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024년 12월에는 케이지(당시 기준 17)가 JYP엔터의 미국 지사인 JYP USA와 계약 해지 소송과 그룹 탈퇴를 직접 알린 바 있다. 당시 케이지가 주장한 주요 계약 해지 사유는 ‘미성년자 노동 착취 및 정서적·신체적 학대’였다.
케이지와 JYP USA 사이의 민사소송에서 ‘사기(Fraud)에 의한 계약 체결’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가 케이지 측의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같은 계약서로 전속계약을 한 다른 멤버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케이지 측은 데뷔 전 다른 멤버들도 자신과 함께 JYP USA에 대우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 작성을 준비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케이지의 소송 결과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신문i'가 확보한 케이지-JYP USA 간 소송 문서에 따르면 케이지 측은 2024년 12월 8일 미국 LA 고등법원에 JYP USA의 불공정계약, 노동법 위반 등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계약이 사기에 의해 체결된 것이므로 원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지 측은 주요 ‘기망 요소’로 LA 현지 숙소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JYP USA가 음악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카 투 코리아(America2Korea, A2K)’를 통해 VCHA 데뷔 멤버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2023년 1월 작성했던 그룹 멤버 고용 계약서가 미국 법원에서 몇 차례 승인 거부된 것과도 연결된다. 당시 재판부는 멤버들이 일정 기간 동안 같은 주택에 거주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을 지적하는 동시에 해당 주택 내에서 촬영이 이뤄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JYP USA 측은 촬영 계획이 전혀 없다는 점을 밝혔고, 재판부는 계약서에 ‘명시적인 촬영 금지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는 조건으로 2023년 7월 이를 승인했다. 멤버들 역시 이 내용으로 수정된 계약서에 따라 JYP USA 소속으로 데뷔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지 측은 계약 내용과 달리 숙소 내 주방과 식탁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고, 숙소에 없었던 스태프가 이를 통해 멤버들의 음식 섭취 여부 등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카메라 설치 및 촬영 금지라는 조건이 계약 체결에 중요한 조항이었음에도 지켜지지 않았으므로 계약 자체가 사기로 유도돼 무효라는 것이다. 반면 JYP USA 측은 케이지가 지목한 ‘감시 카메라’가 숙소 보안을 목적으로 설치된 ADT 보안 패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사기 계약’ 인정 여부는 JYP USA가 1월 22일 케이지 측에 제기한 ‘중재 강제 및 소송 정지 명령 신청’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JYP USA는 분쟁 발생 시 중재하기로 합의한 계약 조항에 따라 이 사건 역시 소송이 아닌 중재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케이지 측은 계약 전체가 무효이므로 해당 조항 역시 취소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3월 6일 “원고(케이지) 측은 계약이 사기로 유도된 것이라며 전체 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중재 권한 위임 조항 역시 취소의 대상이 된다”며 JYP USA 측의 신청을 잠정 기각했다. 법원의 승인을 받은 계약은 일반적으로 취소가 불가능하지만, 사기로 인해 계약 체결 동의가 유도된 경우 계약 당사자 간의 진정한 합의 자체를 훼손하므로 본질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계약의 명확한 사기 여부는 2023년 해당 계약을 승인한 별개의 재판부가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검토됐다.
소송 정지 신청이 기각되면서 케이지와 JYP USA 간 본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JYP USA는 케이지 측의 사기 계약 주장에 대해 “2022년 1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계약의 초안, 수정, 협상, 최종 결정 등 전 과정에 미성년 멤버들과 그들의 부모들의 검토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반박하며 사기적 계약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5월 19일 케이지가 예고 없이 숙소를 나간 뒤 급여를 계속 지급받으면서도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같은 해 7월 2일부터 11월 20일까지 원만한 합의 탈퇴를 위해 소통을 시도했으나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게 JYP USA 측의 입장이다.
다른 멤버들도 데뷔 전 케이지와 함께 JYP USA 측에 대우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 작성을 준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케이지 측은 5월 1일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를 공개하며 VCHA 멤버들과 함께 JYP엔터와 JYP USA의 부당 대우에 대한 진정서 형태의 성명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증거로 공개한 VCHA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2023년 12월 작성)에 따르면 멤버들은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 해서 안무를 할 수 없다고 하면, 돌아와서 완전히 회복된 상태로 (춤 수업에서) 100%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멤버들이) 우울감 등 정신적으로 아프다고 말할 때 진지하게 다뤄야 하며 의심보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LA 숙소에서 우리와 함께 있는 직원들은 연습과 관계없이 우리의 건강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만 13~17세로 전원 미성년자(미국 기준)였던 멤버들은 강도 높은 식단 조절 탓에 섭식장애를 앓기도 했으나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만 이때 작성을 준비한 성명이 JYP엔터 측에 제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지의 소송 관련 질의에 JYP엔터 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사안을 확인 및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케이지, 케일리가 탈퇴 후 4인조로 개편된 VCHA는 올 하반기 복귀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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