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공장에서 파지를 으깨 처리하는 작업에 투입된 30대 노동자가 입사 한달 만에 폭 30㎝의 파지 투입구에 빠져 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기계의 투입구에는 추락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고, 회사의 누구도 갑자기 사라진 신입직원을 찾지 않아 다음 날 새벽에서 추락한 기계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대덕경찰서는 이날 새벽 2시께 대전 대덕구 한솔제지 신탄진공장의 교반기 안에서 이 회사 정규직 직원인 ㄱ(30대 후반)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교반기’는 파지를 물과 함께 넣어 불리면서 으깨는 기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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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 아내는 퇴근 시간 한참 뒤에서도 남편이 귀가하지 않고 연락 두절이 계속되자 전날 밤 11시56분께 112에 신고했다. 아내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ㄱ씨가 공장 안에 있는 것을 파악하고 이날 새벽 1시56분께 공장 내부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서 ㄱ씨가 교반기 위에서 밑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이 현장에 갔을 때도 사고가 난 기계는 가동 중이었고, ㄱ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사고 접수 뒤 현장에 나간 경찰과 고용노동청은 교반기 위에 약 폭 30㎝, 길이 5.3m의 투입구가 있는 것과 ㄱ씨가 추락한 흔적을 확인했다. 이 투입구에서 5m 떨어진 지점에는 투입구가 하나 더 있었고, 사고 당시 함께 작업하던 동료는 다른 투입구 쪽에 있었다.
경찰과 고용노동청은 ㄱ씨가 파지를 선배 동료에게 전달하려 교반기 위에서 옮기다가 중간의 30㎝ 투입구가 열려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사이로 빠져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공장 안 시시티브이 영상에서 ㄱ씨가 전날 오후 3시40분께 자기 가슴 높이 정도 크기의 구겨진 파지를 들어 옮기다가 갑자기 30㎝ 투입구 사이로 빠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교반기 위에 같이 있던 동료는 ㄱ씨를 등지고 있어 사고 상황을 목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난 교반기에는 추락 사고를 막을 만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87조 9항 3호)은 교반기의 개구부에 노동자의 신체가 들어가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감응형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개구부에는 추락방지를 위해 안전난간·울타리·수직형 추락방지망·덮개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이재두 대덕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고 당시 ㄱ씨와 동료 등 2명만 교반기 위쪽에 있었는데, 동료는 다른 투입구에서 파지를 넣는 작업 중이었고 ㄱ씨는 25∼35m 떨어진 곳에 있던 파지를 직접 들어 동료 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큰 파지를 들고 있어 시야가 가려 열려 있는 중간 투입구를 보지 못하고, ㄱ씨가 그 틈에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입구의 개폐를 알리는 경고등이 설치돼 있었으나 사고 당시 정상 작동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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