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이들은 청지천 범람한 뒤인 새벽 4~6시께 사고 지점 진입
충남도 자료는 ‘청지천 16일 오후 4시부터 통제’ 현장서는 통제 안한 듯

충남에 극한호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새벽 서산에서 청지천이 범람해 2명이 숨진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서산은 부슬비가 내렸다. 사고가 난 청지천은 서산에서 안면도 방면 32번 국도 양열로를 달리다 세무서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약 300m 거리에 있다. 도로에는 사고 뒤 설치한 출입금지 안전선이 두 곳에 설치돼 있었다. 침수차량들은 사고가 발생한지 하루가 지났지만 남원교 다리 앞 오른쪽 논에 방치돼 있었다. 차량들은 구조 당시 긴급했던 상황을 보여주듯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는 음료수 용기 등이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남아 있었다.
논 주인 임ㅇㅇ(71)씨는 “남원교와 세무서사거리 사이 길이 지대가 좀 낮은데 차들이 이곳을 지나다 상류에서 범람한 강물에 휩쓸린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17일 새벽 차량 6대가 침수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구조됐다. 1명은 스스로 현장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 차량에서 소방당국에 첫 구조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새벽 3시59분이었다.
서산소방서는 ‘석남동 세무서사거리 인근 농로에 차량이 침수돼 고립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에 나서 침수된 차량들 지붕에 있던 3명을 구조했다. 이어 구조자 가운데 한명으로부터 ‘침수 차량이 더 있다’는 말을 듣고 주변을 수색해 새벽 6시15분께 차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있던 ㅇ(50대)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어 이날 오전 11시35분께 농로 인근에서 숨진 ㅈ(80대)씨를 추가로 발견했다.

서산에 극한호우가 내린 것은 새벽 2~4시 사이다.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서산 청지천 일대는 이날 새벽 2시 104.7㎜, 새벽 3시 107.1㎜, 새벽 4시 72.2㎜ 등 284.0㎜가 쏟아졌다. 차량들이 침수해 구조신고를 한 새벽 3시59분은 이미 청지천이 범람한 이후로 보인다. 고아무개(79)씨는 “세무서사거리 옆 아파트에 산다. 17일 새벽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빗소리가 하도 커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에는 이미 청지천이 범람해 남원교 일대의 논밭이 다 흙탕물로 덮여 있었다”고 전했다.
충남도는 17일 ‘호우특보 대처 상황보고’에서 ‘청지천은 16일 오후 4시부터 산책로를 통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지천이 범람하던 17일 새벽에도 서산시는 천변으로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숨진 ㅈ씨는 이날 새벽 5시30분께 해미면 집에서 출발해 서산의 의료기관에 약 타러 오던 길에 변을 당했다고 한다. 청지천에 놓인 남원교는 해미에서 서산으로 오는 지름길이다. 경찰은 그가 다리를 건너 세무서사거리로 가려고 지대가 낮은 농로를 통과하다 범람한 하천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했다.
ㅇ씨도 이날 새벽 4시께 가족에게 ‘농로에서 차가 빠져 고립돼 있다’고 알렸으나 차 안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경찰은 ㅇ씨가 상가집에 들러 조문을 하고 귀가하다 세무서사거리가 침수되자 농로로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산시는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호우는 처음 겪었다. 청지천은 상습 침수 등 물피해가 발생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17일 새벽 3시17분에 ‘청지천 범람 우려’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고 해명했으나 하천 범람 시 진입 차단 관련 계획서 등은 내놓지 못했다.
서산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극한호우의 수준을 예측하지 못해 안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시민 생명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며 “200년 빈도의 자연재난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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