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유감] 정부 눈치 보며 대출 풀었다, 조였다…헐거워진 서민 금융정책
6월 코픽스 하락에 주담대 변동금리 연 3%대 ‘뚝’
대출모집인 등 전방위 접수 제한
“정작 규제 대상이 서민·실수요자, 형평성·실효성 우려 계속”

지난 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9개월째 하락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연합뉴스
[데일리안 = 원나래 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조이기가 날로 강화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부도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따라 지난달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은행들이 곧장 대출 문턱을 높이는 한편, 반대로 경기 부양 기조나 금리 인하 신호가 있으면 바로 대출을 다시 푸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져도 높아진 대출 문턱에 정작 돈을 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차단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8~9월 중 실행 예정인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다만 10월 이후 실행되는 건은 접수가 가능하다.
하나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까지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농협은행은 아예 9월 실행분까지 대출 한도가 소진돼 더 이상 모집인을 통한 접수가 불가능한 상태다. 기업은행도 8~9월 실행되는 주담대에 대해 모집인 접수를 멈췄다.
현재까지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곳은 KB국민은행으로, 모집인 접수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월별 모집인 할당 한도를 운영하고 있어, 해당 한도가 소진될 경우 접수가 자동 중단된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달 말 정부가 전격적으로 대출 규제 강화 정책을 발표하자, 이를 뒷받침할 전산 작업을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속속 창구를 다시 열었으나, 또 다시 신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창구를 줄이고 특히 모집인을 통한 외부 유입을 통제하면서 대출 수요를 사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 같은 대출 관리에 실수요자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을 둘러싼 잦은 규제 변화가 금융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일수록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총량 조정과 규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규제 대상이 서민 실수요자에 집중되면서 형평성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정책 목적은 명확하지만, 서민·중저신용자의 자금경로가 동시에 차단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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