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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믿고 있다"는 윤석열, 서글펐다 [이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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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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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전한길 뉴스'에 올라온 두 통의 편지는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나는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윤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이에 답한 편지였다. 문제는 두 편지 모두 신앙, 하나님, 국가 구원이라는 종교적 언어로 가득 차 있고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위협한 인물과 그를 옹호하는 외국 인사 사이에서 교환되었다는 점이다.

윤석열을 "국가의 영웅"이라 칭한 모스 탄은 자신이 "대통령님을 옹호하고 부당한 투옥에 대해 외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대통령님의 삶을 예수 그리스도께 바쳤다고 들었습니다"라며 "하나님께서 당신과 함께하시고... 지켜주실 것"이라더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구하실 것이리라 믿습니다"라고 썼다.

이에 대한 답장에서 모스 탄에 경의를 표한 윤석열은 특검의 접견 금지를 "악의적이고 어리석은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글로벌리즘은 완전히 배신당했다"며 자신과 모스 탄이 "신념과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하루하루의 일상이 힘들지만 늘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믿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들의 편지는 종교적 언어를 정치적 정당화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신앙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지우고 오히려 스스로를 '박해받는 예언자'처럼 포장하고 있다. 게다가 이 모든 담론이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내란의 책임자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편지들에서 신앙은 더 이상 공동체의 윤리를 촉구하거나 회개와 성찰의 길로 이끄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탄압 프레임 속에서 '신앙을 위해 싸우다 박해받는 자'라는 순교자 서사를 만들어내는 데 동원되고 있다.


모스 탄의 편지는 기독교 복음주의적 언어로 가득 차 있다. "대통령님의 삶을 예수 그리스도께 바쳤다",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구하실 것"이라는 표현은 신앙고백이라기보다 정치 지도자를 신격화하고 우상화하는 문법과 맞닿아 있다. 그는 윤석열 개인을 응원한 것이 아니라 마치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처럼 표현하며 그를 통해 대한민국을 구하실 것이라는 듯 말한다.


윤석열 역시 이에 화답하듯 "하나님께서 함께하심", "성경 말씀", "국민들의 격려 편지"를 나열하며 자신이 겪는 고난이 마치 하나님을 위한 고난인 것처럼 묘사한다. 심지어 글로벌리즘, 공산주의, 권위주의, 가짜뉴스,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음모론적' 서사를 펼치면서 자신을 이 모든 것과 싸우는 자유민주 진영의 전사로 부각시킨다.


이것은 신앙의 왜곡일 뿐 아니라 공적 책임의 회피다. 성경은 권력을 가진 자에게 회개를 요구하고, 정의를 세울 책임을 지우며, 권력을 가진 자가 진실 앞에 겸손해질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윤석열은 자신을 성찰하기보다 오히려 하나님을 들먹이며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이는 정치권력이 신앙을 수단화할 때 생기는 전형적인 폐단이다.

모스 탄은 전직 미국 외교관이다.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사법 결정에 대해 이토록 편향적으로 개입하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

더 큰 문제는 이 편지가 윤석열 지지층 사이에서 미국의 지지를 암시하는 것으로 오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스 탄의 편지는 미국 정부와는 전혀 관련 없는 개인적 신념이자 특정 정치세력과의 친분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외교의 기본은 상대 국가의 주권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인데 모스 탄의 편지는 그 선을 명백히 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윤석열이 과거부터 다양한 무속 신앙, 특정 종교 행위와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집무실 방향에 비과학적 결정이 개입되고 이권형 무속 인물들이 주요 인사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인물이 '삶을 예수 그리스도께 바친 자'로 표현되고 "늘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운운하는 모습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는 단순한 신앙 고백이 아니다. 자아도취적이며, 현실을 부정하고,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자기 신격화 서사다. 더 나아가면 국민 위에 자신을 둔 '선민' 의식이며 신정정치의 유혹이다.


윤석열은 단 한 번도 국민 앞에 헌정질서를 파괴한 책임에 대해 사과하거나 성찰하지 않았다. 그는 탄핵이 부당했다고 말하고 자신은 국민에 의해 다시 부름 받을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지금 '믿음의 사람'이 아니라 정치적 실패를 종교로 포장하는 사람일 뿐이다.

민주주의는 책임과 성찰 위에 세워진다. 신앙은 그 민주주의가 공동체 안에서 더 깊은 책임과 사랑으로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앙이 정치적 권력에 동원될 때 그것은 독재의 도구가 된다. 

윤석열은 자신이 하나님의 뜻을 따른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정치인의 자아도취나 권력 집착을 정당화해 주는 분이 아니다. 그를 지지했던 일부 개신교 세력들도 더 이상 신앙을 정치화하거나 자신들의 욕망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기는 일을 멈춰야 한다.

반성과 성찰은 없고 온통 자기변명과 '동지'에 대한 찬사만 가득한 윤석열 편지를 보며 서글펐다. 그는 여전히 국민을 보지 않는다. 법도, 헌정질서도, 탄핵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과 동지들 그리고 극우적 세계관만을 끌어안고 있다. 지금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는 정치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 앞에 겸손한 정치인'이다.

윤석열은 스스로 그 경계선을 넘었다. 그는 자신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가 오용한 '신앙의 언어'에 대해 한국교회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신정국가가 아니다. 정치가 신앙을 이용하는 일도, 신앙이 정치를 삼키는 일도, 이제 멈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민수 시민기자는 1995년 목사안수를 받은 후, 기관목회와 현장목회를 30년 이상 시무중인 목사입니다.



김민수


https://omn.kr/2elpy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81423?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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