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와 톰보이 사이 매력을 쉴 새 없이 오간다. ‘EXTRA’를 노래하지만 언제나 주인공 같은 전소미.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뷰티 브랜드 글맆 대표로서도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뜨겁고 깊어진 스물다섯 살 전소미를 만났다.



표현력이 좋더라고요. 캐비닛 앞에서 찍을 때는 “이건 외로움이에요”라고 하면서 주제를 스스로 정하기도 하고.
작업할 때 그렇게 하려고 해요. 노래 만들 때부터 건축하듯이 차근차근 만들어가다 보니까 어떻게 부르고 표현해야 할지,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찍어야 할지 착착 생각이 나요. 메인 프로듀서 테디 오빠도 비주얼을 먼저 떠올리고 방향을 잡는 주의여서 배웠나 봐요.
오늘도 착착 생각이 났나요?
사진가인 신애 언니와는 여러 번 작업을 했어요. 그때마다 신기하게 렌즈 사이로 언니의 눈이 보이는 것 같아요. 소중한 경험이죠. 말하지 않아도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어서 그런지 편하고 과감한 표현도 쉽게 나와요. 은근 낯가리는 성격이라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몸 푸는 데 시간이 걸릴 때도 있거든요. 덕분에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MBTI가 ENFP죠? 저도 같은 유형이라 공감해요. 사람들은 우리를 마냥 활발한 ‘댕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맞아요. 이번 ‘EXTRA’ 뮤직비디오를 어떤 분들은 호러물 같다고도 하는데 언니는 저를 아니까 귀엽게 봤대요. 연기하는 모습이나 몸 쓰는 걸 보고 사진도 툭툭 편하게 찍어보면 좋겠다고 해서 머릿속에 스토리를 그리면서 해봤어요.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뭘 표현하고자 했어요?
어떻게 보면 엑스트라는 뻔한 단어예요. “너는 내 스포트라이트를 다 뺏어가지, 나는 커튼 뒤” 이런 식으로 가사를 쓰고 풀어낼 수도 있죠. 그래서 과도하게 행동하는 의미로도 쓰고, ‘Tried to give my hunnit to you, But you want that 101’이라는 가사처럼 단역 배우 의미로도 쓰면서 변주를 주려고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가사가 ‘Don’t say no 더 아프니까’인데 오히려 다른 가사에 비해 담담해서 슬프게 느껴지더라고요. 솔직담백한 말이 한두 개씩 들어가니까 뮤직비디오 때 어떻게 찍으면 될지 감이 확실히 잡혔어요.
담담한 가사가 왜 슬프게 다가왔나요?
사실 뮤직비디오 찍기 전날 엄마랑 통화하다가 조금 다퉜어요. 감정이 복잡해지면서 엄청 울었거든요. 촬영날 아침까지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서 잘 찍을 수 있을까, 상황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걱정을 했어요. 지금 와서 보니까 그 감정이 고스란히 뮤직비디오에 담겨서 잘 어우러졌더라고요. 어떤 장면에서는 아예 연기하지도 않았어요.(웃음)
뮤직비디오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갑자기 확 잔디밭으로 떨어지는 화면 전환이라든지 백업 댄서를 마네킹처럼 표현한 부분이라든지.
저도 떨어지는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지금까지 찍은 것 중 이번 뮤직비디오 성격이 제일 다른데 촬영할 때 장면별 일정도 계산적으로 나누었어요. 괜찮은 장면이 나오면 감독님도 “컷!” 하고 바로바로 넘어갔어요.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게, 최소한으로 절제된 미를 유지하려고 신경 썼어요.
뮤직비디오는 윤승림 감독님과 함께했죠.
대단한 분이잖아요. 처음부터 만들어주신 스토리보드가 마음에 들었어요. 감사하게도 곡을 듣고 욕심나고, 부담감을 느낀 게 오랜만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본인 의견이 담긴 부분도 있나요?
표현하고자 했던 게 확실했고, 회사에서도 “소미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고 믿어줬어요. 전형적이지 않았으면 했죠. 안무를 뮤지컬처럼 만들고 싶어서 유명한 코레오그래퍼께 의뢰했거든요. 뮤직비디오에서는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용하는 분들을 댄서로 섭외했어요. 저랑 같은 단발 스타일의 금발 가발을 써서 세세하게 각도도 맞췄죠. 중간에 숨이 멎는 장면이 원래 있었는데, 극적으로 불에 탄 분장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봤어요. 리전드 필름에서도 좋다고, 노래도 몇 초 멈춰보자고 제안해서 확 집중되는 장면이 나왔죠.

“이제는 소중히 준비한 걸 잘 펼치고 다음을 위해 나아가려고 하는 거죠.
너무 쥐고 있는 것도 좋지 않음을 느꼈어요.”

얼마 전 처음으로 ‘워터밤 서울 2025’ 무대에 올랐죠. ‘EXTRA’ 무대를 최초로 공개한 자리이기도 한데, 소감이 궁금해요.
워터밤은 관객들이 하루 종일 젖어 있을 각오로 오잖아요. 열정이 어마어마할 텐데 어떻게 이분들이 신나게 흥을 돋울까 고민했죠. 물도 많이 맞고, 아쉬움 없이 즐기고 내려왔어요. 이전에는 처음 곡을 내고 무대에 설 때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어요. 이번 ‘EXTRA’는 조금 달라요.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세상에 나온 곡은 이제 제 손을 떠난 거잖아요. 곡을 사랑해주시고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연연하지 않는 거군요.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했고, 이미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거든요. 상상도 못했지만 뮤직비디오에 ‘팝 스타 같다’ ‘해외 아트 필름처럼 나왔다’ 등의 댓글이 달려서 기뻤어요. 예전에는 ‘나 좀 봐줘’라는 마음으로 무대를 했지만 이제는 소중히 준비한 걸 잘 펼치고 다음을 위해 나아가려고 하는 거죠. 너무 쥐고 있는 것도 좋지 않음을 느꼈어요.
그런 마음을 느끼기까지 부담감도 엄청났을 텐데요.
배워가고 있어요. 무대나 뮤직비디오에서도 애쓰거나 초조해하지 않고 ‘내가 해온 만큼 해야지’ 다짐하니까 오히려 반응이 좋아요.
세 번째 솔로 ‘DUMB DUMB’ 활동을 앞두고 달라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심기일전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후 아티스트로서 전소미의 가닥을 잡았다고 느껴지는데 본인도 그렇게 여기나요?
사실 ‘고유의 색을 찾은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을 때 어려워요. 프로듀서들은 그때그때 나와 잘 어울리는 노래를 제안해주거든요. 물론 큰 틀에서 보면 ‘DUMB DUMB’ 이후로 사람이 됐어요. 나를 표현하는 방법, 힘을 빼는 법을 알게 됐죠. 내 세계를 찾았다고 말하면 오히려 거창한 느낌이에요.
첫 음악 방송은 어땠어요? 힘 빼고 자연스럽게 했나요?
제가 6년 만에 응원봉이 생겼어요. 그것밖에 안 보이던데요.(웃음) 감격스러웠어요. 그걸 들고 있는 솜뭉치들의 표정도 너무 당당하고 귀여운 거예요. 마지막에 전체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라가면 원래 팬을 한 분 한 분 찾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이제는 ‘저기 있구나’ 바로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번 싱글에서는 소속사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도록 밀어줬다고 했어요.
과거에 대부분 안 될 거라 하고, 저는 될 거라고 한 곡이 성공한 적이 많아요.(웃음) 그리고 활동 전에 늘 테디 오빠랑 곡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면 좋을지 대화하고, 제가 답을 구하거든요. 오빠랑 길게 대화한 어느 날이었어요. 테디 오빠가 갑자기 “소미야 이제 너는 걱정 없겠다”라고 하면서 안목이 많이 좋아졌다고 얘기해주는 거예요. 불안할 때 찾아가는 사람이 ‘나는 너 믿어’라고 말해주니까 스스로 믿음도 생기고 성숙해졌다고 느꼈어요.
EP 또는 정규 앨범을 내기 전, ‘EXTRA’는 싱글로 충분히 반응이 좋을 것 같아서 먼저 선보인 곡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솔로는 항상 신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팀은 고유의 사운드가 있어도 돼요. 그 팀의 색이니까요. 하지만 솔로는 새로운 장기를 끝없이 보여줘야 하죠. 쟁쟁한 K-팝 신에서 승부를 보려면 어쩔 수 없어요. 여름 노래도 하고 하이틴 음악도 하고 딥 하우스 장르도 했어요. 그러다 이번 곡은 쉽게 녹음한 거예요. 그럼 보통 징조가 좋거든요. ‘Fast Forward’ 녹음도 한 번에 끝났거든요.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군요.
‘EXTRA’는 내 곡인데도 끝날 때 아쉬웠어요. 앨범 수록곡이 될 뻔했지만 막상 녹음해보니 계속 듣고 싶더라고요. 여름에 들으면 답답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것저것 고민할 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죠. 곡이 느슨해서 드라이브하면서 듣기도 좋고, 끈적한 느낌도 나쁘지 않은 거예요. 그냥 이 노래가 가장 신선하고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멋있는 사람들이 멋있다고 해주는게 좋아요.
팬들도 감사할 만큼 있어요.
저는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만족스럽게 살고 있어요.”


다음 앨범은 대략 언제쯤 발매할까요?
곧이에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싱글 활동과 앨범 준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앨범에 대한 힌트도 주세요.
엄청 미인이 되어서 돌아올 거예요.(웃음) 노골적인 의미입니다.
지켜볼게요. 곡을 낼 때마다 ‘레벨 업’하는 걸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번 작업을 통해서도 한 단계 성장했나요?
진행 중일 때는 전혀 몰라요. 곡을 내고 나서도 정신없이 활동하다가 모든 음악 방송을 다 돌고 나면 확 느껴요. 타임스탬프처럼 지난 활동 모습과 지금 모습이 바로 비교되거든요. 이렇게 또 성장했네 생각하죠.
프라다 쇼나 어머니가 수박 써는 모습을 보고 곡을 쓰는 등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죠. 최근 영감을 얻은 일이 있나요?
요즘에는 상상과 사람들에게서 듣는 말, 영화를 보다 느끼는 감상을 가사로 썼어요. 저는 전혀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조금 바꿔 사랑 이야기로 만들기도 해요. ‘EXTRA’도 경험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초반에 ‘찐따 같은 러브 스토리 너를 바라보는 나’라고 가사를 썼어요. 그런데 아무리 멋있게 ‘찐따’를 부르려고 해도 발음이 안 되는 거예요.(웃음) 녹음해보고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바꿔보고, 하루 종일 매달릴 때도 있어요.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할머니가 어릴 때 쓴 일기장 보고 칭찬해주신 적은 있어요. 아직도 일기는 종종 써요. 일기장에 친구한테 말하는 것처럼 쓰죠. ‘기억나지? 이거 대박이지 않냐’라고 하면서 나중에 읽을 것까지 생각하면서.(웃음) 그러니까 막 한 시간도 넘게 쓰는 거예요. 그렇게 쓴 일기장이 세 권 정도 있어요.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되게 좋은 방법이네요.
저도 한 번씩 놀라요. 옛날 일기를 읽다 보면 ‘내가 나를 꽤 잘 알고 있구나’ 느끼죠.
글맆 얘기를 안 할 수 없죠. 뷰티 브랜드 대표로서 론칭 이전과 이후, 비주얼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삶에도 변화가 있을 텐데요.
노래와 퍼포먼스는 10년 동안 하다 보니 당연한 루틴 같아요. 글맆은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기분이에요. ‘글맆 Fam’이라는 커뮤니티가 있거든요. 브랜드를 사랑해주는 분들과 소통하는 공간인데, 우선 소통할 마음이 생길 수 있게 제품을 만들고 알리기 위해 항상 고민해요. 돈만 보고 했다면 정말 많이 벌었을 거예요. 하지만 화장품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애정이 있다 보니 허투루 할 수 없어요. 좋은 품질에 조금은 다른,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대표로서 진심이 느껴지네요.
그럼요. 제가 만들고 싶은 립글로스 제형이 있었어요. 그런데 국내에 그런 제형의 립글로스를 만드는 곳이 없는 거예요. 대표적인 화장품 공장 세 군데 샘플을 받았는데 아쉬웠고, 그보다 조금 작은 공장 것도 마음에 차지 않았어요. 수소문을 하다가 화성 끝자락 아주 작은 공장에서 원하는 걸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거예요. 심장이 두근거려서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인데도 KTX를 타고 찾아갔어요. 기어코 원하던 립글로스를 만들어냈죠.(웃음) 그만큼 저는 진심이에요. 진심을 좀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멋집니다. 글맆을 운영하면서 어떤 방면이든 소미 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훌륭한 멀티태스커예요. 아직까지 글맆 때문에 음악 활동에 지장을 준 적이 없고, 음악 활동 때문에 글맆이 피해를 본 적도 없어요. 제 머리는 가끔 아프죠.(웃음) 곧 새로운 제품도 출시해요.
그럼 사업가로서 전소미와 뮤지션으로서 전소미는 차이가 있을까요?
둘 다 전략가예요. 수치상 성공을 해야만 진짜 성공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낭만에만 사로잡혀 살지도 않죠. 절대적인 기준은 없어요. 멋있는 사람들이 멋있다고 해주는게 좋아요. 팬들도 감사할 만큼 있어요. 저는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만족스럽게 살고 있어요. 그리고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도 여전히 있고요.
여러 일을 해내면서 지칠 때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본인을 다잡는 방법이 있나요?
지금까지는 달릴 줄만 알았지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 여행도 가까운 제주도나 일본 정도나 갔죠. 급한 용무로 연락이 오면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해서 그랬어요. 지치진 않았지만, 이번 활동 마치면 멀리 여행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어디로 떠나고 싶나요?
이집트 가고 싶어요. 비밀이 너무 많아 보여요. 그걸 눈으로 보고 싶어요.(웃음)
다녀와서 내는 앨범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네요.(웃음) 도쿄와 오사카 팬 미팅도 앞두고 있죠. 기대해도 좋을까요?
팬 미팅이 처음이라서 지금까지 낸 곡을 거의 다 불러요. 분위기는 뜨겁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저도 좋아하는 아티스트 공연이나 팬 미팅을 가면 노래할 때 가장 신나더라고요. 다른 것도 준비하지만 공연에 가장 신경 쓰려고 해요.
팬들이 기다리던 유튜브 채널도 드디어 개설했어요. 영어로 소미를 거꾸로 한 이모스(imos) 채널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요?
B급 감성이에요. 하지만 길게 봤을 때 지금 올린 영상이 더 흥미로울 것 같아요. 콘텐츠에 대한 벽이 생기는 것보다 천천히 오래가기 위해서요. 팬들과 수다 떨듯이 그렇게 만들어가려고 해요.
20대 중반, 아티스트로서 데뷔한 지 10년 차입니다. 지금의 전소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일기장에 쓰듯이 말씀해주세요.
“지금부터는 쉬고 싶어도 못 쉴 듯.” 지금까지 쉬고 싶어서 쉰 적은 없었어요. 올해는 앨범뿐만 아니라 더 많은 걸 구상하고 있어요. 서른 살까지는 바쁘지 않을까요? 그때는 제가 원하는 것보다 좀 더 많은 걸 이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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