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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학교에 돈 없어 졸업사진 못 찍자, 사비로 10년째 앨범 만드는 이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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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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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82885?sid=001

 

[동네 사진관] 옥천 동이초·병설유치원 졸업생 위해 직접 촬영, 아내는 디자인... 임덕현 이장의 특별한 재능기부이제는 전 국민이 사진사이고 유튜버인 시대. 무겁고 투박한 전문가용 장비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사진을 쉽게 찍고 나눕니다. 수천 장의 사진이 손끝에서 탄생하는 이때, 오히려 인화지 위에 남은 장면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기억이자 역사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충북 옥천 농촌잡지 <월간 옥이네> 7월호에는 동네 사진관, 사진 동아리, 그리고 사진으로 기억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모교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찍고, 취미나 봉사의 연장선에서 지역의 순간을 포착하는 사람들,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골목을 지키는 동네 사진관까지. 렌즈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얼굴들, 그 장면을 담는 이들의 마음을 따라가 봤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월간 옥이네> 종이잡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  충북 옥천군 동이면 석화리 임덕현 이장
ⓒ 월간 옥이네


오랫동안 책장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졸업앨범. 뿌옇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그날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학교는 그대로일까'라는 궁금증이 들곤 한다. 언제 봐도 '그땐 그랬지' 웃음 짓게 만드는 것에는 그 시절만의 추억이 있기 때문일 테다.

정든 학교를 떠나기 전 설렘 반 아쉬움 반으로 찍는 졸업사진은 졸업앨범으로 만들어져 졸업장과 함께 받는다. 하지만 학창시절 추억이 담긴 졸업앨범을 모두가 간직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단 한 장의 단체사진으로 마지막을 추억한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임덕현(60)씨는 잠자고 있던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게 충북 옥천 동이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 졸업생에게 졸업앨범을 선물한 지 10년째. 학교 선배가 후배를, 마을 어른이 어린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그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마을 주민이 카메라를 든 이유

동이면 석화리 이장인 임덕현씨는 2013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3년 뒤 예산이 없어 졸업앨범을 못 만든다는 모교의 사정을 전해 들은 그는 카메라를 들고 학교를 찾았다. 대전과 서울에서 사진관과 인쇄소를 20여 년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제가 졸업할 땐 졸업앨범은 무조건 받는 거였어요. 학생 수가 줄어 단체사진 한 장으로 앨범을 대신한다는 말을 듣고 속상했죠. 마침 카메라와 졸업가운을 가지고 있으니까 해보자고 한 거예요."

임덕현씨는 사진을, 아내 김미영(60)씨는 디자인을 맡았다. 계절마다,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학교를 찾았다. 그가 셔터를 누를 때마다 쌓인 사진들은 양장커버의 졸업앨범으로 만들어졌다. 1년이 지나고 졸업생 9명에게 전달했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안 찍던 졸업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어색해하는 학생도 있고 결과물을 궁금해하는 학생도 있었어요. 앨범을 받고 학생·부모님·선생님 모두가 좋아했죠. 그 모습에 제가 더 기뻤는데, 학생들이 감사 편지까지 주니까 뭉클하더라고요."

임덕현씨가 지금까지 찍어준 학생 수는 총 100여 명. 1년에 약 10명에게 졸업앨범을 선물하고 있다. 앨범 제작비는 150만 원가량으로 전부 자비로 해결한다. 적지 않은 비용에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기뻐할 학생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그를 속상하게 하는 일은 따로 있다.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 왁자지껄해야 할 학교에 웃음과 학생이 줄어드는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제가 졸업하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이 없어서 안타까워요. 올해도 신입생이 줄었는데 걱정이 많아요."

현재 동이초등학교(동이면 평산리) 재학생 수는 총 31명(남 22명, 여 9명)으로 신입생이 해마다 줄고 있다. 2023년 8명, 2024년 5명, 올해는 2명으로 줄어 주민들의 근심이 깊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추억까지 빼앗을 수 없는 일. 그는 학생들에게 추억을 들춰보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가끔이지만 학창시절이 그리워질 때면 졸업앨범을 봐요. 제가 어렸을 때는 사진이 귀했어요. 더 많이 찍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죠. '사진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가도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맘껏 웃고 놀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훗날 졸업생들에게도 이런 시간이 생기길 바라요."

오래 기억하고 함께 추억할 사진

 

▲  충북 옥천군 동이초등학교에서 보관 중인 임덕현씨가 제작한 졸업앨범.
ⓒ 월간 옥이네


동이초등학교뿐만 아니라 병설유치원 졸업사진까지 책임지고 있는 임덕현씨. 졸업앨범을 제작하기로 결정한 첫해부터 시작한 일이다.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활동, 졸업생을 통해 시간이 훌쩍 지났음을 느낀다.

"유치원 졸업사진 찍은 어린이가 초등학교 졸업한다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시간 정말 빠르다' 싶더라고요. 학생은 워낙 어렸을 때라 저를 기억 못했지만 낯익은 얼굴을 보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어요."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는 순간을 담은 경험은 그에게도 특별하다. 졸업사진이 아니었더라면 보지 못했을 순간들은 기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마을 행사가 있을 때마다 꼼꼼히 기록하게 된 것도 졸업앨범에서 비롯된 일.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인구에 더욱 마을의 '지금'을 기록하게 된다.

"이장을 떠나 주민으로서 마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장은 몰라도 먼 훗날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잖아요. 주민들이 어떻게 마을을 돌봤는지 그런 것들이요. 제가 챙기지 못하면 다른 주민이 찍은 사진을 받아 가능한 한 많이 기록을 남기려고 해요."

실제로 마을공동급식소 '오다가다 쉼터(동이면 석화리)'에는 그동안의 마을 활동 사진들로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취미 생활인 글과 그림도 함께 게시돼 있었는데, 작은 것 하나라도 공유하고 기록하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졸업앨범으로 기록의 개념이 확장됐다는 임덕현씨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매년 열리는 동이초등학교 총동문회에 그동안 찍은 졸업사진을 전시하는 것. 그가 졸업하던 해부터 지금까지의 사진을 전시해 얼마나 많은 이가 졸업했는지, 학교의 변천사를 함께 보고 싶다.

"학교 측과 상의해서 학교에 전시 공간을 꾸리고 싶어요. 흑백사진부터 컬러사진까지, 시간별로 정리해서 재학생, 졸업생이 같이 보면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이것 말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졸업앨범에 학생들의 6년을 전부 담고 싶어요. 혼자서는 어렵고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현재 앨범에는 1년 동안의 활동사진이 들어간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6년간의 모습을 모두 담고 싶다. 이를 위해선 학교와의 협업이 필수다. 운동회·소풍 등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개인·단체별로 사진을 꼼꼼히 찍어줄 인력과 사진 보관 방법 등을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인력이 충분치 않고 매년 담임선생님이 바뀌어 소통 문제가 따른다. 그럼에도 언젠가 못 볼지도 모르는 학생들이기에 최선을 다해 추억을 안겨주고 싶단다.

"졸업사진 인화는 대구에 의뢰해요. 대전에 많았는데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업체가 없어졌어요. 학생이 줄어드는 게 어느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껴요. 우리 마을도 사람이 늘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어려운 일이에요. 지금 있는 학생만이라도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노력해야죠."

임덕현씨는 학교 선배가 후배를, 마을 어른이 어린이를 챙겨주는 경험이 또 다른 선의를 불러올 거라고 믿는다. 베풀며 사는 어른이 되겠다는 학생들의 감사 인사를 들을 때마다 고마움과 행복은 물론 베푸는 삶을 살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안타까움에 시작한 활동이지만 학생들의 말에 오히려 더 많이 배운다는 임덕현씨.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더 많은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사진을 쉽고 빠르게 찍을 수 있게 된 만큼 사진을 대하는 태도도 바뀐 것 같아요.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찍어서 책자로 만들면 기억에 더 오래 남아요. 앞으로도 사진 속 이야기와 함께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주민들과 함께 추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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