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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모든 관람객을 대상으로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무료화한 것은 2008년 5월부터다. 당시 상설전시관 기준 성인 입장권 가격은 2000원, 청소년은 1000원이었다. 정부는 무료화가 국민의 '문화향수권'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홍보했다. 이후 17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 우리는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가 '공짜'라는 사실에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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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국립박물관들은 성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입장권을 대부분 유료로 판매한다. 대신 16~18세 미만 청소년과 장애인은 무료인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은 22유로(약 3만6000원)를 입장료로 받는다. 바티칸 미술관도 현장예매 입장료가 20유로(약 3만2500원) 수준이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입장권은 30달러(약 4만1500원)다. 뉴욕주 거주자 및 뉴저지·코네티컷주 학생은 본인이 원하는 만큼 비용을 내고 들어갈 수 있는데, 공짜 입장은 안된다. 1센트 라도 내야 한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성인 관람객에게 1000엔(약 94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중국 본토의 국보급 유물을 다수 소장 중인 대만의 국립고궁박물관의 경우 내국인 입장료는 150 대만달러(약 7000원)지만, 외국인 관람객에겐 2배 이상인 350 대만달러(약 1만6500원)를 받는다.
소장품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가져온 유물인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예외적으로 상설전시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내부에선 '외국인 유료, 국민 무료' 라는 선별적 유료화 주장이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 문화는 '세계화'의 길을 가고 있다. 최근 한국 K팝과 전통문화, 서울을 배경으로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대표적인 사례다. '케데헌'에 나오는 호랑이와 까치 민화를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핫플'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관람객과 외국인 관람객 수는 각각 1091만명(중앙박물관 378만명), 35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제 우리도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를 원점에서 검토할 때가 됐다. 변화한 위상의 한국 문화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