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너무 다쳤어요.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한국 다른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23일 공개한 나주 벽돌공장 이주노동자 지게차 인권 유린 사건 영상 속 스리랑카 출신 피해 노동자 A(31)씨가 사건 발생 약 5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A씨는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와 금속노조광주전남지부 등 노동단체가 24일 나주시청 앞에서 개최한 규탄 기자회견 뒤 서툰 한국어로 당시 상황과 현재 심경을 언론에 밝혔다. 이날은 그의 생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입국한 A씨...기자회견 한 오늘이 31번째 생일날
A씨는 지난 2월 26일 점심 식사 후 공장 야외 작업장에서 화물에 결박당한 채 지게차에 의해 공중에 띄워져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인권 유린 사건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24일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해 벽돌공장에 취업한 지 약 2개월 만이었다. 허가기간은 3년이라고 한다.
A씨는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지게차에 매달린 건) 5분요. 마음 너무 다쳤어요"라고 답했다.
한국말이 서툰 A 씨를 대신해 금속노조광주전남지부 류인근 정책국장이 중간중간 보충설명을 했다. 류 국장에 따르면, 지게차 운전자 한국인 노동자(50대)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A씨를 학대한 이유는 A씨가 작업 도중 살짝 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산된 벽돌 뭉치를 운반하기 쉽게 일정량을 쌓아 비닐랩으로 칭칭 감는 동료들을 보고 웃었다는 것을 문제 삼아 약 5분간 학대 행위를 하며 반성을 강요하고 이를 촬영했다는 것이다.
류 국장은 "랩으로 벽돌뭉치를 칭칭 감는 모습이 마치 춤추는 것 같아서 A씨가 조금 웃었던 것 같다. 이유라면 그게 전부인데 동료들이 절대적 약자인 A씨를 상대로 끔찍한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과를 받았느냐" "이런 일이 한 번뿐이었느냐" "공장 사장은 이런 일은 몰랐느냐" 등 이어진 질문에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한국어가 서툰 탓에 같은 질문을 수차례 해야 했고, 옆에 있던 노동단체 관계자는 "최대한 쉬운 표현으로 천천히 질문해 달라"고 안내했다.
"지게차 가혹행위는 지난 2월 딱 한 번... 다른 한국인 간부도 수시로 욕설"
A씨는 공개된 영상과 같은 지게차 가혹행위는 문제의 영상이 촬영된 그날 딱 한 번뿐이었다고 밝혔다. 근무하는 동안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을 당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업체 대표는 문제의 가혹행위에 대해 몰랐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금껏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처벌받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욕설을 하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으로 수시로 모욕을 준 또다른 한국인 관리자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다른 공장으로 재취업해 계속 일하며 돈을 벌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저희 사장님요? 사장님 좋은 분이에요. 사무실 직원들은 다 좋아요. 다른 사람들(현장 노동자들)도 대부분 좋아요. (괴롭힌) 사람들이 벌 받는 것을 바라지도 않아요. 사과를 해도 좋고 안 해도 되고 관계 없어요. 다만 저는 계속 한국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류 국장 등 지원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달 문제의 영상을 입수하고 지원에 나선 노동단체 관계자들에게 A씨는 지난 2월 인권 유린 사건을 겪었지만, 계속 한국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고 한다.
한국 입국 전 스리랑카에서 7년 간 버스 운전기사로 일했던 A씨의 꿈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 스리랑카로 돌아가 자신의 명의로 된 버스를 구입해 보란 듯이 관광버스 기사로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는 모두 돌아가셨으나 고향에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여자친구가 있어 코리안드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의 영상이 공개된 지난 23일 A씨 소속 업체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이유를 불문하고 사죄드린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영상 속 지게차 운전자는 "입이 열 개 백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너무너무 죄송하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생각도 못했다. 피해자가 용서할 때까지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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