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높은 인기가 두려울 법도 하지만, 주춤한 느낌조차 없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방대한 서사를 매체 특성에 딱 맞게 재단했다. 그 시도가 과감하고, 그래서 시원하다. 원작에 편승하는 대신 또 다른 오리지널리티가 되기를 택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이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다. 그냥 인기가 아니다. 연재 이래 누적 조회수 2억 뷰 이상을 기록한 메가히트작이자 ‘슈퍼 IP’다. 게다가 장르는 판타지와 아포칼립스고, 캐릭터들은 저마다 서사가 있다. 물리적 제약이 없는 텍스트와 작화로는 문제 될 게 없지만, 영상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영화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이유다.
우선 원작에 몰입했던 팬이라면, 원작의 큰 틀만 빌려온 별개의 작품으로 보기를 추천한다. 그러기엔 주요 캐릭터나 기본 설정을 대부분 가져왔지만, 김독자 모자 이야기 등 몇몇 서사는 다뤄지지 않았고, 이지혜(지수)의 무기를 포함한 몇몇 설정은 수정되기도 했다. 팬에게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소구 포인트다 보니, 당연히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작품에 없다고 해서 제작자가 중요도를 오판했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다.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원작에서 누락됐거나 변경된 부분을 찾다 보면, 대놓고 떠먹여 주는 재미도 놓치게 된다. 이는 곧 놓치기엔 아까운 영화만의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영화는 쉽다. 원작 콘셉트를 알지 못해도 감상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극 초반 길지도 짧지도 않은 김독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세계관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인간에게 시나리오를 부여하는 도깨비의 존재도 자연스럽게 이해를 돕는다. 여기까지 왔다면 다음은 더 쉽다. 끝없이 튀어나오는 크리처들과 이에 대항하는 김독자 일행의 판타지 액션 시퀀스가 몰아친다. 관객은 이 속도감에 그저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작품 전체는 히어로 시리즈물의 프리퀄을 본 듯한 인상이다. 이러한 끝맺음 덕분에 원작의 모든 것을 담지 않아도 모양새가 엉성하지 않고, 오히려 속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더 풀어 나갔다면,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졌을 터다. 여러모로 영리한 전략이다.
출연진 중에서는 김독자 역을 맡은 안효섭, 정희원으로 분한 나나가 특히 눈에 띈다. 안효섭은 이 영화가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김독자가 코인으로 근력과 민첩력을 높여 점점 강해지는 것처럼,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이 작품에 올인한 모양새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존재감은 김독자마냥 뚜렷해진다. 나나는 ‘지금은 정희원이 주인공’이라는 김독자의 방백처럼 그 액션 신을 홀로 씹어 먹는다.
걱정됐던 CG 퀄리티는 RPG 게임 퀘스트처럼 시나리오를 클리어한다는 설정 덕분인지 몰입을 해치진 않는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 지수의 연기력이다. 배후성도 칼도 없는 이지혜라 가뜩이나 시선이 고울 수 없는데, 발성부터 ‘어스퀘이크’(earthquake·지진)급 충격이다. 곤충과 교감하는 이길영을 연기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아역 배우 권은성이 베테랑으로 보일 정도다.
오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쿠키영상 있음.
https://m.kukinews.com/article/view/kuk202507170174#_digitalc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