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독자’라는 정체성 지우고 남은 공허한 세계, ‘전지적 독자 시점’ [위근우의 리플레이]
4,269 9
2025.07.26 16:00
4,269 9
VljmYE

* <전지적 독자 시점> 원작 소설과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의 미움을 받는 ‘독자’의 이야기. 개봉 이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가 휘말린 논란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런칭 예고편에서 원작에선 칼을 위주로 다루고 이순신의 가호를 받던 이지혜(지수)가 라이플총을 쓰는 장면이 나오자 원작 팬덤에서 분노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인 건 차라리 지엽적인 문제다.


정말 흉흉해진 건 주인공 김독자(안효섭)가 자신의 반평생을 함께 하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이 유일한 독자였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하 <멸살법>)의 엔딩에 대해 “이 소설은 최악입니다”라고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영화 속 설정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작가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에필로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라 담백하게 진심을 전하며 그 와중에도 ‘섣불리 꺼낸 말들이 작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두려웠다’던 원작의 김독자는 어디에 있는가.


개봉을 앞두고 분노는 확산됐고, 언론은 ‘천만 시어머니’ 따위의 표현(뭔가를 참견하고 간섭하는 행위를 ‘시어머니’로 호명하는 행태는 대체 언제 사라질까)으로 이 갈등 상황을 전하고 즐기며 조회수를 챙겼다. 마치 원작에서 인간들의 다툼을 보고 낄낄대는 저열한 성좌들과 그에 기생하는 도깨비처럼. 성좌에게 휘둘리지 않는 김독자가 그러했듯, 원작 대 영화라는 만들어진 갈등에 집중하기보단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전독시>라는 이야기의 재미이며 사랑스러움인가. 그것이 미디어믹스의 방향에 대한 더 나은 논의이기도 하거니와, <전독시>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야기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


영화 <전독시>에도 많은 것이 그대로 남았다. 김독자가 읽던 <멸살법>의 세계가 현실이 된다는 기본 설정도 그대로이며, 그가 소설에서 읽은 내용을 기반으로 이 세계를 헤쳐나간다는 것도 그대로이며, <멸살법>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과 김독자가 양대 주인공으로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는 것도 그대로다. 만약 이 영화를 흔히 게임 판타지라 불리는 롤플레잉 게임과 현실을 결합한 판타지 장르물의 실사화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분명 원작의 중요한 것들을 대부분 남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전독시> 영화냐면 솔직히 회의적이다. 나에게 원작의 수많은 사건과 인물과 설정보다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좋았던 건 다음 구절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독자의 방식으로 싸운다.” 왜 그것이 영화에 담겨야 하느냐 묻는다면, 좋은 원작이 존중받아야 하는 건 원작이라서가 아니라 좋음 때문이라 답하겠다.


...


나는 이 모든 각색에 유의미한 야심과 선의가 있다 생각하고, 각자도생 대신 함께 연대하며 살아남자는 영화의 메시지에 동의한다. 다만 상당히 기세등등한 엔딩 장면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전망을 남겼는지는 모르겠다. 세상이 가장 쓸데없다 말하던 일이 실은 조금도 쓸데없지 않더라는 그 역전과 자기 위안의 쾌감도, 독자의 방식으로 싸워 성장하는 개연성도 사라진 자리에 그저 당위만 덩그러니 남은 이 세계는 상당히 공허하고 심심하다. 무엇보다 이것을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 말해도 될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85451?sid=103

목록 스크랩 (0)
댓글 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칸 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이후 국내 단 한번의 시사! <군체> IMAX 시사회 초대 이벤트 502 05.04 46,17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40,64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357,65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13,82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649,811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09,73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65,65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67,00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9 20.05.17 8,680,60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0 20.04.30 8,570,94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20,123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59252 유머 단체 '저 장' 하는 취사병 배우들 (취사병 제작발표회) 21:28 3
3059251 이슈 새로 산 카메라 기능 하나에 신난 윤두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1:28 11
3059250 유머 "사람 잘 따르고 과충전하지 않겠습니다"…로봇스님 '가비' 등장 21:28 3
3059249 정보 일본 음원 스트리밍 & 다운로드 랭킹 (5월 첫째주) 21:28 2
3059248 기사/뉴스 매출 206억 만든 출판계 아이돌 김민경 편집자 “인센티브 기대‥하X닉스 통 와”(유퀴즈) 21:28 44
3059247 유머 ???: 너희 어머니는 나 아실거야.jpg 1 21:28 176
3059246 이슈 전원 고양이상 비주얼 살벌한 방금 뜬 빌리 뮤비.jpg 2 21:27 124
3059245 이슈 다들 비오는날 비맞고 있는 사람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 4 21:27 128
3059244 이슈 미국의 백인 이민자들에 대한 각 집단별 이미지 밈 21:26 291
3059243 이슈 쥬얼리가 활동하던 시절 밴을 살 수 있었던 이유...jpg 7 21:26 585
3059242 이슈 인도인이 이웃으로 이사왔는데 2 21:25 470
3059241 이슈 이커플은 여자가 똘똘하게 생겼는데 몸빵캐고 남자가 둔팅하게 생겼는데 두뇌캐인 점이 감살인 것 같아 21:25 395
3059240 이슈 풋풋하고 귀여운 롱샷 우진 댄스 커버 영상 1 21:24 42
3059239 유머 그만 열심히 살아도 될거같은 이준 근황 1 21:24 411
3059238 이슈 수원 야구장에 연기 보이는 거 외부 소각장에 불 났대 2 21:24 523
3059237 이슈 [KBO] 수원 경기중단 원인 쓰레기장에서 꽁초발견 7 21:23 937
3059236 기사/뉴스 “내 아이디어였다”…아이오아이 김도연, 신곡 티저 속 전소미 ‘뽀뽀’ 비하인드 공개 2 21:22 178
3059235 이슈 새 솔로 앨범에서 분위기 변신 제대로 한 것 같은 아스트로 산하 1 21:22 139
3059234 기사/뉴스 어떤 인간이 담배꽁초 버렸어! 수원구장 인근 쓰레기장 화재로 롯데-KT전 23분간 중단...관중들 대피 소동 [수원 현장] 10 21:21 461
3059233 이슈 몇십년간 결혼식 하객 패션 사진으로 이거 다 못 따라올듯 29 21:21 2,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