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버거로 부르긴 애매한 포지션인데
버거킹·맥도날드만큼 가격 낮출 수 없어
막상 해보니 어려운 사업 환경에 고민 커져
출시 2년 만에 매각 추진 두고 엇갈리는 평가
입력 2025.07.24. 06:00
업데이트 2025.07.24. 08:17
“버거 시장 분위기 좋습니다.” 최근 버거 업체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한국 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버거킹 매출은 6.4% 늘었다. KFC코리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토종 브랜드 맘스터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도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2023년 6월 들여온 미국 수제 프리미엄 버거 ‘파이브가이즈(FIVE GUYS)’ 국내 사업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그룹 오너가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미래비전총괄)이 국내 도입 과정부터 계약까지 모든 절차를 주도했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두고 글로벌 본사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방향성이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공시했지만,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엔 이미 티저레터(간략한 투자안내서)가 배포됐다. 버거 시장 분위기는 좋다는데, 한화는 왜 2년 만에 파이브가이즈를 팔려는 걸까.

유통업계에서는 우선 프리미엄 버거 장사가 쉽지 않은 탓으로 보고 있다. 국내 버거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1990년대 패스트푸드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상륙한 때에 비해서는 경쟁이 훨씬 치열하다. 버거킹과 KFC코리아 등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박리다매하는 구조로 사업을 끌고 있다. 일단 몸집을 키우면서 원가 비율을 낮춰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버거는 이를 실현하기 쉽지 않다. 프리미엄 버거로 수익을 내려면 다른 버거 브랜드들처럼 시장에 넓게 퍼진 채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아니면 매장 수가 적더라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프리미엄 버거가 대중화 돼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곧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불가능한 이유와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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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프리미엄 버거의 이미지를 벗고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짜기도 어렵다. 미국 본사와의 수수료 계약, 원자재 조달과 관련된 본사 정책 등을 감안하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약 465억원)의 9% 수준의 수수료(약 42억원)를 미국 본사에 지급했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의 계약 구조로는 버거킹 등처럼 쿠폰 활용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도 어렵다”라고 했다.
버거라는 음식 카테고리 자체가 국내에서 프리미엄으로 치닫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라면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하림이 프리미엄 ‘더 미식 라면’을 출시했을 때의 시장 반응과도 비슷하다. 라면을 프리미엄으로 칭해봐야 라면이란 뜻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업계의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를 보기 어려운 시대인데, 버거 카테고리 역시 그렇다”면서 “한 끼 때우는 용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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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5/07/24/MKMEXWBCQRFEND5HLEFQNRBL7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