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피해 경북, 산청서 '함께 힘내서 일어나자" 현수막
전라·경상 '달빛동맹', 광주 찾은 대구 피해복구 구슬땀

'초대형 산불과 기록적인 폭우, 함께 힘내서 일어납시다'.
지난 22일 경상남도 산청군 부리마을 수해 복구 현장. 폭염 속에서도 피해 복구 봉사활동에 나선 경북 영양군 산불피해 주민대책위원회가 내건 현수막 문구다. 영양 주민 10여 명은 이날 이른 새벽 1톤 화물차에 미니 굴삭기 등을 싣고 250km를 달려 산청에 도착했다. 영양과 산청은 지난 3월 유례없는 역대 최악의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산청에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쏟아진 집중호우가 내려 13명이 숨졌고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영양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굴삭기와 삽으로 토사에 휩쓸린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등 부리마을 피해 복구 활동을 도왔다. 경북 지역에선 지난 21일 경주자원봉사센터 활동을 시작으로 영양, 안동, 의성, 칠곡, 포항, 봉화, 울진, 청송, 영덕 등에서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수해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역대 최악의 수해에도 '나눔의 선순환'으로 희망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각지에서 수해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1만5736 명에 달한다. 경북 자원봉사자들은 산불 피해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지만 봉사와 위로로 아픔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케이스다.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중심으로 지역 간 연계와 협력 기반의 자원봉사가 특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구광역시 지자체와 대구광역시자원봉사센터 소속 80여여 명은 전날 수해 피해 지역인 광주 북구 월출동을 찾아 토마토 비닐하우스 피해 작물을 정리하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했다. 전라·경상 지역의 통합 연합체인 '달빛동맹' 교류가 만든 광역 지자체 간 협력 사례다.
경기 과천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자 50여 명도 전날 충남 예산군 일대에서 침수농장 토사를 제거하고 폐기물을 정리하는 봉사 활동에 나섰다. 대전광역시자원봉사센터는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충남 당진·서산 등에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파견해 복구 활동을 돕고 있다. 경기 파주와 고양에서도 지원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인명 피해가 컸던 경기 가평에는 지난 23일 강원 화천군자원봉사센터가 직접 나서 피해 복구를 지원했다.
재난 현장에서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이어 온 자원봉사자들도 어김없이 수해 피해 복구에 동참했다. 강원 화천의 김씨(66)는 전날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가평으로 달려갔다. 김씨는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자원봉사센터에 연락하는 봉사활동가로 유명하다. 강릉 산불 현장과 강원도 인제와 철원, 충남 태안 등 30여 년 간 거의 모든 재난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했다고 한다. 김씨는 침수된 가옥에서 진흙을 퍼내면서 "재난이 나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봉사도 하고 기부도 한다"며 "해병대 출신이라 재난 구호 활동에 익숙하다. 이렇게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 위치한 시골막국수 부여점은 3년 간 이어 온 자원봉사 지원을 이번에도 이어가고 있다. 이재민과 자원봉사자, 수해복구 관리·감독자 등 피해 복구를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한다. 아산에서 버섯농장을 운영하다 농장 내 모든 기계가 침수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한 주민은 "1365중앙구조단의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젖은 기계를 밖으로 옮기고 지게차를 이용해 깨끗이 정비해 준 덕분에 다시 일어설 희망을 찾았다"며 "저도 언젠가 반드시 갚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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