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626397?sid=001
부산대 연구팀 “합성어나 의미 연결된 단어쌍은 뇌가 동시에 처리… 한글 체계 덕분”한글 단어는 영어보다 더 효율적으로 뇌에서 처리될 뿐 아니라, 자주 함께 쓰이거나 의미적으로 연결된 단어쌍일 경우 '병렬 이해'까지 가능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어 기반 선행연구들과는 상반된 결론이다.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심리학과 주성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보통 두 단어에 동시에 주의를 배분해 각각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합성어나 의미적으로 관련된 한글 단어쌍에서는 뇌가 이들을 동시에 병렬 처리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부산대 주성준 교수.
연구팀은 '눈-사람'처럼 합성어를 이룰 수 있는 단어쌍, '연필-지우개'처럼 의미적으로 연관된 단어쌍, 그리고 '가위-마당'처럼 의미적 관련이 없는 무관 단어쌍을 제시해 42명의 참가자에게 생물-무생물 분류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그 결과 연관 단어쌍의 경우 참가자들은 두 단어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고, 이는 단일 과제 조건 대비 유의미한 인식 향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한글의 '모아쓰기' 체계, 음운과 문자 간 일대일 대응성, 규칙적인 철자법 등이 단어 병렬 인식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주 함께 쓰이는 단어는 한 단어를 인식할 때 뇌에서 나머지 단어도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주성준 교수는 "의미적으로 연결된 단어쌍에서는 하나의 단어가 다른 단어의 인식을 촉진하며, 이는 한글만의 문자 체계가 독해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결과를 속독 가능성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며, "병렬 처리는 단어 간 의미 연결이 강할 때에 한정되며, 본문 전체의 정밀한 이해에는 여전히 순차적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보호연구지원사업의 하나로 진행돼, 연구 성과는 미국심리학회(APA) 발간 학술지 '저널 오브 익스페리멘털 사이콜로지: 제너럴'(7월호)에 게재됐다. 제1저자는 부산대 심리학과 전임연구원 유상아 박사, 교신저자는 주성준 교수다.
연구팀은 앞으로 언어별 읽기 메커니즘의 차이를 보다 정교하게 규명해 다국어 교육, 난독증 인지 재활 등 다양한 실용 분야에 기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