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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서울대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 “인생네컷 찍자는 사람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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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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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어요. 친구는 없는데 찾는 사람은 많아요. ‘자소서 봐달라’ ‘과외해달라’… 그런데 ‘인생 네 컷’ 찍자는 사람이 없어요.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대요.”

유튜브 숏츠에서 조회 수 687만 회를 기록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30)의 농담이다. ‘고학력 코미디’로도 온라인서 유명하다. 그가 첫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를 썼다.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코미디클럽’에서 그를 만났다.


원소윤은 어렸을 적부터 책에 파묻혀 지냈다. 그의 말대로 “합법적으로 침묵할 수 있던” 도서관이 놀이터였다.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무렵 출판사 편집자로 입사했다. 1년 반 동안 낮에는 다른 사람의 책을 만들고 밤에는 자신의 책을 썼다.

그러다 우연히 소셜미디어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 공고를 봤다. 재밌어 보여 수업을 들었다가 빠져들었다. 이제 4년 차 코미디언이 된 그는 매주 서울코미디클럽과 마포구 ‘메타코미디클럽’ 같은 무대에 선다. 이제 팬들도 꽤 생겨 공연 예매도 쉽지 않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등에 그의 농담이 올라오면 조회 수 수백만에 훌쩍 이른다. “막상 제 공연에 서울대 농담은 잘 없어요. 고학력 농담꾼이라고 불러주면 그런가 보다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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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와 소설 사이에 의외로 접점이 있다고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랑 문학이랑 결이 같더라고요. 영미권 코미디언들을 보면 뿌리가 문학이에요.” 실제로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코넌 오브라이언은 하버드대 졸업 논문으로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와 플래너리 오코너를 다뤘다. “코미디 대본 속 촘촘한 펀치라인(웃음 포인트)을 풀어내면 소설이 되는 것 같아요. 날것의 대본을 그대로 종이에 얹으면 산만하니 손을 좀 봅니다.” 원소윤은 이 책을 6년쯤 썼다. 1년 반 퇴고하는 동안 코미디언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래서 책에 코미디 대본을 녹인 ‘오픈마이크’라는 코너도 넣었다. 이야기 한 챕터가 끝난 뒤에 나오는 이 코너는 소설과 코미디의 접점을 보여준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사실 말맛보다 글맛이 더 중요한 직업인 것 같아요.” 슬랩스틱은 몸이 있고 만담은 상대가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혼자 쓰는 농담 대본에 오롯이 기댄다. 원소윤의 코미디도 사실은 글이다. 토요일 무대를 위해 6일 동안 퇴고한다.

그는 소설 원고를 다 썼을 때 무작정 민음사로 보냈다. “민음사가 의외로 웃긴 책이 많더라고요. 김혼비 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 같은 것들요. 제 유머 감각을 알아줄 것 같았어요.” 민음사 편집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박혜진씨가 편집을 맡았다. 소박하면서 유려한 문장, 독창적인 이야기가 눈에 띄어 바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발탁했다고 한다. 박씨는 “처음 읽을 땐 사랑스러운 문장들에서 신인 시절 김애란을 떠올렸다. 빠져들다 보면 원소윤만의 영역이 생기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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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낙천적인 아이’는 죽음과 가족을 다루는 자전적 이야기다. 주인공 ‘원소윤’(소윤)이 어린 시절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기까지 마주하는 것들을 다룬다. 소윤이 태어나기 몇 년 전, 엄마와 아빠는 세 살배기 아기를 교통사고로 잃는다. 아기가 떠난 9월이면 어머니는 차린 아침밥을 한 술도 뜨지 않는다. 그럴 때면 학교에 가서도 엄마의 기분이 어떤지 전화를 건다. 가족들은 가톨릭 신자가 된다.

“어쩌면 원죄라고 할까요. 죽음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던 내가 대신 짊어지는 죄의식 같은 거요.” 가족을 부르는 호칭은 세례명이다. 외할아버지는 ‘치릴로’, 엄마는 ‘로무알다’. 소윤이 가족을 세례명으로 부를 때마다 독자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함께 느끼게 된다. 원소윤은 이 책을 ‘가족 소설’이 아닌 ‘유가족 소설’이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마냥 슬픈 건 아니다. 책은 곳곳에서 농담을 건넨다. 치릴로는 하루 세 번 산책할 때마다 성당에 들러 성모상 앞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독실한 그가 이웃의 건강과 세계 평화를 비는가 보다 싶어 들어보면 “천벌을 내려주세요”. 기도의 대상은 며느리가 됐다가, 아들이 됐다가, 사위가 되기도 한다. “저는 그런 모순적인 게 좋더라고요. 복합적인 감정이 들 때면 항상 어디에 들려주고 싶어져요.” 그래서인지 소윤의 농담은 위트라고 부르기엔 뒷맛이 아리고, 풍자라고 하기엔 내면적이다.

“삶이 다 긍정적이고 희망차기만 한 건 광기 같지 않을까요? 세상을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낙천적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이 책의 제목도 마냥 낙천적인 아이는 아니고 ‘꽤’ 낙천적인 아이다.

“어느 명리학자가 절 보고 ‘바늘 같은 사람이니 되도록 말을 삼가라’고 하더라고요. 제 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입니다.” 말이 바늘처럼 남을 찌를 수 있는 팔자인 그는 마이크를 들고 산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18724?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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