말한 뒤 교실을 휘저었다.
분노한 아버지의 마음, 그러나 법의 벽은 높았다
수업 중인 교실에 외부인이 두 차례나 무단으로 들어온 초유의 사태에 학교는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A씨는 교사들이 관리하는 건조물(교실)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건조물침입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방법원 한진희 판사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행동을 모두 인정했지만, 재판부는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별개로 A씨의 행동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교사들이 관리하는 건조물에 허락 없이 침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