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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간첩누명’ 유족에 보상기한 어겨놓고 “이유 못 밝힌다”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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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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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84502?sid=001

 

강원 속초·고성·양양지역에서 발생한 간첩사건을 다룬 1969년 2월 25일자 경향신문 보도. 속초문화원 제공

강원 속초·고성·양양지역에서 발생한 간첩사건을 다룬 1969년 2월 25일자 경향신문 보도. 속초문화원 제공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하고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는데도 1년 넘게 보상을 받지 못한 유족이 소송을 내자 법원이 “법정 기한을 어긴 이유를 밝힐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법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규정을 어겼다는 증거”라며 “법원이 법을 어기고도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첩으로 몰렸다 50년만에 ‘무죄’…검사도 “보상해주라”는데 결정 미룬 법원



‘납북 귀환 어부’로 간첩 혐의를 인정받아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했던 고 김달수씨의 유족은 뒤늦게 김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이듬해 재심 법원은 김씨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도 항소하지 않아 무죄는 그대로 확정됐다. 누명을 벗게되자 유족은 법원에 형사보상(피고인으로 구금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 받는 보상)을 청구했다. 이례적으로 검사 측에서까지 “(검사가) 무죄를 구형했고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라 보상 결정은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냈다. 유족은 보상 소송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거라 봤다.

하지만 보상 결정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1년 넘게 결정을 미뤘다. 형사보상법 14조3항은 ‘보상 청구를 받은 법원은 6개월 이내에 보상 결정을 해야 한다’고 정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유족은 ‘신속한 결정을 바란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수 차례 제출했지만 결정은 계속 지연됐다. 유족은 급기야 “형사보상으로 피해 회복을 받아야 하는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처사”라며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매일 지연손해금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의 형사보상 결정이 늦어진 데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된 첫 사례였다. 그러자 강릉지원은 유족이 이 소송을 낸 지 한 달만에, 처음 보상을 신청한 지 15개월 만에 보상 결정을 내렸다.

 

‘평균 5개월’ 훌쩍 넘겨 15개월만에 보상…법원 “이유는 답할 수 없다”



유족이 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계속됐다. 1심은 “법원의 재판 지연이 위법하지 않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형사보상 결정 기한을 6개월로 정한 조항이 법률 조항이 아닌 ‘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유족 측은 “신속한 보상으로 억울하게 구금된 이들의 권리를 구제하겠다는 입법 목적을 완전히 부정하는 해석”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2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1부(재판장 고충정)가 맡았다. 유족은 재판에서 “담당 재판부가 법에서 정한 6개월을 준수하지 못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상 결정을 미룬 법원의 형사보상청구 평균 처리 기간’과 ‘해당 사건에서 결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한 법원 측의 답변을 받아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연 사유에 대해 끝내 구체적인 설명을 주지 않았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가 측 소송수행자인 서울고법은 지난 17일 2심 재판부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답변서를 보면, 김씨의 형사보상 결정을 담당했던 강릉지원은 2022년 평균 9개월, 2023년과 2024년에는 평균 5개월 내에 보상 결정을 했다. 결정에 15개월이나 걸린 이유에 대해선 “법관의 개별 재판사항이므로 답변할 수 없다”고만 적었다. 법원이 결정 기한을 어겼어도 위법하지 않다고 본 1심 판결이 옳다는 의견도 달았다.

 

유족 측 “정당한 사유없이 재판 미룬 법원, 위법 인정돼야”



이 답변서에 대해 유족 측은 “사건 재판 지연이 평균 처리 기간과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이고 부당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발생한 위법임을 증명할 뿐”이라고 말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법원은 아무런 설명 없이 결정을 미뤘는데도 아직까지 정당한 사유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며 “답변서 내용을 근거로 항소심에서는 법원의 책임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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